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고 수용하면 나쁜 관계도 바뀐다”

삶을 재구성하는 관계의 법칙 제시한 《사람을 남기는 사람》

2025-01-26     조철 북 칼럼니스트

“내가 언제든 틀릴 수 있고 세상에는 다양한 관점이나 가치관이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좋은 관계’에 무척 중요하다. 관계는 내가 절대 옳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맺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때론 함께 바꿔나가는 자리에 관계가 있다.”

사람을 남기는 사람|정지우 지음|마름모 펴냄|316쪽|1만8000원

생각이 다른 타인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세태에 경각심을 주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20여 권의 책을 쓴 작가이자 문화평론가로 더 많이 알려진 정지우 변호사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고민한 《사람을 남기는 사람》을 펴냈다. 정 변호사 또한 ‘관계에서 숱한 실패를 한 사람’이었기에 사람을 대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시절마다 친하게 지낸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혼자만의 골방으로 들어가곤 했고, 쌓았던 관계들은 추풍낙엽처럼 흩어져 버렸다. 

“우리는 누구나 때론 관계를 지긋지긋해하며 고립을 바랐다가도, 금세 외로워져 그 누군가를 찾도록 만들어져 있다. 타인이야말로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조건’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관계와 관련해 겪는 여러 문제가 운명적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정 변호사가 제시하는 인간관계의 법칙 첫 번째는 독립된 인격체로서 타인에게 휩쓸리지 않고 나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과 호불호라는 것이 대개 기준 없이 모호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책임 없이 내뱉는 단순한 ‘비난’과 진지하게 참고해야 할 속 깊은 ‘비판’을 구분하는 잣대를 세운다. 그러면 나를 짓누르는 나쁜 관계, 오랜 관계에 뒤따르는 위기와 고비에도 대처할 방법이 생겨난다.

“자존심은 나 자신과 나의 생산물을 분리하지 못할 때 격렬하게 강해진다. 나의 글, 나의 생각, 나의 의견이 비판당할 때 내가 나 자신과 그것들을 분리하지 못하면, 그 모든 게 나에 대한 비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로 비판은 그런 나의 생산물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오히려 필수적이다. 자존심을 내려놓으면 내가 더 온당하게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정 변호사가 궁극적으로 말하는 관계의 목적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없다면 ‘나’라는 존재가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는 데 있다. 대체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위해 직업을 갖고 일을 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은 남을 위한 일이다. 즉 타인이 행복하거나 기쁘고, 만족과 웃음을 얻을 때 그는 일 잘하는 사람이 된다. 

“삶이란 결국 타인과의 관계이다. 타인의 빛남에 기여하는 일이다. 그것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 삶의 ‘진짜’ 이익이다. 그 진짜 이익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실용주의다. 이해와 수용으로 타인을 대하는 사람은 꽉 찬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