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데’로 임하면 인생이 즐겁다
  • 이천·崔寧宰 기자 ()
  • 승인 1999.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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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사메 베사메 무초 코모시 푸에라 에스타 노체 라 울티마 베스, 베사메 베사메 무초….’

스페인어권인 남미 파라과이에서 온 금발의 음악 교사 오펠리아 마린 로드리게즈씨(48·오른쪽 사진)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성악을 전공했다는 그의 목소리는 감미로웠다. 주위에 둘러앉은 20대 한국 학생 6명은 선생님의 선창에 맞추어 베사메무초를 따라불렀다.

경기도 이천의 공기 맑은 숲속에 자리잡은 유네스코 연수원. 사방에 향긋한 나무 냄새가 가득하고 연수원 앞 들판에는 왜가리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이 연수원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전세계 21개 개발도상국에 파견하는 해외봉사단원 99명이 5~6월 두 달 동안 현지 적응 교육을 받는 곳이다. 이곳에는 로드리게즈 선생님뿐만 아니라, 아시아 11개국·태평양 2개국·중앙아시아 3개국·중동 1개국·중남미 2개국·아프리카 4개국에서 초청된 현지 교사들이 조국으로 파견될 한국 봉사단원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에 파견되는 봉사단원들은 모두 22개국 1백5명이다. 연령은 2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하다. 몽골로 가는 오성세씨(47·아래 사진 맨 왼쪽)는 봉사단원 가운데 가장 연장자이다. 그는 20년 동안 건설회사에서 일해온 토목 주특기자다. 그래서 몽골 건설청 직업훈련원에서 몽골 사람들에게 토목 기술을 전수할 예정이다. 김재웅씨(22·왼쪽에서 두번째)는 스리랑카로 간다. 경희대 태권도학과에 다니는 이 젊은이는 스리랑카 경찰 특공대와 대통령 경호실 요원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칠 계획이다. 서남원씨(25·가운데)는 방글라데시로 간다. 그는 방글라데시 청소년청에서 2년 동안 봉제 기술을 가르칠 계획이다. 그는 세계 최빈국이라는 방글라데시에서 개발과 진보라는 주제를 고민해 보고, 그 경험으로 사진집을 내고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현수 씨(30·왼쪽에서 네번째)는 컴퓨터 전공자이다. 그는 아프리카의 카메룬으로 간다. 지난해 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너무나도 경쟁적인 한국 사회에 염증을 느꼈다고 한다. 한동안 서로가 같이 살 길이 무엇인가 고민하던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리라 결심했다. 집에서 맏딸인 정우경씨(22·맨 오른쪽)는 올해 초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베트남 농축산부 축산연구소에서 가축을 돌보게 된다.

국제협력단은 90년에 제 1기 단원 44명을 파견한 이래, 98년 8월 초까지 28개국에 총 7백26명을 내보냈다. 그리고 99년 3월말 현재 봉사단원 2백38명이 몽골·베트남·우즈베키스탄·에티오피아 등 25개국에서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봉사단원을 파견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런 만큼 지구촌의 이웃에게 달려가는 봉사단원들의 어깨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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