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드라마의 이런 인기는 종영되고 나면 곧 잊히고 만다. 시청자들은 얼마 동안 아쉬움을 보이다가는 곧 새로운 드라마로 화제를 바꾼다. 오직 주연급 연기자만이 스타덤에 올라서 인기를 독식할 뿐이다. <야인시대>와 <인어 아가씨>가 아니라 주인공인 안재모와 장서희가 기억되는 것이다.
이런 ‘인스턴트 드라마’ 시대에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드라마들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방영된 <여인천하>와 <네멋대로 해라>의 경우 드라마가 끝나고도 팬들의 사랑이 식지 않은 독특한 ‘드라마 팬덤’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여인천하> 팬들은 인터넷에서 ‘사이버 나인’으로 살아간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cafe.daum.net/peach5716)에 모여서 ‘중전마마, 신첩 명빈 문후드리옵니다. 필독하시오소서’라는 등 드라마 대사를 흉내 내며 서로 교류한다. 회원들의 계급도 나인·상궁·소생·후궁·비빈·왕후 등으로 나뉘어 있다.
드라마 촬영지를 도는 ‘성지 순례’까지 하는 <네멋대로 해라> 팬들의 열기는 이보다 더하다. 이들은 사이버 스튜디오에서 직접 역할극을 하며 드라마를 추모한다(왼쪽). 인터넷에서 ‘네멋 폐인’으로 살아가는 한 네티즌은 ‘고복수(양동근 분), 그는 아직 내 안에 살아 숨쉰다’라는 글을 게시판에 남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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