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안을까 버릴까…‘조기 대선’ 앞 친윤 대 반윤 기로에 선 與 잠룡들

‘체포된 윤석열’이라는 권력의 공백 속 ‘조기 대선’ 레이스 물밑 돌입 ‘40% 지지율’이라는 딜레마…尹이 남긴 ‘유산’ 챙길까, ‘거리’ 둘까 ‘핵심 변수’ 이준석의 선택에 관심…與 지도부·잠룡들도 의견 엇갈려

2025-01-17     구민주 기자

이제 다시 ‘여의도의 시간’이다. 지난해 12월3일 밤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작된 정국의 태풍은 이내 한남대교를 건너 굳게 닫힌 대통령 관저 앞에서 몸집을 키웠다. 그리고 계엄 선포 43일 만인 1월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태풍은 다시 여의도로 되돌아왔다. 관저 문이 열리면서 생긴 거대한 권력의 공백은 곧장 ‘조기 대선’이라는 새로운 권력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대한 엄호와 손절 사이, 탄핵 반대와 대선 준비 사이의 깊은 딜레마에 놓이게 됐다. 윤 대통령이 남긴 이 같은 ‘숙제’에 여권의 대선 잠룡 각각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 체포 정국에서 국민의힘은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계엄을 옹호하는 주장부터 체포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한데 뒤섞여 의원들은 모인 자리마다 충돌했다. 당 안팎에선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원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계엄·탄핵 정국에서 윤 대통령이 현재권력에서 멀어질수록 당내 권력의 무게 추는 그를 지키려는 친윤(親윤석열)계로 더욱 기울었다. 특히 비윤(非윤석열)계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던 한동훈 전 대표가 당권을 잃으면서, 친윤계는 더욱 당내 주류로 득세했다. 그러나 이제 윤 대통령의 시간은 정치에서 사법의 영역으로 이동했고, 그와 동시에 51%를 차지해야 하는 ‘과반 경쟁’인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국민의힘 메시지 내용과 권력 구도가 앞선 한두 달과는 크게 달라질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시사저널 최준필·시사저널 박은숙·서울시 제공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최준필

친윤이 변할까 반윤이 변할까...집토끼-산토끼 사이 딜레마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른바 ‘집토끼·산토끼론’, 즉 지지층 결집과 외연 확장 중 어느 쪽에 우선적으로 무게를 두어야 하느냐에 대한 인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40%대까지 뛴 현상을 분석하는 지점에서도 ‘백가쟁명’이 벌어지고 있다. 선명한 스탠스에 따른 지지층 결집이라며 의미를 ‘부여’하는 쪽은 윤 대통령 체포 반대를 외치며 한남동 관저 앞으로 향했다. 반대로 과반까지 부족한 나머지 지지를 끌어오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의미를 ‘덜어내는’ 쪽에서는 이 같은 당의 ‘우클릭’을 연일 우려·비판한다.

이러한 해석 차이는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들 사이에서도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와 경쟁할 적수가 사실상 없는 반면,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출마 자원이 넘쳐나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한 상태다. 현재 주요 잠룡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가나다순) 등인데 찐윤(진짜 친윤)에서 친윤, 비윤, 멀윤(윤 대통령과 멀어짐) 그리고 반윤(反윤석열)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위 그래픽 참고). 친윤과 비윤 둘로 단순화하면 김문수·홍준표는 친윤, 그 외 인물들(안철수·오세훈·유승민·한동훈)은 비윤으로 분류된다.

이들 중 윤 대통령과 상대적으로 정치적 거리가 가까운 김문수 장관과 홍준표 시장은 일단 ‘결집한 강성 지지층’이라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친윤이 당 주류인 데다, 강성 지지자들의 야권을 향한 ‘보복 정서’가 강해진 만큼 당내 대선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김 장관의 경우 1월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전체 2위, 범여권에서 1위에 오르며 한층 더 고무된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된다(1월7~9일 전국 유권자 1004명 대상으로 실시,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홍 시장 역시 꾸준히 ‘용병불가론’ ‘배신자론’ 등을 띄우면서 자신이 보수의 적자임을 강조하고 비윤 주자들을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기조가 대선 레이스 내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이들 역시 강성 지지층 위주로 이뤄진 박스권 지지율을 돌파하기 위해 어느 순간, 메시지 변화가 불가피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전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장관은 그렇다 쳐도 이미 치열한 대선을 치러본 홍 시장의 경우 대선이 51대 49의 싸움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대선 국면에서 전통 지지층 결집의 한계를 느끼게 될 경우 윤 대통령과 서서히 거리를 두는 모습을 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월1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이재명은 안 된다” 일치단결이 분당 막아

한편 비윤으로 분류되는 주자들은 대선일에 다가올수록 중도 확장을 위해 윤 대통령 및 당내 친윤과의 차별화를 더욱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의원은 1월14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끼리 뭉치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지지율 50%는 넘지 못한다”고 당의 우경화를 지적하며 “요즘 여론조사를 보면 진보 40%, 보수 40%, 나머지 20% 정도가 중도인데, 이들(중도)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을 위헌·위법으로 규정하며 친윤과 정면 대립하다 쫓겨난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정계에 복귀하더라도 윤 대통령으로부터의 원심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한 친한(親한동훈)계 인사는 “죽은 권력을 부여안고 강성 당심만 좇다간 민심과 멀어져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4·10 총선에 이어 다음 대선까지 3연패 할 게 불 보듯 뻔하다”며 “윤 대통령 탄핵 챕터가 마무리되고 대선이 임박할수록 판단을 유보하고 있던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이 눈에 띄게 각종 지표들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자들 중 윤 대통령과 심리적·정치적 거리가 가장 먼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야당 못지않게 윤 대통령·친윤과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유 전 의원은 1월14일 대구·경북 중견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 정책토론회에서 “윤석열과 이재명을 동시에 정리하고 청산해야 우리 정치가 나아갈 수 있다”며 “진흙탕 싸움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강한 톤의 메시지를 내놨다. 홍준표 시장과 김문수 장관 등이 본선에 오를 경우에 대해서도 “두 선배는 절대 이재명 대표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과 내란 시도가 (국민적) 내전으로 확산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도 했다. 여기엔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지만, 절반의 잘못이 윤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들의 경우 당내 경선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전통적 보수의 당심을 크게 벗어나선 안 된다는 고민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과 변호인단을 통해 지지층 결집 메시지를 끊임없이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여당 주자로서 이에 대해 각을 세우기란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집토끼와 산토끼 사이 잠룡들의 고심 깊은 줄타기는 대선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지지율 분석도 제각기 다른 국민의힘 내에 한 가지 일치단결된 ‘대전제’가 하나 있다. 바로 ‘이재명 대통령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제는 심리적 분당까지 향한 국민의힘이 물리적 분당으로 치닫지 않도록 막아주는 가장 확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머잖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재판이 유죄로 선고되고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정치적 심판의 ‘화살’이 이 대표에게 쏠려 대선 판세가 크게 동요하리란 것도 국민의힘 내 일치된 기대다. 결국 일대일 대결에서 이 대표를 가장 확실하게 꺾을 수 있는 주자가 필요한 건데, 여기에서도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단단한 지지를 받는 전통 보수주자여야 한다’와 ‘그럴수록 민주당보다 앞서 중도·부동층을 확보할 수 있는 주자여야 한다’는 각기 다른 논리가 부딪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월13일 서울 여의도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민주파출소’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출마하면 與 악재? “보수 표 분산 막아야” “전통 지지층 떠난다” 

현재 정치가 유례없이 ‘극단화’돼 있는 만큼, 다가오는 대선 역시 지난 윤석열 대 이재명 대선과 마찬가지로 ‘한 자릿수’ 초접전이 벌어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국민의힘으로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하나 있다. 바로 대선 출마를 시사한 ‘이준석’이란 바깥의 존재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최근 대선 출마 의사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국민의힘 잠룡들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즉 현재로선 국민의힘과 도중에 손잡지 않고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태다. 당장의 당선보다 차차기 대선에 대비해 정치적 몸집을 키우는 것이 이 의원의 주 목표로 분석되는 만큼,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타협은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경우 보수 표의 분산은 불가피하고, 자연히 박빙의 경쟁에서 국민의힘은 불리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승리를 위해 반드시 끌어와야 할 캐스팅보터 2030세대의 외면은 더욱 극명해진다. 이 대표는 ‘이대남(20대 남성)’에게 뚜렷한 소구력을 갖고 있다.

실제 취재 결과, 이 의원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선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못지않게 국민의힘 내 이견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심지어 권영세-권성동 투톱을 비롯한 당 지도부 내에서도 상당한 시각차가 감지된다. 한편에선 “민주당에 정권을 빼앗기는 ‘최악’을 막으려면 이준석이 선뜻 손을 잡을 수 있는 국민의힘 주자를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한편에선 “이준석과 손을 잡는 순간 집토끼가 대거 떠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지점에서도 국민의힘은 ‘내부 결속’과 ‘외연 확장’ 사이에서 상당한 딜레마를 마주칠 공산이 크다. 윤 대통령의 계엄이 낳고 탄핵이 키워 여당에 던져진 이 같은 난제가 향후 대선의 주요 관문마다 국민의힘을 태풍처럼 흔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