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건전성 개선세인데…우리카드만 연체율 오른 이유는

카드론 증가로 수익 늘었지만 연체율 나홀로 고공행진 금융당국 카드론 관리 본격화…자체 결제망 ‘돌파구’ 관건

2024-10-29     정윤성 기자

올 3분기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건전성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관리에 매진한 결과다. 이 가운데 우리카드만 나홀로 연체율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익성 확대를 위해 카드 금융 자산을 확대한 영향이다. 업계 최하위까지 갔던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죄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카드 사옥 ⓒ연합뉴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3분기 우리카드의 연체율은 1.78%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말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땐 0.42%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는 실적이 공개된 다른 카드사들의 연체율 흐름과는 상반된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올 상반기부터 꺾이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6월 0.77%였던 국내 8개 카드사의 연체율은 1년 만에 1.23%까지 치솟았다. 이후 올해 3월 1.47%로 정점을 찍은 뒤 6월엔 1.43%로 하락세를 보였다. 연체율 악화에 따른 부실 우려가 커지자 건전성 관리를 강화한 결과다.

올 3분기도 하락하는 흐름이다. 신한카드의 3분기 연체율은 1.33%로 지난 분기 대비 0.11%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의 연체율은 0.99%에서 0.94%로 하락했다. KB국민카드의 연체율은 6월 말과 같은 1.29%의 연체율을 유지했다. 우리카드의 연체율만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카드는 상반기에도 나홀로 연체율이 0.27%포인트 오른 바 있다.

우리카드의 연체율이 계속 증가하는 데엔 카드론 취급 증가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카드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수익 자산인 카드론 취급을 늘려왔다. 연 금리가 높은 카드론은 수익성이 좋지만 연체 위험도 높다.

우리카드의 3분기 카드론 잔액은 3조930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310억원) 대비 7000억원가량 늘었다. 전체 카드 자산에서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도 27.0%에서 31.3%로 늘었다. 같은 기간 9990억원이던 카드론 이용 실적도 1조2010억원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순이익도 개선됐다. 우리카드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14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1170억원) 대비 19.7%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엔 순익 증가율이 2.4%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반등에 성공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고위험 자산 확대가 지속 가능할지 여부다. 건전성이 악화되면 대손충당금 등 대손비용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부실 채권의 위험이 커지는 만큼 관리가 느슨해지면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놓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우리카드의 3분기 대손충당금 규모는 413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3430억원)에 비해 20.4% 증가했다. 향후 영업이익이 주춤하게 될 경우 부실만 악화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금융당국 제동에…카드론 효자 노릇 끝날까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카드론 영업 행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카드의 수익 창구는 더 좁아질 수 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카드론 잔액이 급증한 롯데카드·현대카드·우리카드에 대해 리스크 관리 계획을 제출 받았다. 이들 카드사가 카드론 한도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 행태를 보이자 부실이 우려되면서다. 

금융당국이 관리 감독을 강화하며 제동에 나서자 카드론 규모도 줄어드는 흐름이다. 실제 지난 9월 카드론 잔액은 9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9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6869억원으로, 8월 말보다 1441억원 줄어들었다. 앞서 지난 1월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추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 강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카드론 부실 채권 상각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카드론 쏠림 현상을 조절하고 있다”며 “카드론뿐만 아니라 리볼빙, 현금서비스 등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우리카드가 고위험 자산을 늘려 수익성 확대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 역시 자체 결제망 구축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BC카드에 카드 발급과 이용 대금 정산 등 업무를 위탁하던 우리카드는 지난해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며 완전히 독립했다. 비용 절감은 물론 고객과 가맹점 혜택을 강화해 카드 사업을 기반으로 한 본업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른 가맹점 확보는 순조롭다. 1분기 말 기준 우리카드 가맹점 수는 152만개로 지난해 동기(89만3000개) 대비 70.2% 증가했다. 하지만 신규 회원 수 증가폭이 다른 카드사에 비해 더디다. 올해 들어 우리카드의 신규 회원 수는 지난 5월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바 있다. 이에 우리카드도 카드의 정석 등 신상품을 출시하며 신규 고객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