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도 헌재 ‘8인 체제’로 탄핵 심판…여야 유불리 따져보니

신임 재판관 2인 임명…尹 탄핵심판 사건 본격 변론 전망 국민의힘, 崔대행 공개비판 자제…‘尹의 편지’ 당정 간 괴리 키워 민주당, 역풍 우려 崔대행 탄핵 언급 안해…우의장, 권한쟁의심판 청구 검토

2025-01-02     박나영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따른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9인 완전체는 아니지만 '8인 체제'로 탄핵 심판이 가능해진 만큼 여야 각각 셈법이 복잡해진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임명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지만 당내 일각에선 임명을 마냥 미룰 순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을 2명만 임명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면서도 혹시 있을지 모를 역풍을 우려해 최 권한대행 탄핵 등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신임 재판관 2명 임명으로 '8인 체제'가 된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달 넘게 비어있던 3석 중 2석이 채워지며 탄핵심판에 필요한 정족수를 갖췄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8인 체제에서 만장일치로 탄핵이 선고된 바 있다. 

헌재는 이달 중 두어차례 준비 절차를 더 거친 뒤 본격 변론에 들어갈 전망이다. 당장 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2차 변론준비기일을 열고 국회와 윤 대통령의 대리인들과 쟁점을 추가 정리하고 심리 일정 등을 조율한다. 앞서 헌재는 국회 탄핵소추안에 담긴 5가지 탄핵 사유를 4가지로 정리했는데,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청구의 적법 요건부터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재판관 9인 완전체'로의 복원이 시급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헌재는 2일 브리핑을 통해 "헌법재판관의 공석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신속한 심리를 위해 헌재의 조속한 완성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심판절차 시작 인정…용산은 거부"

국민의힘은 재판관 2명을 임명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를 향해 "독단적 결정"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지만 이날은 공개 비판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최 권한대행과 대립각을 세우거나 거취를 압박하는 것은 전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한 국정 안정 기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는 쇄신과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하려면 당이 스스로 거듭나야 한다는 인식에 상당수 의원들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우리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라고 국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우리 당을 화합하고 쇄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형두 비대위원도 "대통령을 탄핵소추에 이르게 하고, 당원들이 뽑은 당 대표를 둘러싸고 자중지란을 거듭한 책임이 크다"며 "뼈를 깎고 살을 떼이는 각오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개혁을 위한 헌법 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 당도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 대대적인 구조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전날 지지자들에게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보낸 편지도 당정 사이 괴리를 키우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기점으로 용산과 당이 분리되는 느낌"이라면서 "당은 '이미 재판관이 임명됐다'며 심판의 시간으로 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고, 용산은 거부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편지 내용에 대해 "반국가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달라는 뜻을 가진 분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합법적인 자리인 대통령으로서 못했던 일을 탄핵소추된 내란수괴 피의자 신분으로 싸워서 (반국가세력을) 막겠다고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의장 "재판관 2명만 임명? 국회 권리 침해"

민주당은 당초 예상과 달리 재판관 2명만 임명되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최 권한대행을 비판하면도 혹시 모를 역풍을 우려해 최 권한대행 탄핵에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2명 임명에 대해 "입법권을 무시한 반헌법적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 1명을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에 벌어진 권한 다툼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절차다. 우 의장 측은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은 국회의 몫으로, 헌법재판소 구성에 참여할 국회의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