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책임 받겠다” 尹, 어떤 혐의 적용받나…전두환·노태우 사례 보니

대법원 “헌법기관 마비=국헌문란 행위”, 국회·선관위 점거 핵심 내란죄·직권남용·군사반란교사죄 등 거론...공범 처벌도 관건

2024-12-07     김현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대국민 담화에서 지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KTV 유튜브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기습적으로 선언한 비상계엄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태 이후 사흘간 침묵을 깨고 나온 대국민 사과였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정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업무 범위 밖인 ‘정치인의 위치 추적 결과’를 국군방첩사령부와 공유하라고 지시하고, 비상계엄 지시와 설계 작업에서 윤 대통령의 동문인 ‘충암고등학교’ 라인이 보고체계를 건너뛴 점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비상계엄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건의’가 아니라 사실상 윤 대통령의 ‘강력한 뜻’으로 비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내란죄·군사반란교사 등 혐의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상계엄은 정치적 행위? “처벌 가능하다”

물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상 권한이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고도의 정치적 통치 행위’라며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는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환·노태우의 과거 대법원 판례에 따라 힘을 잃게 된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닌 행위”라면서도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지면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심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은 대학생 시절 모의재판에서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법조계는 이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형법상 내란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실패한 내란’의 경우에도 처벌 가능하다. 내란죄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에게 적용된다. ‘정점(우두머리)’에게는 최대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내란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 그 밖에 중요한 임무를 한 자 역시 최대 사형까지 가능하다. 미수범, 단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처벌 대상이다.

관건은 여기서 ‘국헌문란’이 무엇이냐다. 현행법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과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고위직을 지낸 인사는 “형법이 규정한 내란죄에는 ‘헌법기관에 대한 마비’가 있어야 가능한데, 이번 사태 당시 마비당한 헌법기관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언 직후 국회 출입이 원활치 않았다.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구를 모두 폐쇄하면서다. 경찰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조차 불허하면서 의원, 보좌진들과 충돌이 일어났다. 계엄군이 선관위도 점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과거 전두환·노태우 사건에서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헌문란의 목적의 하나”라며 “여기서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건 그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사실상 상당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폭넓게 해석했다. “헌법기관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강압해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 또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강요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군형법상 군사반란교사죄 등도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비상계엄 절차적 하자 등 공범도 주목해야”

다가올 ‘사법부의 시간’에서 공범 문제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가 바라보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①비상계엄의 타당성 ②대통령의 재량권 일탈 내지 남용 여부, 그리고 ③절차적 정당성을 얻었느냐다. 여기서 비상계엄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에 따라 가능은 하지만(①), 대통령의 재량권을 넘어선 헌법기관 마비 등이 있다면(②)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 전두환·노태우의 사례에서 확정된 판례가 있다. 절차적 정당성(③)도 핵심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비상계엄 심의와 실행에 동조한 내란죄 공범 여부도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당장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처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고등학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정치인 체포’를 하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기관까지 동원하려 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해 주요 정치인의 위치 정보를 방첩사에 제공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6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이 정치인들을 체포하기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하려 했다”고 했다.

비상계엄 직전인 3일 밤 윤 대통령이 소집한 국무회의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안을 심의한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역시 내란 방조나 공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에 적극 찬동하거나 중요 임무를 수행했다면 공범으로 처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