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0.1% 쇼크’ 기준금리 더 내릴까
저성장 고착화 우려…추가 금리 인하 목소리 한은은 치솟는 환율에 신중 모드…11월 동결 전망 우세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1% 성장하는 데 그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 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경제 성장률을 책임지던 수출이 부진하면서 연말까지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수 살리기를 통한 경기 부양이 시급해졌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이 11월에 빅컷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환율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추가 금리 인하 속도는 늦춰질 전망이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3분기 GDP 속보치는 2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한은의 분기별 전망치(0.5%)를 0.4%포인트 밑도는 수준이다. 2분기 역성장(-0.2%)에서는 벗어났지만 기존 예상치를 하회했다.
이번 성장률 충격엔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 부진의 영향이 컸다. 자동차, 화학,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부진하면서 3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2022년 4분기 –2.5% 감소한 이후 첫 마이너스다. 기여도로 보면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 내렸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는 6분기 연속 수출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와 자동차 회사 파업 등으로 인한 일시적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미국 대선과 중국 경기 불안 등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다. 수출이 한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률 하향 위험도 커지는 셈이다.
반면 3분기 내수는 회복세를 보였다. 전 분기 마이너스였던 민간소비는 0.5%로 반등했다. 부진했던 설비투자도 –1.2%에서 6.9%로 크게 늘었다.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도 0.9%포인트를 역성장을 피하는 데 기여했다.
일각에선 기준금리를 인하해 내수를 부양함으로써 성장률을 방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전망했던 올해 우리나라 연간 성장률 목표치는 2.4%다. 산술적으로 이를 달성하려면 4분기 경제 성장률이 1.2%는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수출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내수 회복마저 지연된다면 성장률 목표치 달성은 불투명해진다. 내수를 살려 경기 부진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이유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수출 데이터는 성장을 위해 외부 부문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 가운데 GDP 성장의 구성이 점진적으로 (수출 중심에서) 내수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1400원 코앞 환율 변수…금리 인하 저울질 계속
11월28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 관심이 쏠리지만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적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여전히 발목을 잡는 가운데 치솟는 환율까지 변수로 등장하면서다.
미국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자 달러가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자 원·달러 환율은 1400원에 육박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달러는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관세 부과와 확장 재정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자극으로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속도는 느려질 가능성이 커서다. 이런 상황에 한은의 금리 인하는 원화 약세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11월 금통위에서의 주요 변수로 환율을 꼽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25일 “달러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10월 금통위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고려 요인에 들어왔다. 미국이 통화정책을 전환하면 환율이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겠구나 했는데 지난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2주간 달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수 부양의 필요성도 일축했다. 내수 성장률이 예상치였던 0.9%에 부합한 만큼 하반기부터 내수가 회복될 것이란 한은의 예상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4분기 성장률이 크게 부진해도 잠재성장률 2%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경기를 시급하게 부양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이 총재의 시각이다.
금리를 인하해 돈을 풀어도 내수 회복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도 있다. 가계와 기업이 변화를 체감하고 실제 소비와 투자를 결정하는 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체감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내수를 위해 금리를 인하해도 회복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은이 3분기 내수는 잘 나온 편이라고 평가했는데, 동시에 금리를 연속으로 내린다면 논리적으로 좀 안 맞는 것 같다”며 “더구나 지금 당장 기준금리를 더 낮춘다고 올해 내수가 뚜렷하게 좋아하지는 게 아닌 만큼 11월에는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심은 오는 29일 공개되는 금통위 의사록에 쏠린다. 한은은 지난 달 11일 진행된 통화정책방향 회의 금통위 의사록을 공개한다. 38개월 만의 금리 인하 결정 배경과 향후 금리 정책에 대한 견해가 담겨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던 만큼 향후 금리 인하 속도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