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최데레사 신작 무대<광장>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9.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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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데레사 신작 <광장>/사랑과 불륜 등 중층적 공간 표현
‘격렬하고 도발적인 춤.’ 무용가 최데레사씨(39)의 춤에는 이같은 표현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의 춤은 인간의 몸이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인가에 초점을 맞춘 듯 언제나 파격적이다. 그는 공공연하게 말한다. ‘나는 아름다운 춤을 혐오한다.’

86년부터 서희앤댄서즈 무용단 대표로 활동하다가, 94년 프랑스 파리8대학 박사 과정에서 공부하면서 최데레사무용단을 설립해 유럽에서 주로 활동해온 최씨가 새로운 작품을 국내에 선보인다. 그의 신작 <광장>(8월26~29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문의 02-548-4480)은, 지난해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섰던 그가 1년 만에 발표하는 춤이다.

그동안 최씨는 춤의 역동적인 동작에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아 왔다. 그가 해온 작품 목록을 보면 주제의 대부분이 사회적·정치적 이슈들이다. <약탈> <혁명시대> <열고 닫고 찢기며, 우리는> 등 제목부터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인간의 몸, 인간의 원초적 감각을 억압하는 사회 제도와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파격적인 방법으로 풀어낸 것이다.

그같은 점에서 본다면, 이번 작품 <광장>은 내용이 다소 온건하고 포괄적인 감이 없지 않다. ‘고대 이래로 인간에게 광장이란 어떤 장소로 기능해 왔는가’를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장>의 기본 텍스트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이다. 무용수들은 거기에 등장하는, 서로 갈등하는 인물의 이름으로 연기하지만 그 점이 관객들에게 강조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소재는 빌려 왔으나 그 소재를 통해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 내겠다는 얘기이다.

<광장>에서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점은, 그리스 시대 이후는 물론 미래에까지 모든 문제를 털어놓고 소통을 가능케 하는 광장의 의미를 새삼 돌아보자는 것이다. 최씨는 <광장>에서 종교적·정치적·사회적 의미의 공간, 에로틱한 공간, 사랑과 불륜의 공간 등 중층적이고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작품에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어어부밴드와 달파란의 음악을 끌어들였다. 거칠고 탁한 구음(口音)과 타악이 격렬한 춤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초연되는 최씨의 <광장>은 오는 10월 말 프랑스 ‘한국의 달’ 공연과, 11월27일 프랑스가 세계적인 무용가들을 불러서 여는 축전 <라 페르므 뒤 비숑>에 초청되었다. “무용 축전에서 프랑스가 가장 아끼는 안무가인 에젤란 프레즈카지와 오프닝 공연을 하게 되어 무엇보다 기쁘다”라고 최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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