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 트럼프 스톰이 온다…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대통령 직무정지’ 한국은 더 위험…여야, 국익 기준으로 초당적 대처해야 미국 우선주의 넘어 ‘패권주의’로 가는 트럼프…우방에 ‘무력 사용’도 시사  ‘한국 패싱’하고 김정은과 담판 가능성…‘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한국 흔든다

2025-01-18     김종일 기자

‘트럼프 스톰’이 전 세계에 휘몰아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도 하기 전 ‘예고편’만으로도 국제사회에 ‘충격과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트럼프는 캐나다·멕시코·덴마크·파나마 등을 겨냥해 노골적 영토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경제적 강압을 넘어 군사적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발언까지 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우방에도 완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트럼프가 고립주의적 대외 정책을 펼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깬 것을 넘어 ‘제국주의 세계관’을 연상케 하는 것이라 선을 완전히 넘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물론 트럼프가 오랜 동맹과 전통적 우방조차 가리지 않고 상식 밖 언행을 던지면서 몰아붙이는 데는 의도적 도발 성격이 다분하다는 분석이 많다. 국익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극단적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전략에 따른 계산된 행동으로, 안보와 경제 등 각종 영역에서 세계 각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이란 해석이다. 뼛속까지 장사꾼인 트럼프가 1기 때 종종 사용했던 ‘미치광이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2기’가 더욱 세지고 독해졌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행정부는 물론 의회 권력인 상·하원을 모두 차지하고 있어 그의 공약 달성 속도는 1기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또 트럼프 2기 내각은 충성파로만 채워져 있다. 지금 그를 말릴 사람은 없다. 

그런 트럼프의 귀환은 대한민국에도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당장 트럼프는 한국의 평화(안보)와 번영(경제)을 가능하게 했던 두 개의 핵심축인 ‘한미동맹’과 ‘자유주의 질서’를 뿌리부터 뒤흔든다. 트럼프는 방위비분담금 증액 압박이나 주한미군 감축은 물론 철수까지도 요구할 수 있다. 중국 포위 공세 동참 등 한국에 큰 부담이 될 카드를 뽑아들 수도 있다. 이를 넘어 한국을 ‘패싱’하고 북한과 직거래로 북핵 협상을 재개하며 한국을 지탱해 왔던 안보 질서를 뿌리부터 흔들 가능성도 있다. 북핵 동결과 제재 완화의 교환, 나아가 사실상 핵보유국 북한과의 군비통제 협상 개시 같은 주고받기식 거래를 한국의 의지나 뜻과 다르게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늘 약속하던 ‘핵우산’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2월24일 메릴랜드주 옥슨힐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에서 성조기에 키스를 하고 있다. ⓒAP 연합

美가 약속하던 ‘핵우산’도 안심할 수 없어

경제 쪽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이미 대선 기간에 트럼프가 현금인출기란 뜻의 ‘머니머신(Money Machine)’이라 부를 만큼 그의 핵심 표적이다. 대미 무역흑자액은 2022년 280억 달러에서 2023년 444억 달러, 지난해 557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연이어 기록했다. 트럼프 입장에서 한국은 ‘조치’를 취해야 할 대상인 셈이다. 이에 미국의 적자를 줄이겠다며 관세 폭탄을 넘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단을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분리하려는 시도를 더욱 강력히 추진할 경우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반도체 등 중간재 산업이 파장에 크게 노출될 수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할 경우 한국 수출이 최대 450억 달러(약 60조원)나 줄어들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은 엄살이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대한민국의 정치 리더십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선출 권력인 윤석열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고, 권한대행이었던 한덕수 총리는 탄핵당했다. 최상목 부총리가 권한대행직을 수행 중이지만, 그 권한 행사에는 많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트럼프가 70년이 넘는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니 이런 상황에 온정을 베풀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징징거리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전문가들은 더 센 트럼프의 귀환 속에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그 기준점은 ‘국익’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그 어느 때보다 비상시국이니만큼 비상한 초당적 외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트럼프 취임식을 전후해 가용한 외교·안보 라인과 재계·종교계 등 민간의 역량을 집중시켜 총력외교를 펼치고, “한미동맹 강화가 미국의 이익에 궁극적으로 부합하며 양국 번영에도 이롭다”는 점을 트럼프 측에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권도 힘을 합쳐야 한다. ‘트럼프 스톰’이라는 위기 앞에 ‘모든 정쟁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는 금언을 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