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때 혈당 상승, 괜찮을까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일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 때문 근육 움직일수록 혈당 안정화에 유리해

2024-11-18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최근 연속 혈당측정기(CGM) 보급이 확대되면서, 많은 당뇨병 환자가 실시간으로 자신의 혈당 변화를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당뇨병 환자가 아니더라도 체중 감량이나 전반적인 대사 건강 증진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운동할 때 발생하는 혈당 변동이 생각과 달라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혈당 변동은 생리적 반응이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은 효과적인 운동 관리에 중요하다. 

운동 강도와 종류에 따라 혈당 변동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저강도 유산소운동(최대 심박수의 40~60%)이나 중강도 유산소운동(최대 심박수의 60~75%)에서 당뇨병이 없는 사람의 혈당은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은 일반적으로 감소한다. 간에서 생성되는 포도당보다 더 많은 포도당이 근육에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 후 24~48시간 인슐린 감수성이 향상돼 혈당 관리에 이득이다. 

고강도 운동(최대 심박수의 75% 이상)은 가장 독특한 혈당 변화를 보인다. 혈당이 기저치보다 50~80mg/dL 상승한다. 특히 초고강도 운동(인터벌 트레이닝 등)에서는 100mg/dL 이상 상승한다.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카테콜아민)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운동 후 30~60분간, 때에 따라서는 2시간까지도 지속되다가 감소한다. 

저항성 운동(근력 운동)을 할 때 혈당은 세트와 세트 사이의 휴식시간·운동 강도·기간·개인의 대사 상태 등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즉, 혈당의 감소·안정·상승 모두 발생할 수 있다. 감소하는 경우는 운동 중 근육 수축이 포도당 흡수를 증가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효과는 장시간 근력 운동이나 많은 훈련량일 때 더 두드러진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짧거나 강도가 낮은 운동에서는 비교적 혈당 변동이 없다. 고강도의 저항성 운동을 하는 경우는 고강도 유산소운동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해 간에서의 포도당 생성이 늘어난다. 따라서 혈당 수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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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100 이하면 간식 먹고 운동하는 게 좋아

이처럼 운동 중에 발생하는 혈당 변동의 근간에는 복잡한 호르몬 반응과 대사 조절이 있다.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카테콜아민·코티솔·글루카곤)은 운동 강도에 비례해 증가하며 결국 혈당 상승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근육에서는 GLUT4(당을 세포로 옮기는 수송체)가 활성화된다. 포도당을 잘 흡수하므로 운동 후 혈당을 낮춰 혈당 안정화에 기여한다. GLUT4는 인슐린이나 근육 수축에 의해 활성화된다.

그러나 당뇨병(특히 2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GLUT4 활성화가 감소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작용하더라도 GLUT4가 충분히 이동하지 않아 근육과 지방에서 포도당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 그러나 근육 수축에 의한 GLUT4는 활성화된다. 당뇨병 환자도 운동하면 포도당 흡수가 촉진되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운동은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도움을 준다. 

고강도 운동 후의 일시적 혈당 상승은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 염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는 근육의 당 저장력을 높여주며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한다. 또 운동으로 산소를 많이 소비함으로써 기초대사율이 오르고 지방 산화도 촉진된다. 다만 당뇨병 환자는 운동 전 혈당이 100~250mg/dL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혈당이 100mg/dL 이하라면 간단한 간식을 섭취한 후 운동하는 것이 좋다.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