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최데레사 귀국 무대 <한 여자, 내게 자유를…>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8.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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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 최데레사씨 귀국 무대<한 여자, 내게 자유를 …>
무용가 최데레사씨(38)는 ‘한국 무용계의 게릴라’라고 불린다. 어느 계보에도 속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해 온 데다, 그가 안무하고 추는 춤 세계 자체가 독특하기 때문이다. 95년 프랑스 파리 8대학 박사 과정에 입학하면서 활동 거점을 유럽으로 옮겼던 최씨가, 3년 만에 국내에 돌아와 ‘게릴라 같은’ 춤 세계를 선보인다. <한 여자, 내게 자유를…>(10월20∼2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322-7535)은 유럽에서 조직한 최데레사무용단 이름으로 최씨가 국내 무대에 처음 올리는 공연이다.

최씨는 아름답게 춤을 추는 것은 딱 질색이라고 말했다. ‘아름답게 춘다’는 데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춤 철학은 한국에서 대학(이화여대)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과 파리8대학에서 석·박사 과정 공부를 하면서 형성되었다.

“현대 무용은 어차피 서양에서 나왔다. 동양인과 달리 서양인들은 팔 다리가 길어서 몸을 움츠려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과 경쟁하면서, 그들보다 뭔가 나은 것을 찾는 과정에서 ‘아름답지 않은’ 무용 테크닉을 만들게 되었다.” 최데레사무용단의 특징은 최씨의 박사 학위 논문 주제인 ‘세 가지 자유’, 곧 동작·호흡·감각의 자유로 요약된다. 무용이 일반인의 일상적 동작에서 벗어나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예술이라면, 최씨의 무용은 무용가들의 습관화한 동작마저도 깨뜨리는 움직임이다.

이같은 무용 철학은, 동작·호흡·감각을 최대한 활용해 발끝에서부터 손끝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느낌을 주는, 무대를 가능한 한 크게 활용하는 최데레사 식의 춤을 탄생시켰다. ‘굵은 밧줄을 공중에 휙 던졌을 때의 흔들림처럼’ 공중에 몸을 던져 격렬하게 춤을 추는 방식이다.
자유에 대한 그의 열망은 춤 동작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85∼87년 미국에서 ‘서희 앤드 댄서즈’라는 무용단을 창단해 활동하면서, 87년 귀국해 같은 이름의 무용단으로 공연하면서, 그리고 95년 이후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그의 무용은 대부분 정치·사회적 이슈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선 공연의 제목부터 아름답지 않았다. <약탈> <혁명 시대> <열고 닫고 찢기며, 우리는>….

최씨는 이번 공연에서 ‘여성 문제’를 형상화한다. “남자에게서 떠나려 하는 동시에 구속되려 하는 여성의 속성을 연속적인 이미지의 충돌을 통해 보여주겠다”라고 그는 말했다. <한 여자, 내게 자유를…>은 프랑스 릴에서 해마다 열리는 무용 축전 겸 마켓인 ‘당스 아 릴 페스티벌’에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공식 초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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