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앞 대행은 ‘파리 목숨’? 한덕수 이어 최상목도 탄핵 소추될까

차기 대행은 최상목 경제부총리…“한덕수 탄핵은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 ‘추가 탄핵’ 벼르는 野…“내란 진압 급선무, 헌법재판관 임명 지켜볼 것”

2024-12-27     변문우 기자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연쇄’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국회 추천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을 거부하자 거야는 즉각 탄핵열차를 출발시켰다. 야권은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에 따라 추가 국무위원 탄핵 가능성도 시사했다. 차기 권한대행을 맡게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탄핵될 경우 국정 혼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3월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 탄핵안’ 野 주도로 가결…與 “이재명 위한 탄핵”

한덕수 대행 탄핵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92표로 가결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한 대행이 국정을 대리 수행하게 된 지 14일 만이다. 앞서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고 전원 표결에 불참했다. 이들은 표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의장석으로 모여 “(탄핵) 원천 무효”를 외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안에 대해 효력 정치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 직무대행의 탄핵안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이 아닌 3분의 2 이상이라는 판단에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의 탄핵은 나라와 국민을 위한 탄핵이 아니라 이재명 본인을 위한 탄핵”이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이 한 대행의 탄핵을 추진한 실질적 사유는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판가름할 헌법재판관 3명을 한 대행이 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한 대행은 26일 오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신에 대한 탄핵안 가결까지 각오하면서 맞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실제 한 대행은 나흘 전부터 본인이 탄핵될 운명을 예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그는 12월23일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마음 단단히 먹고 나를 이어 (권한대행을) 맡을 준비를 하세요”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알려졌다. 또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정족수도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재적의원 3분의 2가 필요하다고 보는 만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소송을 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위원 간담회를 마친 직후 국무위원들과 함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인 다역’ 맡은 최상목…헌법재판관 임명할까

한 대행이 탄핵되면서 차기 권한대행은 최상목 부총리가 이어받게 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된 셈이다. 최 부총리는 정통 관료 출신으로 거시경제와 금융정책에 능통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대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간사를 맡아 현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의 초안을 그렸으며, 이후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맡아 국내외 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 부총리는 최근 일련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져 야권의 기대를 받고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 부총리가 한 권한대행보다 낫다”면서 “최 부총리는 비상계엄에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반대했고 국무회의장을 뛰쳐나온 사람 아니냐”고 치켜세웠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같은 날 “최 부총리는 (계엄 직전 회의에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냈다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가 민주당의 바람대로 ‘쌍특검(내란‧김건희)법’을 공포하고 ‘헌법재판관 임명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최 부총리는 이날 한 대행의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에 브리핑을 열고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소추”라며 “계속되는 탄핵 위협으로 행정부 역량은 위축되고 종국적으로 국민위원들의 존재 이유는 없어질 것이다. 정치권은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재고해달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무위원 5명을 추가 탄핵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무위원 5명이 모두 탄핵당하면 국무회의가 안건을 의결할 수 없어 정부로 이송돼 있는 법안이 자동으로 공포된다는 판단에서다. 관련해 민주당 재선 의원도 시사저널과 만나 “지금은 국정 안정과 내란 진압을 놓고 비교하라면 내란 진압이 우선”이라며 “헌법과 법률에선 국정 안정을 위한 장치가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도 연쇄 탄핵 카드에 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환율이 1470원을 넘는 등 경제 위기가 극심한 상황에서 국방‧외교‧안보 분야도 비상이 걸린 만큼,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1인 다역’을 수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까지 탄핵할 경우 “국정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여당의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