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으로 위암 잡기...조기 발견이 관건!

점막층에 국한된 암, 수술 없이도 완치 가능

2024-12-08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전통적인 암 치료 방법은 수술이다. 현대 의료 기술은 수술 없이 암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정 방사선을 이용해 암을 파괴하는 중입자 치료나 양성자 치료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치료법을 모든 암에 적용할 수는 없다. 특히 위장은 숨을 쉴 때마다 움직이는 장기여서 방사선만으로 위암을 치료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위암의 기본 치료는 여전히 전통적인 개복 수술이다. 

수술은 의사가 암 조직을 직접 보면서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신 마취와 절개 등으로 환자가 받는 신체적·정신적 부담은 상당하다. 암과 함께 위장 일부도 도려내므로 수술 후 환자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받는 부담을 줄이고 위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내시경 절제술이 개발됐다. 수술과 달리 전신 마취와 절개가 필요 없으며, 환자는 수면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처럼 수면 상태에서 치료받는다. 위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위암만 제거하므로 시술 후 환자의 회복이 빨라 입원 기간과 진료비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

무엇보다 개복 수술과 대등한 치료 효과를 보이며, 완치도 가능하다. 내시경 시술의 조기 위암 완치 비율은 약 95%에 달한다. 시술 경험이 쌓이면서 1cm 미만의 작은 암은 물론 3cm의 비교적 큰 암도 제거가 가능해졌다. 즉 내시경 시술이 가능한 범위를 약간 벗어난 조기 위암의 완치율도 90%가 넘는다. 10년 전만 해도 위암 내시경 시술 사례는 수술보다 적었지만, 현재는 내시경 시술이 수술과 비슷한 비율로 시행된다.

위장 내시경 검사 모습 ⓒ뉴스이미지뱅크

수술 없이 내시경으로 90% 완치

위암 환자들 사이에서 내시경 시술은 매우 안전한 치료법으로 통한다. 그러나 모든 위암 환자에게 내시경 시술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시경 시술에 적합한 위암에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조기 위암이라는 의사의 판단이다. 위장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4개 층(점막층·점막하층·근육층·장간막층)으로 구성된다. 점막(점막층과 점막하층)에 국한된 암이 조기 위암이다. 이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에 평소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서만 암을 발견할 수 있다. 

위암은 일반적으로 점막층에서 시작해 근육층 이하로 뿌리를 내리며 진행한다. 암은 근육층 이하로 침범하면서 주변 림프관이나 혈관으로 옮겨간 후 다른 장기로 퍼진다. 이 단계에서는 상복부에 불편감과 통증이 생길 수 있고, 소화가 잘되지 않으며 식욕도 떨어진다. 이런 진행성 위암에는 수술적 치료가 권장된다. 더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 암은 수술 전에 항암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조기 위암 중에서 암이 위 점막층에 국한된 경우라면 암을 내시경 올가미로 잡은 후 떼어내는 내시경 시술(EMR·내시경 점막 절제술)이 적합하다. 암이 위 점막하층까지 침범한 경우라면 고주파로 점막하층까지 절제하는 내시경 시술(ESD·내시경 점막하 절제술)이 필요하다. 두 가지 방식 모두 지혈제 등을 혼합한 생리식염수를 암 부위에 주입해 위장 벽의 층을 분리하고 시술을 진행한다. 암을 포함한 위장 벽의 층만 일부 제거하므로 위장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 박수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층을 분리하면 벗겨내는 공간이 생겨 천공(구멍 뚫림) 가능성이 줄어들고, 점막에 발생한 암을 완전하게 절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시경 시술로 제거할 수 있는 암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2cm 이하로 제한된다. 의료 기술 발달로 최근에는 그 이상의 크기를 가진 암도 내시경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암이 깊이 침투했거나, 림프관 또는 혈관으로 번진 징후가 보일 때는 내시경 시술이 어렵다. 위궤양이나 그 흔적도 없어야 한다. 

내시경 시술로 생긴 합병증 중 일부는 전신 마취 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다른 질환 등으로 전신 마취 후 개복 수술의 위험성이 높은 환자는 내시경 시술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다른 질환으로 인해 환자의 생존 기간이 짧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내시경 시술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노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특임교수는 “조기 위암 중 점막에 국한되고 분화도(정상 세포와 다른 정도)가 좋은 암은 내시경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또 현미경 검사를 통해 림프관이나 혈관에 암세포가 없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 내시경 시술 조건에서 암 크기는 요즘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위암 로봇 수술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40세 이상은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 받아야

수술과 비교할 때 발생 빈도는 낮지만 내시경 시술 후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시술 부위에 일시적인 궤양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출혈이나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 경미한 출혈은 대부분 내시경 치료만으로 해결하지만, 출혈량이 많을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과거 수술이 필요했던 천공도 크기가 지나치게 크지 않다면 내시경으로 봉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합병증을 빨리 발견해야 하므로 내시경 시술을 받은 환자는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약물 복용·식이조절·주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주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는 조기 위암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40세 이상은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되고, 40세 미만이라도 위암 가족력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암 치료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재발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주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는 필수다. 박수비 교수는 “약 10년 전만 해도 위암은 대장암과 발생률 1위를 다툴 정도로 국내에서 흔한 암이었다. 지금은 4위로 발생률이 낮아졌다. 다행히도 전 국민 대상 국가건강검진에 위암 검진이 포함돼 있어 증상 없는 조기 위암 발견율과 완치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국민의 약 20%는 위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는다. 박중민 중앙대광명병원 외과 교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중국·몽골의 위암 발생률이 높다. 하지만 제대로 위암 검진을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일본은 X선 검사(바륨 조영술)를 주로 하며, 몽골은 우리나라에서 배운 내시경 검사를 시작하려는 단계다. 한국은 위내시경 검사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40세 이상은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장된다. 이 가운데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하는 사람은 60%이고, 개별적이나 직장별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사람은 15~20%다. 결국 대상자 중 약 20%의 국민은 위암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위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극적인 음식 피하고 헬리코박터균 제거해야

규칙적인 위내시경 검사로 만성 위염을 발견하면 위암을 예방할 수도 있다. 만성 위염 중 가장 흔한 것은 만성 위축성 위염이다. 만성 위축성 위염이란 장기간 지속된 염증으로 위의 점막이 얇아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 자체만으로는 건강이나 소화 기능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가 대부분 파괴되므로 위산이 분비되지 않는다. 이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되면 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하는데, 이것이 장상피화생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 위장이 소장이나 대장처럼 변하는 것을 뜻한다. 장상피화생이 있는 사람의 위암 위험은 정상적인 위장 상태를 가진 사람보다 10배 높다.

만성 위축성 위염의 주요 원인은 헬리코박터균 감염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가 규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전체 위암의 70~80%는 헬리코박터균 관련 위염과 연관이 있다. 다른 주요 원인은 자극적인 음식이다. 짜고 매운 음식은 위장을 자극해 만성 위축성 위염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매운 음식과 절인 식품을 즐기는 식습관의 영향으로 서양 국가들보다 위암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박수비 교수는 “맵고 짠 음식이 만성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병리학적 변화가 심한 사람일수록 위암 유병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평소 맵거나 짜거나 탄 음식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을 길러야 한다. 또 위내시경 검사로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확인됐다면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상담해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위암 치료를 받은 사람이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해야 위 점막을 보호하고 위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경우 대부분은 증상이 없으나, 일부는 소화불량이나 상복부 통증 같은 불편감을 느낀다.

양한광 국립암센터장(외과 전문의)은 “우리나라는 위암 조기 발견에 매우 적극적이다. 국가검진사업이 그 증거다. 그러나 개선할 부분이 있다. 위암 고위험군을 위한 정교한 검진 체계를 갖춰야 한다. 즉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 위염이 있는 고위험군에 대한 맞춤 검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또 대국민 교육도 필요하다. 정부와 의료계는 교육 자료를 제작하고 배포해 국민이 스스로 위암을 예방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위암 발생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