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일하게 임명 보류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마은혁은 누구?
인민노련·우리법연구회 출신 노동법 전문가…노동자 권리 위해 대법원 감사 요구하기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31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후보 3명 중 조한창(59·사법연수원 18기)·정계선(55·27기) 등 2명의 임명 의사를 밝혔다. 나머지 한 명은 마은혁(61·29기) 후보인데, 최 대행은 임명 조건으로 ‘여야 합의’를 내세웠다. 이 같은 판단의 근간에는 마 후보의 정치적 성향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성향이 드러난 배경으로 꼽히는 것이 마 후보가 몸담았던 우리법연구회다. 이는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과 대법관 등을 배출하며 법원 내 유력 조직으로 떠올랐다. 이에 보수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은 2019년 우리법연구회를 ‘하나회’에 빗대기도 했다. 이 외에 마 후보는 노동법분야연구회 회장을 맡아 노동법을 집중 연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마 후보를 “좌익 진보이념 편향 판사”로 몰아붙였다. 그 근거로 마 후보가 서울남부지법 판사 시절이던 2009년 맡은 사건을 지목했다. 해당 사건은 미디어법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 점거농성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 12명에 관한 것이었다. 마 후보는 이들에게 모두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 결정은 2012년 대법원에 의해 깨졌고, 기소된 12명은 벌금형 등 유죄로 결론 났다.
또 마 후보는 서울중앙지법 판사 시절이던 2007년 조선소 해고 노동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판이 대법원에서 왜 늦어졌는지 소명할 것을 요구한 적이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하급법원이 대법원을 감사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앞서 2005년에는 연가가 불허됐는데도 전교조 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견책 처분을 한 인천교육청에 “위법한 조치이니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고도의 통치행위도 국민 기본권 침해하면 사법심사 대상”
그 밖에 국민의힘은 “마 후보가 판사 임용 전에 과격 좌익 혁명단체인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에서 이론교육과 선전활동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마 후보는 활동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법시험 합격 이후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고, 헌법이 규정하는 가치에 따라 법률을 적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마 후보는 인사청문회 때 탄핵심판에 대해 “구체적 사건이므로 말하기 어렵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과 관련해 “고도의 통치행위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면 사법심사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마 후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마 후보를 즉각 임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