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올해의 연예 인물] 로제, 《APT.》로 한국 문화 전도사 되다
글로벌 음원 차트 싹쓸이…《APT.》로 K컬처 열풍 불러
역사는 선이 아닌 점으로 기억된다. 굵직한 사건들이 알알이 점으로 찍혀 한 해를 기록한다. 2024년에 찍힌 점들은 어느 때보다 크다. 대한민국 역사상 44년 만에 비상계엄이 다시 선포된 해이자, 세계인의 자랑거리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해이기도 하다.
2024년은 역사에 길이 남을 대형 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흘러간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지는 후세대에 달려 있다.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 이후 매년 12월 송년호에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발표해 오고 있다.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의 투표와 정기독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가장 컸던 인물을 선정하는 작업이다.
시사저널이 선정한 ‘2024년 올해의 인물’은 또 하나의 페이지를 장식하며 역사에 남을 것이다.
K팝이 글로벌 무대에서 관심을 끈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 로제가 일으킨 신드롬에는 특별한 구석이 있다. 로제가 ‘술 게임’에서 착안해 작곡한 《APT.》가 K팝을 ‘K컬처’ 열풍으로 확대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우리 음주 문화와 ‘콩글리시’로 이루어진 3분짜리 노래에 전 세계가 한국 문화의 깊은 곳까지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로제는 《APT.》와 함께 한국 여성 가수 역대 최초 빌보드 톱10,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1위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유튜브에 공개된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K팝 솔로 가수로는 최단 기간에 3억 회를 돌파했다. 시사저널은 올해 최대 히트곡과 더불어 K컬처를 알리는 데 앞장선 로제를 ‘올해의 연예 인물’로 선정했다.
지난달 미국 잡지 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로제는 《APT.》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에 대해 뿌듯함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 문화는 가장 흥미로운 문화 중 하나”라며 “한국 문화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인 브루노 마스에게 손을 내민 것도 로제였다. 로제는 “브루노 마스가 《APT.》를 부를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주변에서 내가 유일했다”며 “다들 그 노래는 안 부를 것이니 보내지 말라는 반응이었지만, 이 노래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브루노 마스가 한국식 발음 그대로 ‘건배’와 ‘아파트’를 외친 덕에 해외 팬들의 관심도 한층 커질 수 있었다.
로제가 쏘아올린 한국 문화 열풍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미국 패션 전문지 보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로제가 ‘소맥’과 김치볶음밥을 만드는 영상은 조회 수 500만 회를 넘어섰다. 국내에선 YG엔터테인먼트의 음원을 유통하는 회사인 YG플러스의 주가가 2배 이상으로 급등하기도 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가수”
로제 신드롬은 현재진행형이다. 《APT.》는 발매 7주 차인 12월10일 기준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7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이미 글로벌 음원 차트에서 전례 없는 기록을 썼음에도 여전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APT.》뿐만이 아니다. 향후 로제가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에 더 관심이 모이고 있다. 로제는 12월6일 정규 1집 ‘rosie’를 발매하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로제는 총 12곡이 수록된 이 앨범에서 전곡 작사·작곡에 참여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블랙핑크 멤버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내년 완전체 컴백을 계획하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로제의 《APT.》는 글로벌 팝 시장에서 K팝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수용해 세계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사례다”며 “이제 K팝이 K를 떼고 팝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징후를 로제와 《APT.》라는 곡이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