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셀프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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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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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감염 여부 ‘은밀하고 신속하게’ 확인하는 검사법 나와
‘혹시 내가 에이즈(AIDS)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고 염려하면서도 검사받기를 주저하던 이라면, 이제는 걱정을 덜게 되었다.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해 줄 의료 기술이 개발되어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혈액 검사 후 20여분 만에 그 자리에서 HIV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검사법이 등장했고, 미국 질병 관리 센터(CDC)도 이를 공식으로 일선 의료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대신 약국 등에서 구입한 ‘장비(kit)’를 이용해 스스로 채취한 혈액 샘플을 분석 기관에 보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제품도 출시되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셀프 임신 테스트’와 같이 자기 스스로 에이즈 감염 여부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에이즈는 1981년 미국에서 최초로 사례가 보고된 뒤 각국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우리 나라도 초기에는 ‘외국 물’ 먹었던 사람이나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자주 발병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국내 이성 간의 성 접촉이 주된 감염 경로가 되었다. ‘토착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에이즈가 처음 나타났을 때에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세계인들은 공황에 빠져들었다. 에이즈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감염 경로가 정확히 밝혀진 뒤로는 ‘예방’에 주력했고, 감염자가 계속 증가한 최근에는 감염자에 대한 ‘관리’가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에이즈 관리는 감염자를 조기 발견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나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해 혈액을 채취하고 결과를 얻기까지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은 ‘은밀히, 그리고 신속하게’ 감염 여부를 알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의료 기술로 그런 장애들을 상당 부분 걷어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간편함’이 또 다른 부작용을 몰고 올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예상되는 이익만큼은 막대하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성행위를 하다가 HIV를 전파시키는 사례와 검사 후 결과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또 긴급 수혈을 받아야 할 때, 수직 감염을 막기 위해 출산 직전 임신부를 검사해야 할 때,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에 대한 즉석 검사가 필요할 때 두루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이 검사법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HIV 항체 형성 기간(통상 3개월) 이전에 사용하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HIV에 감염되어 있는데도(양성) 항체 형성 기간 이전에 검사를 하면 아닌 것(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

‘칵테일 치료법’(세 가지 약제를 섞어서 투여하는 것)이 등장한 뒤 에이즈는 ‘죽을 병’에서 ‘만성 병’으로 그 개념이 바뀌어 가고 있다. HIV에 감염되었다 해도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 개발된 간편한 검사법들은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넓혀 감염자로 판명된 이들을 ‘칵테일 치료법’의 수혜자로 인도할 것이다.

우리 나라에 성매매 종사 여성이 최소 30만명 있으며, 성매매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4.1%를 차지한다는 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 곳곳이 ‘매춘 지대’로 변해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도 이러한 신기술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www.eand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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