카네기재단 회장 "남북대화 호기 맞았다"
  • 卞昌燮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1995.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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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재단 애브라모위츠 회장 인터뷰 / “미국의 한반도 정책 핵심은 분쟁 방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유엔 창설 50주년 기념 국제 회의에 참석하러 내한한 미국 카네기재단의 모튼 애브라모위츠 회장(62)을 만나 한반도 주변 정세에 관한 견해를 들어 보았다. 국방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거쳐 태국 및 터키 대사를 지낸 그는 31년의 공직 생활 대부분을 국무부에서 보냈다. 그는 특히 71년 남북한 관계를 다룬 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편집자>

카네기재단에서는 한반도에 관한 연구를 얼마나 하고 있나?

현재 우리 재단에는 미국에서 최고의 핵문제 전문가로 통하는 레너드 스펙터 박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또 한국에도 잘 알려졌고 평양을 여러 차례 다녀온 셸리그 해리슨씨도 있다. 카네기재단은 러시아 문제를 비롯해 미국의 이민 정책, 유엔 평화유지군, 남미·동남아시아 등 지역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국내외 문제를 다루지만 한반도 문제만 전담하는 연구원은 없다.

최근 미·북한 경수로 회담 타결과 관련해 한국에서는 아직도 이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콸라룸푸르의 미·북한 발표문을 보면 누가 경수로를 공급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번 타결을 계기로 한국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이번 타결에 대해 한국 내에서 왈가왈부하는 줄은 알지만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한 걸음 진보한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이 북한과 핵 협상을 하면서 한국의 이해를 소홀히해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게 보지 않는다. 북한 핵 문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여러 상황적 요인이 있다. 바로 한반도의 안보와 핵확산 방지이다. 이 두 요인은 직접 관계를 맺고 있다. 핵 문제 해결을 통해 앞으로 한반도의 통일에 어떤 식으로 접근해 가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탈냉전 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한반도에서의 전쟁 방지와 안전 확보이다. 한반도는 열강의 이해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분쟁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한반도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중요한 정책 목표였으며, 그런 노력은 지금까지 성공을 거둬 왔다고 본다.

현 시점에서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떤 것인가?

남북 간에 대화를 트는 것이다. 물론 대화에는 상대가 있는 만큼 북한을 강제로 협상 테이블에 끌고 나올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미국은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에 나서도록 유도할 것이다. 북한 문제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왔다는 점을 한국민은 알 필요가 있다. 한국이 러시아·중국과 수교한 뒤에도 미국은 북한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의 입장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한국 정부도 동의했다.

남북 대화에 진전이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부분적으로는 북한이 미국만을 상대하려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92년에 내놓은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에 입각해 한국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북한도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미국과 핵 협상을 타결한 것은 그 한 증거이며,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여전히 군국주의 야욕을 품고 있다고 보는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아시아에서 일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일본은 대단히 신중한 나라다. 일본이 군사적 야심을 가진 것은 확실하지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전후 미·일 동맹 관계는 굳건히 유지돼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국은 현재 자동차 분쟁으로 일본과 불편한 관계이지만 일본의 중요성을 고려해 대일 관계를 더욱 건설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등소평 사후 중국의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

잘 모르겠지만 문제가 있을 것이다. 12억 인구를 통치하는 게 그리 쉽겠는가. 중국은 아직 가난한 나라이며, 매년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도시로 이동한다. 게다가 현재 중국이 실험중인 시장 경제도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 앞으로 20년 동안 중국을 통치하기가 매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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