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두통, 단순한 통증 아닐 수 있다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관자놀이 동맥이 굵어지면 측두동맥염 의심하고 진료받아야
두통 증세를 보이는 노인층의 흔한 질환은 측두동맥염(거대세포동맥염)이다. 관자놀이 근처를 지나는 동맥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두통이 발생한다. 50세 이상에게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의 한 형태다.
이 두통은 머리 옆쪽과 뒤쪽에 생긴다. 통증이 심하고 지속적인 것이 특징이다. 또 두피를 누를 때 통증(압통)도 발생한다. 음식을 씹을 때 턱의 통증이나 피로감이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나 복시(물체가 둘로 보이는 현상)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전신 증상으로는 발열·피로·체중감소·식욕부진 등이 흔하다. 측두동맥이 눈에 띄게 굵어지거나, 만졌을 때 단단하게 느껴지거나, 맥박이 약해지는 특징도 있다. 이런 증상들은 갑자기 발생하기도 하고 수 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도 한다.
염증 외에 혈관 손상이 일어나 혈관의 협착·폐색·동맥류(동맥이 부풀며 그 벽이 얇아짐)가 유발될 수 있다. 이런 것이 눈으로 침범하면 심각한 시력 상실이 일어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측두동맥염은 응급질환으로 생각된다. 측두동맥염으로 발생한 시력 저하나 시력 손실은 조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진행이 빨라지고 비가역적으로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영구적인 시력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질환은 일반적으로 북유럽 백인에게서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아시아인에게는 상대적으로 드문 질환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인에게서도 이전보다 더 흔해졌다. 평균 발병 나이는 서양인보다 다소 낮은 40대다. 시력 저하나 음식을 씹을 때 턱의 통증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두통이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인다.
치료 없이 방치하면 심근경색·뇌졸중 발생
증상에 대한 판단이 진단에 매우 중요하다. 이 판단에 따라 혈중 염증반응 수치나 조직검사 결과, 혈관조영술이나 초음파 같은 영상 검사 결과 등으로 확인한다.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것은 스테로이드다.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다 서서히 감량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과 더불어 발생하는 부작용을 관리하는 것이 동반되는 치료 중 하나다.
측두동맥염은 지속 시간이 다양한 질환이다. 환자 대다수는 몇 년간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치료가 잘된 경우는 대동맥박리 같은 혈관질환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적절하게 치료받지 않은 환자의 예후는 썩 좋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주로 심근경색과 뇌졸중이 발생한다. 측두동맥염 환자가 이러한 합병증으로 사망할 비율은 1~3%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래진료 중에 염증 반응이 강하게 확인되는 경우는 치료가 길어지는 요인이거나 높은 재발률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강한 염증 반응에 해당하는 것은 보통 열이 나거나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 혈중 ESR(적혈구 침강 속도) 수치가 85mm/h 이상인 경우가 해당한다.
측두동맥염은 드물게 발생하지만 그 경과와 합병증에 대해서는 주의 깊은 관찰과 장기간의 진료가 필요하다. 스테로이드 감량 중에 재발이 흔하므로 주의 깊은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 앞서 설명한 두통의 양상과 겹치거나 비슷한 동반 증상이 있어 의심스러울 경우 이를 간과하지 말고 의료진을 찾아 진료받을 것을 권고한다. 치료가 시작되면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조절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