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책 아니야?” 망신 주고 체벌한 교사…학생은 교실서 뛰어내렸다

자습시간에 ‘라이트노벨’ 읽던 학생 책 빼앗고 ‘엎드려 뻗쳐’ 체벌도 학생은 “선생님 때문에 따돌림” 호소하며 극단선택 대법, 가해 교사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 확정지어

2024-10-04     박선우 객원기자
대법원 ⓒ연합뉴스

일본 장르 문학의 일종인 일명 ‘라이트노벨’을 읽던 학생의 책을 빼앗아 “야한 책을 본다”며 동급생들 앞에서 망신을 주고 체벌까지 한 중학교 교사가 징역형의 집행유예형을 확정받았다. 피해 학생은 이같은 일이 있던 당일 학교에서 극단선택 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기소된 중학교 교사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원심 판결을 확정지었다.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수강 명령 또한 함께 확정됐다.

중학교 교사였던 A씨는 2019년 3월 피해 학생 B군(당시 14세)으로 하여금 20분간 이른바 ‘엎드려 뻗쳐’를 시키고 “○○가 야한 책을 본다”고 동급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해 신체·정신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B군이 읽던 책은 일본 장르 문학의 일종인 ‘라이트노벨’로서, 제목부터 내용, 삽화까지 흥미 위주의 가벼운 내용인 경우가 많아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장르다.

당시 A씨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자율학습시간을 부여했다. 이에 B군이 문제의 라이트노벨을 꺼내 읽자 A씨는 “이거 야한 책 아니냐”면서 책을 빼앗고 꾸짖었다. B군은 “선생님이 생각하는 그런 야한 종류의 책이 아닙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A씨는 책장을 넘겨 삽화를 학생들에게 보이곤 “이 그림이 선정적이냐, 아니냐”고 물었다. “선정적이에요”라는 답변이 돌아왔고, A씨는 B군을 교실 앞으로 불러내 약 20분 동안 ‘엎드려 뻗쳐’를 할 것을 지시했다. 다른 학생에게 책을 건네며 ‘선정적인 부분을 찾아내라’는 취지로 지시하기까지 했다. 결국 B군은 3교시 수업시간 도중 교과서에 “선생님 때문에 따돌림을 받게 됐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기고 투신해 극단선택 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인(A씨)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피해 아동이 같은 반 교우들 앞에서 느꼈을 수치심이나 좌절감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 또한 원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피해 학생을 괴롭히려던 의도는 없던 것으로 보이는 점, B군의 극단선택이란 비극적인 결과까진 예견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선고형량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A씨가 불복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면서 이를 기각했다. 훈육 및 지도를 목적으로 한 교사의 행위라도 아동의 정신건강이나 복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 이내여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