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배신자 안철수” “계엄 오히려 늦었다” 흥분한 전광훈의 광화문
대국본, 자유통일당 등 보수 단체 광화문 집회…주최 측 추산 30만 집결 문재인·이재명·한동훈·안철수 등 문제 삼아...“비상계엄은 정치행위” 엄호
“대한민국 만세! 오늘 우리가 이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른 7일 오후 5시30분경.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이자 자유통일당 상임고문, 일부 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교차로에 집결한 시민들을 향해 이처럼 외쳤다. 국민의힘 의원 107명이 탄핵 표결에 불참한다는 뉴스 속보가 알려진 직후다. 당시 안철수 의원만이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었다. 전 목사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자유통일당 등 보수 성향의 단체가 주최한 집회에서 안 의원을 향해 “배신자”라며 세를 과시했다.
전광훈 “거대 야당의 尹 탄핵 시도 심판 받아야”
이날 광화문에는 주최 측 추산 30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5호선 광화문역 인근 코리아나호텔에서 시청역 2번 출구까지, 약 300m의 6차선 중 5차선 도로는 집회 참가자들로 붐볐다. 같은 방면으로 향하는 인도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2층 등 곳곳에서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시민들이 보였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국회 앞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광훈 목사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엄호했다. 그는 과거 집회에서도 비상계엄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한 듯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다시 자유 통일 대한민국으로 만들 기반을 확립했다”고 했다. “거대 야당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를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도 했다. 자유통일당 당원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적 통치 행위”라고 정당화했다.
집회에서는 특정 정치인이 공격 대상이 됐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성향을 지적한 전 목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간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상가로 ‘신영복’이라고 말했다”라면서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두고는 “문재인을 체포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도마 위에 올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 목사는 “문재인보다 더 악한 사람이 이재명”이라며 이 대표의 대북관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탄핵 부결이 안 되면 대한민국은 끝난다”며 “이재명은 본인이 구속되지 않으려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것이고, 여기에 동조하는 게 한동훈”이라고 했다. 한 대표를 상대로는 “대통령부터 할 생각 말고 서울시장부터 하라”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여사님, 오늘부터 밤잠 편히 주무십시오”
이날 집회의 열기는 오후 5시20분경부터 가열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20여분이 지나 ‘김건희 특검법’ 부결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는 절정에 달했다. “한동훈은 끝났다”고 전 목사는 외쳤다.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향해서는 “오늘부터 밤잠을 (설치지 말고) 잘 주무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 언론 개편을 공개 요구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계엄령이 잘못됐다는 모든 언론의 앵커부터 바꾸시라”라며 “오늘부터 끝났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그는 이어 “언론사 전체를 다 개편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기죽을 필요 없다”고 힘을 보탰다. 일부 언론을 겨냥한 듯 “간첩질을 하지 말아라”라고 했다.
다양한 연령대로 보이는 시민들은 전 목사의 외침에 호응했다. 태극기나 성조기, 혹은 밝게 킨 휴대전화를 구호에 맞춰 흔들었다. 중·장년은 물론 10대부터 30대까지 보이는 이들도 집회에 참가했다. 50대 남성 김성훈(가명)씨는 대학생들로 보이는 남성들을 가리키며 “젊은 친구들이 많이 왔다”며 “윤 대통령의 탄핵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 부결 소식 직후에는 특히 “우리가 이겼다” “할렐루야” 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민들이 든 ‘이재명 구속하라’ ‘주사파 척결하라’라는 피켓은 이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글귀도 현장에서 보였다.
서울 강서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박미령(가명·48)씨는 생전 처음으로 집회에 나왔다고 한다. 박씨는 그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뉴스 기사를 챙겨보지 않는다”고 운을 뗀 그는 “그런데 윤 대통령의 3일 밤 대국민 담화를 보면서 예산 처리, 탄핵 남발 등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자체가 놀랍긴 하지만 이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사유가 존재했고 이후 절차에 맞게 해제된 것 아닌가”라며 윤 대통령에게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