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후의 관점] ‘태도의 자유’…상황의 노예가 되지 않는 법

혼란한 세상, 일상을 지치게 하는 정치... 상황에 떠밀린 부정의 감정 훌훌 털어버리고 긍정의 감정으로 더 넓은 세상 볼 수 있어야

2024-12-30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요즘 뉴스를 보면 “정치를 외면한 댓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는 플라톤의 말이 피부로 느껴지는 시간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따위는 전혀 관심 없다”는 듯한 정치의 태도 때문에 느껴지는 분노와 피로감이 우리의 마음을 짓누른다. 절망스러운 뉴스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이러한 자극들이 우리의 내면을 잠식하지 못하게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일상은 우리가 품은 감정에 의해 좌우된다. 20세기의 저명한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 철학자인 빅터 프랭클의 말처럼,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삶의 무게 속에서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우리의 태도, 즉 감정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하루를 어떤 감정으로 시작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선택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감정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이며, 우리의 행동과 결정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인 감정으로 시작한 하루는 일상 속에서 기쁨과 배움을 찾게 해주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불만과 불평으로 우리의 시야를 좁히고 만다.

얼마 전 강연을 가는 내내 앞에 펼쳐진 하늘은 너무 맑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강연장까지 데려다 주시는 택시 기사님은 타자마자부터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왜 아파트 안까지 들어오라는데? 짐 많은 외국인들이 명동 안까지 택시를 불러 고작 서울역 가자고해. 짜증나 정말! 짧은 거리는 걸어다녀야 하는거 아냐?” 그는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나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택시 안의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말했다. “기사님, 오늘 하늘 정말 맑고 아름답지 않아요?” 그러나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젠장! 먹고 살기도 바쁜데 하늘 볼 시간이 어디 있어?”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무리 세상이 아름답다 한들 우리의 감정이 그것을 차단하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정은 우리 마음의 창이기도 하고, 동시에 눈을 가리는 장막이 되기도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단순히 순간의 불쾌감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갉아먹는 불씨가 된다. 한자로 ‘화(火)’는 불을 뜻하며,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 있다. 이러한 화가 쌓이면 결국 ‘모든 재앙과 액화‘를 의미를 의미하는 ‘화(禍)’로 이어질 수 있다. 불만과 분노에 사로잡힌 순간 우리는 주위의 좋은 것들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게 된다. 귀엽게 웃는 아이의 소리도, 맑은 하늘도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간단하다. 긍정적인 감정을 의식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매일 아침, 오늘 하루를 어떤 감정으로 시작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가 세상에서 불만과 문제만을 보게 하지만, 긍정적인 감정은 기쁨과 배움, 사랑을 발견하게 만든다.

물론 긍정적인 감정을 키우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노력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우리 마음속에 긍정의 관성을 만들어 낼 것이다. 하루를 기쁨과 감사의 감정으로 시작하는 연습은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바로 ‘태도의 자유’를 이야기했다. 삶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아무리 대한민국 정치가 실망스럽고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우리의 감정을 그것들에게 빼앗길 이유는 없다. 우리의 감정은 우리의 것이며, 그것을 긍정으로 채울지 부정으로 채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택시 기사님처럼 하늘을 볼 시간이 없다고 말하며 불평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우리는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오늘, 어떤 감정으로 하루를 시작할 것인가?” 이 질문이야말로 우리의 하루를, 나아가 우리의 인생을 변화시킬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절대 우리를 가둔 상황이 우리를 마음대로 다루지 않게 해야 한다. 감정의 주도권도, 생각의 주도권도 내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절대 상황의 노예로 살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