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로서 탄핵”vs“통 대행인데”…한덕수 탄핵 둔 여야 ‘동상이몽’
민주당 “총리에 대한 탄핵, 151명의 찬성만 필요…탄핵사유도 충분” 권성동 “韓 탄핵, 200명 찬성 필요…사유 충분했으면 총리 때 발의했어야”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권한 대행의 ‘탄핵 방법’을 두고 여야가 공방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총리 탄핵소추 기준’을 적용해 한 대행 탄핵 가능성을 시사하자, 국민의힘이 한 대행을 탄핵하려면 ‘대통령 탄핵소추 기준’이 필요하다고 맞불을 놓으면서다. 전자의 경우 거야의 힘만으로 한 대행을 탄핵시킬 수 있으나, 후자는 국민의힘 내 이탈표 없이는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24일까지 한 대행이 ‘내란 특검법’ 등을 공포하지 않을 경우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엄포를 놓은 가운데, 향후 한 대행의 ‘해고 절차’를 둔 여야의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韓 탄핵 데드라인’ 그은 野…“총리로서 탄핵”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24일까지 (내란) 상설 특검 후보 추천 의뢰와 특검 공포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즉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일반특검법을 두고도 “즉시 공포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탄핵 추진을 방침을 밝히며 한 대행 압박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한 대행을 탄핵 시 ‘대통령 대행’이 아닌 ‘총리’로서 탄핵하겠다는 입장이다. 헌법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300명)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국무총리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과반수(151명) 찬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 대행에 대한 ‘총리 탄핵’으로 따진다면 민주당(170석) 단독으로 가결될 수 있지만, 대통령에 준하는 ‘권한대행 탄핵’으로 볼 경우 국민의힘(108명)에서 8명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앞서 ‘한 대행 탄핵안’을 작성한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0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 대행을) 총리로서 탄핵하는 것으로, 어떤 경우에도 (탄핵안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수(151명)의 찬성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대행 탄핵안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작성할 무렵에 이미 다 써놨다”고 했다(「[단독] 野, ‘한덕수 탄핵’ 준비는 끝냈다…“계엄 직전 ‘권한 없는’ 국무회의 소집은 ‘내란 가담죄’”」 기사 참조).
김 수석부대표는 “탄핵 시기는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계없다. 핵심은 ‘내란을 진압하는 데 탄핵이 필요하다면 오늘이라도 탄핵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당에서 논의하고 있는 ‘탄핵 시기’ 스펙트럼은 넓은데, 내란 진압이 시급하다면 시기 상관없이 탄핵할 수 있다. 지금 (탄핵을) 잠시 미룬 이유는 국정 안정을 고려한 것이지만, 국정 안정과 내란 진압이 충돌한다면 내란 진압이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與 “총리 향한 탄핵 인질극…그간 탄핵소추도 모두 엉터리”
야당이 ‘한덕수 탄핵’ 압박 강도를 높이자 여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민주당의 정족수 논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지금 권한대행인 사람을 총리로서 탄핵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생각해봐라. 만약 과거 장관을 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됐을 경우, 대통령을 탄핵할 때 과거 장관시절의 의결 정족수를 기준으로 탄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회 본청에서 기자와 만나 “(한덕수는)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인데 (민주당이) 총리로서 탄핵하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고도 거듭 비난했다. 권성동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사저널의 김용민 부대표 인터뷰 기사를 거론하며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총리탄핵안 미리 써놨다’, ‘총리 시절 행위에 대해서만 탄핵사유 삼으려한다’고 밝혔다”며 “총리 탄핵이란 칼을 대통령 권한대행 목에 들이대고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찌르겠다는 탄핵 인질극”이라고 비판했다.
‘총리에 대한 탄핵’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권 대행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사유가 충분했다고 판단됐다면 그때 바로 ‘총리 탄핵안’을 발의했어야 한다”며 “(총리 시절에) 써놓은 걸 지금 사용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심지어 야당은 탄핵했어야 할 총리에게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 맡긴 건데, 이건 넌센스 넘어 직무유기를 자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 탄핵이 진행된다면 이는 명백히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며, 야당은 권한대행에 대한 직무집행 책임을 묻는 탄핵안을 발의해야 한다”며 “(그렇게 할 경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명)의 동의가 필요한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지난 7월 이상인 전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 대해 탄핵을 추진한 사례도 거론했다. 권 대행은 “당시 국회는 이 직무대행을 방통위원장과 동일한 지위로 보아서 탄핵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국회가 한 권한대행을 국무총리로서 탄핵한다면 이는 이상인 직무대행 탄핵안 상정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사무처는 이 부분에 대해 중심을 잡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권 대행은 또 그간 민주당이 처리해온 탄핵소추를 하나씩 짚으며 “허술하고 엉터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3일 만에 의결한 점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에 대해 헌법재판소(헌재)가 소추 사유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 점 ▲이창수 중앙지검장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준비기일이 국회 측 불참석으로 3분 만에 종료된 점 등을 꼬집었다.
민주당의 검사 탄핵 사례도 언급했다. 권 대행은 “검사 탄핵도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난 루머성 가짜뉴스나 사유가 불분명한 공무원 중립 의무 위반, 직무유기 혐의 등을 기반으로 이뤄졌다”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수사한 검찰에 대한 분풀이성 보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헌법과 헌재를 농락하는 민주당의 탄핵절차에 결코 휘둘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