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관계 좋을수록 장수한다”
  •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www.eandh.org) ()
  • 승인 200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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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벌크만 교수, 사회성과 건강 관련성 입증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잘못 맺은 인간 관계가 실패의 원인일 때가 많다. 좋은 인간 관계 만들기, 즉 ‘인(人)테크’의 중요성은 건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까지 수행된 수많은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사회적 유대 관계가 돈독한 사람들이 정신뿐 아니라 육체적 건강도 양호하다. 또 장수하는 경향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분야의 대가인 리사 벌크만 교수(하버드 대학 보건대학원)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벌크만 교수는 <미국 역학회지> 최신호에 지난 10여 년간 프랑스 전기가스공사 소속 남녀 직원 1만6천6백99명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결혼 상태, 친구 및 가족과의 관계, 자발적인 사회 참여 등을 기준으로 한 ‘사회적 통합성’이 낮은 사람일수록 사망률이 더 높았다. 특히 이같은 경향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두드러졌다. 사회적 통합성이 가장 낮은 남성은 가장 높은 남성에 비해 사망률이 2.7배나 높았고, 암 발생률은 3.6배, 사고 및 자살률은 3.5배나 높았다.

벌크만 교수의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흡연과 음주의 영향을 현저하게 줄인 뒤에도, 사회적 통합성이 낮으면 사망률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흔히 남성들이 남들과 교제하다 보면 음주 및 흡연량이 늘게 되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통념을 깨뜨려준 셈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고립되어 갈수록 만성 질환, 흡연, 음주, 우울증 등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 출현할 가능성은 커진다.

이밖에도 인간의 사회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한 연구들은 많이 있다. 친구로부터 강력한 정서적 지원을 받는 사람들은 기억력 유지와 사고력 향상에 큰 도움을 받는다.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과 유대감을 이어가는 것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약해지기 쉬운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또한 교회 활동을 활발히 하는 사람들이 육체적으로 건강하다는 보고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끈끈한 인간 관계가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일까? 아직까지 뚜렷한 생물학적 기전이 밝혀진 적은 없다. 그렇지만 학자들은 인간이 다른 사람과 친분을 쌓는 것은 혼자일 때 받는 스트레스의 영향을 완충시켜 정서 불안, 기억력 및 집중력 장애, 자신감 상실 등과 같은 신경내분비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막아준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심장 질환이나 뇌 혈전증과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병적 현상으로 진전하는 것을 더디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하나 있다. 인간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적으로 얼마나 깊고 풍부한 유대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에서 인터넷 문화가 급속히 발전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혼자 놀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속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젊은층으로 내려갈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친구와 사귀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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