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헌문란, 폭동, 고의성...‘피의자 윤석열’ 내란죄 유죄 가능성은
검찰·헌재 출신 등 법조계 5인이 짚은 3대 핵심 쟁점 비상계엄의 위헌성, 내란죄 요건인 ‘국헌문란’에 해당한다는 견해 있어 ‘절차 무시’ ‘尹 직접 지시’ 등은 수사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사정 당국의 칼끝이 윤석열 대통령을 조여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만이 문제가 아니다. 형법상 내란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 윤석열’은 수사기관의 신병 확보 위기에도 직면했다. 계엄 사태 이후 일주일 만에 내려진 출국금지 조치에 이어서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내란죄는 최대 사형에 처해지는 중대 범죄다. ‘재직 중에는 형사상 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는’ 현직 대통령도 내란죄에서는 예외다. 윤 대통령의 구속은 물론, 기소는 이제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란죄의 ‘정점’인 윤 대통령이 유죄를 받을 가능성은 있을까. 검찰과 헌법재판소 출신 등 법조계 인사 5인의 견해를 핵심 쟁점별로 종합해 봤다. 이번 사안은 현직 대통령이 내란수괴죄의 피의자로 입건된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와 비슷한 선례도 극히 드물 정도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시사저널은 자문에 응한 이들의 요청에 따라 기사에는 실명을 기재하지 않았다.
① ‘비상계엄=대통령 권한, 통치행위’여도 법원 심판대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 세력은 12·3 비상계엄의 타당성을 주장한다. 계엄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법체계상 ‘최고 규범’에 관련 근거도 있다. 헌법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제77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나뉘는데, 비상계엄이 국민의 기본권을 더 제한한다. 비상계엄일 때는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 등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계엄은 전시·사변 등 요건이 엄격하다. 절차도 까다롭다. 선포 시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通告, 서면이나 말로 소식을 전해 알림)해야 한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계엄은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고도의 정치적인 통치행위”라는 반론도 나온다. 통치행위는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과거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환·노태우의 대법원 판례가 그 근거다.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 행위를 두고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닌 행위”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지면 법원은 그 범죄행위를 심사할 수 있다”고 결론을 냈다.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도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②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 내란죄 요건 해당 어디까지
비상사태 문제는 이제 ‘사법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12·3 비상계엄이 요건에 해당하는지, 대통령의 재량권 일탈 내지 남용이 있었는지, 절차적으로 정당한지 등이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12월3일 밤 설명한 비상계엄 선포 배경은 이랬다. 주요 기관장에 대한 야권의 탄핵 남발, 민생예산 삭감 등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사실상 국정 마비 상태였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헌법상 비상계엄 요건으로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게 다수의 견해다. 대통령 파면(인용)이나 기각 결정을 내리는 헌법재판소와는 달리, 윤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형사상 문제로도 이어진다. 현재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3대 수사기관은 형법상 내란죄와 함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도 보고 있다. 이 중 핵심 혐의는 현직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되는 ‘내란죄’다.
그 정점은 윤 대통령으로 지목된다. ‘내란 수괴(首魁=못된 짓을 하는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꼬리표가 뒤따르는 이유다. 내란죄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제87조)”에게 적용된다. 우두머리를 비롯해 내란 모의에 참여·지휘하거나 중요 임무 종사자는 최대 사형에 처한다.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분위기는 짙어지고 있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에 ‘윤 대통령과의 공모’를 적시했다. 법원은 12월10일 밤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등의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죄 혐의 소명 등이 이유였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유·무죄를 가를 쟁점은 내란죄 요건에 해당하느냐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영토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 배제 혹은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는지다.
여기서 국헌문란은 ‘헌법기관 마비 상태’를 의미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97년 “헌법기관 영구 폐지뿐 아니라 사실상 상당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 범위를 폭넓게 해석한 것이다. 계엄군은 비상계엄 당시 헌법기관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했는데, 이는 곧 국헌문란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이런 취지의 조문도 있다.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헌법상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규정이다. “국회 등을 점거하고 불법으로 진입하려고 한 행위는 위헌인 데다 내란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사가 빨라지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폭동의 기준도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은 “다수인이 국헌문란 등의 목적으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을 하면 이미 내란의 구성요건은 완전히 충족된다”고 했다. 폭동은 곧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로 볼 수 있다. 6시간여 만에 끝난 비상계엄 사태가,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넘어 지방의 평온을 해쳤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형법상 국헌문란과 함께 폭동 등의 요건도 인정돼야 내란죄가 성립된다.
③ 내란죄 ‘고의성’ 판단에 “대통령 직접 관여” 증언은 불리한 요소
내란죄의 고의성은 특히 논란거리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헌문란의 내란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느냐다. 견해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당시 상황으로 유추할 수는 있다. 우선 절차적 하자 부분이다. 12월3일 밤 비상계엄 선언 직전 국무회의가 급하게 열렸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이때야 비상계엄 소식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반대했지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밀어붙였다.
물론 국무회의는 의결기관이 아닌 심의기관이다. 그러나 국무회의가 형식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12월3일 밤 국무회의는 5분여 만에 끝났다. 속기록도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월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 안건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정식 건의도, 정식 심의도 없었다”고 인정했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등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 대해 함께 문서에 서명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지체 없이 통고하지 않은 사실도 절차적 하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란죄의 고의를 강화하는 요소”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거론한 비상계엄 배경도 무색해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여름부터 계엄을 거론했다는 증언 등이 나온 것이다. 야당의 탄핵 남발, 민생예산 삭감 등 윤 대통령이 당초 설명한 이유와 동떨어진다.
다만 결과적으로 국회가 12월4일 새벽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를 결의했고, 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사실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견해는 있다. 1997년 전두환 등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이 제기된 배경이다. 내란죄는 여러 요건을 따져야 하는 만큼 엄격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내란죄의 입증이 까다롭기도 하다. 내란죄의 경우 고의성과 함께 국헌문란 등의 목적(목적범, 고의 이외의 목적도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도 함께 따져봐야 하는 혐의다.
윤 대통령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2월12일 오전 대국민 담화에서 헌법기관 기능을 마비시킬 의도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했다는 등 여러 이유를 열거하면서다. 대통령으로서, 부정 선거 의혹 파악 등 국가를 위해, 절차에 맞게 비상계엄을 선언하고 해제했다는 취지다. 이런 고의 여부와 범죄 성립 요건은 향후 사법부의 중점 심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주요 증언은 이때 중요하게 참고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 정황은 불리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과 직접 통화하면서 주요 정치인에 대한 체포 등을 지시했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문을 부수고 국회에 진입해라” “국회의원을 체포하라” 등의 발언이다. “주요 정치인의 위치정보를 공유하라”는 등 업무 범위 밖의 지시를 강요한 의혹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한 혐의 입증은 수사기관의 몫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근 들어 윤 대통령에 대한 신병 확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 구체적 공모 과정 등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에서는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현직 대통령의 내란죄 사례는 초유의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은 핵심 증언 등 증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증인들은 법정 증언석에 서야 한다. 재판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일부 인사도 사용한, 대표적인 재판 지연 전략이다. 법조계는 윤 대통령의 해명을 토대로 그 가능성을 높게 본다. 실패한 내란죄도 처벌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