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운동 즐기는 20~40대 ‘고관절’이 위험하다
고관절염·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주의보
골반과 다리뼈 사이의 고관절(넓적다리 관절)은 한 번 손상되면 완벽한 회복이 어렵다. 고관절을 손상하는 질환으로 퇴행성 고관절염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대표적이다.
퇴행성 고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닳아 염증이 생기고 통증·변형·부종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퇴행성’이라는 표현 때문에 노년층에게만 생긴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선천적 또는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젊은 층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행성 고관절염 환자 수는 약 9만 명으로 이 중 약 17%인 1만5000명이 20~40대의 젊은 층인 것으로 집계됐다.
젊은 층의 퇴행성 고관절염은 주로 잘못된 자세·비만·외상 등이 주요 원인이다. 다리를 자주 꼬고 앉거나 짝다리를 짚고 서는 자세는 고관절에 좋지 않은 자세다. 급격히 체중이 증가하면 고관절에 압력이 높아지고, 사고·운동 같은 외상으로 고관절이 변형되기도 한다. 이동녕 목동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고관절은 엉덩이에 있는 골반과 대퇴골(넓적다리뼈)을 잇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관절로 체중을 지탱하고 보행이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퇴행성 변화나 외상이 주요 원인이지만 음주나 혈관 손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대퇴골 윗부분의 둥근 모양이 대퇴골두인데, 여기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괴사하는 질환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다. 술을 자주 마시면 알코올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여 혈액이 쉽게 응고된다. 이는 미세혈관이 막아 뼈 괴사를 유발한다. 특유의 음주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인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발병률이 서양보다 5배 이상 높다. 그 외에 고관절 부위의 골절·탈구·신장질환·간질환·잠수병도 원인으로 꼽힌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30~50대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약 3배 더 많다. 주요 증상은 통증인데, 통증 부위가 명확하지 않아 허리 디스크로 오인하기 쉽다. 구분하기 위해서 허리보다는 허벅지 안쪽 통증이 느껴지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을 때 불편함이 있는지 파악하면 된다. 또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의 뻐근한 통증이 주요 증상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 이유 없이 가랑이와 엉덩이 부위가 아픈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되고 다리를 절게 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이동녕 원장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급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금방 광범위한 손상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괴사가 진행된 지 6개월 만에, 빠르면 급성으로 4주 만에 심하게 진행돼 고관절 뼈가 주저앉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