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호남 출신 대표 작가 100인전
  • 羅權一 광주 주재기자 ()
  • 승인 1997.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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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출신 작고 작가에서부터 50세 이상 중견·원로 작가들의 작품 백여 점을 망라, 소치 이후 호남 화단 백년을 총정리하는 기획전으로서 의미가 크다.”
소치(小痴)-의제(毅齊)-남농(南農)-임인(林人)으로 이어지는 한국화 대가들과 오지호·김환기·임직순 씨 등의 서양화, 그리고 ‘동국진체(東國眞體)’로 일컬어지는 독창적인 한글 서체로 대가를 이룬 평보 서희환 씨의 작품을 관람료 없이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면?

지금 예향 광주에서는 한국화·서양화·서예·조각 부문의 호남 출신 대표 작가 백명을 선정해 호남 화단의 흐름을 조명한 대규모 전시회가 열려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소치·사호의 유작 일반에 처음 공개

조흥은행(행장 장철훈)이 창립 백주년을 기념해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5가 조흥문화관에서 열고 있는 ‘호남 미술 100인전’이 그것으로, 호남 출신 작고 작가에서부터 50세 이상 중견·원로 작가들의 작품 백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 전시회는 특히 소치 허유(許維)의 <富春江山圖>와 사호(沙湖) 송수면(宋修勉)의 <墨梅圖> 등 작고한 한국화 대가들의 유작이 일반에게 처음 공개되어 눈길을 모았다. 소치(1808~1893)의 <부춘강산도>(59×124cm)는 그가 당시 문인 화가이자 영의정이던 권돈인으로부터 한시 4수가 적힌 부채 그림을 선물받고 그에 화답하는 의미로 권돈인의 한시 일부를 화제(畵題)로 삼아 그린 것으로 45세 때 작품이다. ‘부춘’이란 중국의 뛰어난 화가였던 황공망이 살던 고장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부춘강산도>의 이런 내력은 <소치실록>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전남 화순에서 태어난 문인 화가 사호 송수면(1847~1916)의 <묵매도>(33×69cm) 역시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매화의 기품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사호 특유의 자유 분방함이 엿보이는 수작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사호는 생전에 나비 그림에 뛰어나 <백접도(百蝶圖)>를 그릴 정도여서 ‘송나비’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으며, 한국화단에서는 조선조 말 민영익(閔泳翊)에 비견되는 뛰어난 문인 화가로 알려져 있다. 최근 그의 손자인 송규석씨(광주 무등초등학교장)가 화순군 남면 화순사평중학교 옆에 사호의 유작들을 모아 기념관을 개관한 바 있다.
이번 전시회는 또 한국화의 대가인 의제·남농·임인의 작품을 1점씩 전시해 한국화단의 맥을 빼놓지 않고 정리하는 한편, 천경자·윤의중·문장호 씨 등 현역 작가들의 작품도 망라했다.

총 50점을 전시한 서양화 부문은 우리나라 서양 화단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오지호·김환기·김보현·임직순 씨 등의 대표 작품과 강연균·국중효·오승우·우제길 씨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밖에 설주 송운회, 소전 손재형을 비롯해 한글 서예의 1인자로 평가되는 평보 서희환, 그리고 송곡 안규동씨 등 호남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서예가의 작품 15점도 전시장 한쪽을 채우고 있다.

조각의 경우 엄태정 서울대 교수의 <승천> , 95년 광주 비엔날레 상징조형물인 <무지개 다리>를 제작한 김영중 서울연회조형관장의 <理의 리듬>, 조선대 미대 출신으로 천재적인 목조 작가로 알려진 작고 작가 양두환씨의 유작 <여인상> 등이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전시회 기획 실무를 맡은 지형원씨(<광주일보> 문화부장)는 참여 범위를 50대 이상의 자기 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한정했기 때문에 40대 작가들 가운데 뛰어난 분들이 선정되지 못해 아쉽다며 소치 이후 호남 화단 백년을 총정리하는 기획전이라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조흥은행의 이번 ‘호남 미술 100인전’은 창립 백년의 역사 속에 호남 지역 인사들에 의해 설립된 호남은행(조흥은행이 42년 합병)의 맥을 반추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조흥문화관은 80평의 전시 공간을 갖추고 94년 개관해 ‘살롱 도톤느 한국 작가전’ 등 굵직한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지역 미술인들에게 무료로 대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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