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수사’ 기습 이첩에 검찰 내홍…심우정 결정에 특수본 반발
대검, ‘내란 정점’ 尹 사건 공수처로 이첩 결정 박세현 본부장 및 수사팀, 심 총장 항의성 방문 대검 “여러 의견 들어 결정…향후 수사방향 논의”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을 결정하면서 수사팀이 동요하는 등 내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세현 서울고검장은 이날 오후 3시35분께 대검찰청을 찾아 1시간가량 심우정 검찰총장과 면담했다. 특수본에서 수사 실무를 맡은 이찬규 부장검사 등 수사팀 소속 검사들도 박 고검장과 동행했다.
박 고검장과 이 부장검사는 이 자리에서 대검이 윤 대통령 사건을 수사팀과 충분한 상의 없이 공수처로 기습 이첩한 결정에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진동 대검 차장은 이날 오전 오동운 공수처장을 만나 윤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기로 합의했다. 대검과 공수처는 이 같은 사실을 동시에 공지했다.
그러나 특수본은 대검이 공수처와 협의해 윤 대통령 사건을 넘긴다는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첩 발표가 난 후 수사단은 크게 동요했고, 이에 발표 3시간여 만에 대검을 찾아 지휘부 판단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고검장 등이 항의성 방문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대검은 "특수본부장 등의 대검 방문은 검찰총장의 소집에 따른 것"이라며 "금일 비상계엄 사건 공수처 일부 이첩 협의와 관련한 향후 수사 방향을 논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자리에서 심 총장과 이 차장은 이첩 결정 이유 등을 설명하고 수사팀 의견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을 기소할 권한이 없는 만큼 결국 수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로 사건을 넘겨야 하고, 검찰의 보완 수사 역시 가능한 점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고검장 등은 내란 혐의의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한 것은 결국 사건의 핵심을 내준 것과 마찬가지라며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박 고검장과 수사팀 일행은 면담 후 고검 청사로 돌아오며 '항의성 방문인가', '공수처 이첩이 수사팀과 사전 조율되지 않은 것이냐' 등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아직 입장 정리가 안 됐다"고만 답했다.
尹 사건 내준 대검 결정에 특수본 '당혹'
특수본 내부에서는 대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정점인 윤 대통령을 향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시점에 예상치 못한 이첩 통보가 내려오면서 수사 동력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 특수본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12·3 비상계엄 핵심 군 지휘부 5명을 잇달아 구속했다.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판단한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서를 발송하는 등 직접 조사에도 강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윤 대통령이 1차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검찰은 이례적으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검찰은 소환에 불응한 윤 대통령에 오는 21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라고 재통보한 상태다. 윤 대통령이 '친정'인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될 지 여부에 촉각이 쏠린 상황에서 공수처로 사건이 이첩되면서 검찰청사 내에서의 소환조사는 결국 '불발'로 마무리 됐다.
검찰과 공수처, 경찰은 현직 대통령이 정점에 있는 이번 사건의 수사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여왔다. 공수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및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공조수사본부를 구성해 협력하고 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각 부처 장관 간 조율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사기관 간 경쟁으로 중복 수사 우려가 커졌고, '피의자의 수사기관 쇼핑'을 가능케 한다는 비판도 커졌다.
대검 역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내란죄 직접 수사권이 없고, 향후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및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증거가 배척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이진동 차장과의 회동에서 공수처법을 언급하며 수사기관은 공수처의 이첩 요구에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측은 "총장이 여러 의견을 듣고 검토한 뒤 수사가 잘 진행되게 하자는 취지에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