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정주의 경제터치]최저임금 결정구조, 수술대 올려야

2024-07-17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낳지 않는 나라다. 세계은행에서 제공하는 세계개발지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08’로 전 세계국가들 중 꼴찌다. 국제통계보다 한발 빠르게 나오는 우리나라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합계출산율은 더욱 악화돼 ‘0.72’를 기록했다. 이렇게 저출산이 지속되면 경제성장률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25년에 2.337%를 기록한 후 하락하다가 2029년에는 2.02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된다는 것은 기업의 매출성장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특히,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매출은 인구 감소와 더불어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 파이가 줄어드는 가운데 경쟁력이 약해 소비자 유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매년 인상될 뿐만 아니라 정권에 따라 증가폭이 크게 변하는 최저임금은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현재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가별 최저임금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정규직 중위임금(낮은 임금부터 높은 임금으로 정렬한 후 중간에 해당하는 임금)으로 나눈 지표를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이 방법을 통해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2017년에는 정규직 중위임금의 52.8% 수준으로 OECD 28개 국가 중 13위였으나 2022년에는 60.9%로 8위를 기록했다. 미국과 일본은 2022년 기준 각각 27.4%, 45.6% 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진 이유는 문재인 정부시절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기 때문이다. 2018년에 16.4%나 인상했다. 이 인상률은 최저임금이 현행과 같이 연단위로 적용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유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다음 연도의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한다. 사실상 인상 수준을 결정하는 자리다.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한번도 최저임금을 줄이거나 동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만원이하일 때는 매년 최저임금을 어느 정도 인상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이 큰 무리는 없었다고 본다. 그러나 만원을 넘은 지금 상황은 다르다. 특히,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상황 하에서 일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만을 논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정규직 중위임금의 60%가 넘는 수준의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많이 분포된 숙박 및 음식점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2023년 기준 37.3%에 달한다.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거의 분포되지 않은 정보통신업의 경우 2.4%밖에 되지 않는다.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의 최근 분석결과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연구원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1.7% 올라 1만 30원이 되면, 4인 이하 소기업이 약 1만2천개 폐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최저임금은 심리적 마비 수준을 넘어 현실적 마비 수준에 도달했다. 따라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인구감소로 전체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 하에서는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최저임금위원회 구성도 대폭 바꿔야한다. 국가의 미래와 전체 경제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노측과 사측의 대표들은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해야 그나마 합리적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