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에 무공해 농법 씨 뿌린다
  • 魯順同 기자 ()
  • 승인 2000.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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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쌀롬 말레이쿰.’(안녕하세요) ‘오친 하라쇼.’(최고다) 장광환씨(53)가 요즘에 가장 많이 들은 인사말이다. 그의 직함은 한농복구회 대외협력관. 2월20일부터 3월2일까지 우즈베키스탄 공화국에서 있었던 한농복구회 산하 문화예술단 공연에 동참하면서 이런 낯선 인사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것이다.

한농복구회는 경남 울진에 본부를 둔 영농단체로 농사를 짓는 정회원이 7천여 명에 이르고, 산하에 2백 명이 넘는 문화예술단을 꾸리고 있다. 국내에서 간간이 공연을 펼친 적은 있지만, 물을 건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곳에 거주하는 고려인을 위로하고 농장 현황을 살피기 위한 길이었는데 예상보다 호응이 컸다”라고 장씨는 말했다.

이번 공연은 우즈베키스탄 문화부와 고려신문사, 고려인문화협회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그곳 정부가 한농복구회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단순히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농이 펼치고 있는 다양한 무공해 영농 사업에 관심이 있어서다.

우즈베키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23만여 명. 세계에서 네 번째로 해외 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 가운데 17만 명이 그곳에서 태어났으며, 밀집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그곳 발표에 따르면, 인구의 6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화학 비료를 오래 쓴 탓에 지력이 떨어지고 땅이 사막으로 변해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한농복구회는 국내뿐 아니라 필리핀·중국의 농장과 무공해 농법을 교류하고 있다.

곡절도 많았다. 초청한 쪽이 예산 지원을 약속했지만 공연이 임박해서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통보해 왔을 때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여비가 충분치 않다고 기다리는 이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은 마음 고생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눈녹듯 사라졌다. 고려인들은 어린이 공연단의 재롱을 보며 시름을 잊는 기색이 역력했고, 그곳의 민속공연단이 화답 무대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옛 소련 시절 최고 수확량을 기록했던 고려인 농장 뽀리따젤, 관광 명소 사마르칸트, 타슈켄트 등 여섯 지역을 돌았다.

이번 공연 덕에 고려인의 생활을 자세히 지켜볼 수 있었던 그는, 고려인돕기운동에 더욱 팔을 걷어붙이게 되었다고 한다(문의 0502-815-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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