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장]20·30대 ‘마주보기 세대론’
  • 吳允鉉 기자 ()
  • 승인 1995.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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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학번, 세대 비교 심포지엄/갈등 치유 계기 마련
90년대 대학생들은 ‘모래시계 세대’로 지칭되는 80년대 선배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반대로 80년대 학번 세대에게 90년대 후배는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지난 11월18일 서울 서강대 다산관에서 ‘21세기를 위한 모임·21세기 포럼 아카데미’가 주최한 심포지엄 ‘시대의 벽을 넘어 가슴을 열고 하나로, 미래로’는 그같은 궁금증을 푸는 자리였다.

90년대 학번인 양대웅군(한국외대 4년·철학과)은 ‘80년대, 경계 위의 세대’라는 주제로 80년대의 시대 상황과 대학생들의 특성을 살폈다. 양군은 80년대 선배들이 독재와 싸워 승리한 위대한 혁명 세대라고 치켜세우고, 그들이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문명사적 전환기에 서 있다면서 ‘경계 위의 세대’라고 규정했다.

그가 보기에 선배들은 고도 성장을 외치던 시대 정신의 영향으로 규격화·집단화·몰개성화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혼란기를 겪으면서 이념과 가치를 뚜렷하게 갖추었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개인 성향이 짙은 신세대보다는 전통과 권위에 기운다. 양군은 요즘 80년대 학번들이 주축이 되어 벌이는 ‘30대 역할론’에 강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는 30대 역할론이 ‘30대 만능론’과 ‘다른 세대 배타론’으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역시 90년대 학번인 한승호군(서울대 3년·원자핵공학과)은 ‘감격의 시대를 넘어’라는 주제로 80년대 학생운동의 성격과 오늘의 학생운동을 진단했다. 한군은 80년대 학생운동 목표를 ‘사회주의 체제로의 혁명’과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통일된 사회’ ‘민중이 주인 되는 사회’로 보았다.

“PC 통신·삐삐, 신세대 개인화 가속”

하지만 그는 “그 운동은 힘을 결집할 수는 있었지만 한국 사회 특유의 보수성과 지역성, 그리고 자신들의 분파주의 성향은 뛰어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군은 오늘의 대학이 과거보다 나은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다양성’이다. 오늘날 대학에는 한 개인의 가치와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많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대의 성, 우리 모두의 성’이라는 주제를 발표한 최정봉씨(서강대 언론대학원)와 함께 80년대 학번 세대를 대표해 발제에 나선 민경배씨(고려대 강사·사회학)는, 신세대를 생산보다는 소비에, 노동보다는 여가에 익숙한 세대라고 평가했다. ‘혼돈의 시대, 신세대의 바로서기’라는 주제를 발표한 민씨는, 사회·경제의 구조적 변화도 신세대를 소비·여가에 익숙한 세대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민주 대 반민주 대립 구도가 무너져 신세대의 탈정치화를 촉진하였고, 컴퓨터 통신·삐삐가 출현해 신세대를 개인화·고립화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에 가로놓인 벽을 허물 방안은 있는가. 민씨는 희망의 대안을 90년대라는 판도라 상자에서 찾았는데, 90년대 는 저항의 장이 정치에서 문화로 옮겨갔다고 보았다. 규격화한 사회·문화에 대한 해체와 거부, 이를 통한 개인의 재발견은 진보적 몸짓이라는 것이다. 민씨는 이같은 희망을 활짝 꽃피우기 위해서는 신세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신세대가 발 디디고 숨쉬는 현실 공간에는 아직도 수많은 억압과 모순과 부조리가 존재하므로, 신세대는 개인적 일상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와 합리성을 추구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외부의 구조적 억압과 제도적 불합리에도 당당히 입을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화는 그동안 무시·무지·무관심으로 일관한 세대 간의 갈등을 치유하려는 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는 무엇보다 먼저 상대방을 인정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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