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이 '무자히딘' 쑥쑥 키웠다
  • 워싱턴·변창섭 편집위원 (cspyon@e-sisa.co.kr)
  • 승인 2001.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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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령 발령, CIA 통해 군수 물자 · 자금 20억 달러 지원
미국 중앙정보국과 아프가니스탄 전쟁과의 본격적인 인연은 1984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 해 10월 윌리엄 케이시 중앙정보국장은 비밀리에 파키스탄으로 날아가 아프가니스탄 내 반소련 군사 전략을 숙의했다. 케이시 국장은 파키스탄측에 우즈베키스탄 등 소련 남부의 회교권 국가들을 부추겨 격렬한 반소 감정을 일으키자고 제의해 동의를 받아냈다. 파키스탄의 동의가 떨어지기 무섭게 중앙정보국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소련이 저지른 잔학상을 고발하는 서적은 물론 회교 경전인 코란을 이들 남부 회교국들에 공급했다.




케이시 국장이 비밀 방문한 6개월 뒤인 1985년 3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내 중앙정보국의 비밀 공작을 대폭 확대하는 '국가안보령 66호'를 발표했다. 국가안보령은 중앙정보국을 관찰자가 아닌 '적극 개입자'로 만들었다. 즉 레이건의 국가안보령은 무자히딘을 도와 소련군을 축출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국가안보령에 따라 중앙정보국은 소련 점령군에 맞서 싸우던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히딘 전투원들에 대한 군사 훈련은 물론 소련군 이동과 위치에 관한 위성 정보와 각종 무기를 무더기로 공급했다. 중앙정보국이 주로 중국에서 조달한 무기 가운데는 박격포·로켓·수류탄·대인 지뢰는 물론 SA7 지대공 미사일도 포함되었다. 심지어는 최신예 미국제 대공 미사일인 스팅어까지 무자히딘에 공급했다. 당시 무자히딘에 공급한 군수 물자는 연간 6만5천t에 달했고, 이들의 군사 훈련을 맡은 중앙정보국과 국방부 요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중앙정보국은 무자히딘과의 일일 접촉과 작전 지시를 파키스탄의 국내정보국(ISI)을 통해 비밀리에 실행했다.


중앙정보국의 아프가니스탄 비밀 공작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동의하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전투에서 시종일관 열세를 면치 못하던 무자히딘이 1989년 소련군을 아프가니스탄에서 몰아낼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 바로 '국가안보령 66호'였다는 점이다. 무자히딘에 대해 모든 지원을 가능하게 만든 국가안보령이 없었다면 소련군의 퇴각은 더 늦추어질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비밀 공작에 관여하던 1980년대 내내 약 20억 달러로 추정되는 군사 물자와 자금을 무자히딘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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