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지율 상승 뒤에는 이재명이 있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이재명 포비아’로 뭉치는 보수…‘국방’ 키워드로 이재명 경계심도 작동
국민의힘 지지율이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며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사건이라 평가할 만하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8년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의 기억을 소환해 보면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과 여권 지지층은 속수무책이었다. 대통령과 정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했고 지지층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세력으로 인정받기도 힘든 중과부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탄핵 국면은 완전히 다르다. 내란 정당으로 수세에 처한 집권여당이 지지율에서 제1야당을 압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는 첫 번째 이유는 ‘보수 붕괴 트라우마’다. 윤 대통령이 속수무책으로 탄핵되면 8년 전 탄핵처럼 보수 기반이 뿌리째 뽑혀나갈 것이라는 두려움이 작동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를 받아 1월16~17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봤다. 국민의힘이 46.5%로 전주 대비 5.7%포인트 상승했고 민주당은 39.0%로 직전 조사보다 3.2%포인트 하락했다. 양당 간 지지율 차이는 7.5%포인트로 오차 범위 밖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더 높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더 높은 지지율을 차지했던 30대에서 국민의힘이 46.4%, 민주당은 37.1%로 나왔다.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하지만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는 시점에 극도로 위축됐던 가정주부층에서 국민의힘 54.5%로 민주당보다 2배가량 높은 지지율이 나타났다(그림①).
李 텃밭 인천·경기도 정권 연장론이 과반 이상
발표되는 거의 모든 조사에 ‘보수층 결집’ 현상은 뚜렷하다. 보수층 결집 현상은 수치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선 응답자의 정치 성향이 보수층이라고 응답한 숫자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해 12월5~6일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보수층 응답자는 239명인데 이번 조사(1월16~17일)에서 보수층 응답자는 376명으로 무려 137명 더 많다. 그만큼 보수층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했다는 의미다. 응답률도 달라졌다. 12월5~6일 조사 응답률은 4.8%였는데 이번 조사는 7.8%로 자동응답조사치고 이례적으로 높았다. 정치 성향 및 응답률은 사전 통제가 안 되는 변수이므로 고의나 의도로 볼 수 없고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보수층이 뭉친 결과로 풀이된다.
여당 지지율이 치솟은 또 다른 이유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포다. 이 대표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보수층의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8년 전 탄핵 정국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부정적 공포’가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탄핵 정국이 촉발된 원인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다. 그럼에도 보수 지지층은 만약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면 어떤 인물이 후보가 될지 그리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지 판단하게 된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여론도 있지만 강력하게 반대하는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이번 리얼미터 조사에서 ‘만약 대선이 조기에 열린다면 (정권 연장 vs 정권 교체) 어떤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지’ 물어봤다. ‘집권여당의 정권 연장’이라는 의견이 48.6%,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라는 응답이 46.2%로 나왔다. 오차 범위 내 정권 연장 의견이 더 높았다. 탄핵 정국의 원인을 제공한 세력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라는 민주당의 주장과는 다른 결과다. 이재명 대표가 광역단체장을 지낸 인천·경기에서 정권 연장 여론이 50%를 넘었다. 20대(만 18세 이상)에서 정권 연장 의견은 52.7%, 정권 교체는 43.9%로 여당이 정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나타났다(그림②). 이 대표와 민주당은 여론조사가 제대로 실시됐는지 여부를 따져 물을 정도로 당황한 모습이지만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을 견인한 사람은 역설적으로 이 대표다.
외환죄 논란에 2030도 보수층으로 유입
국민의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인물은 두 사람이 더 있다. 바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다.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층이 결집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되는 변수가 ‘국방’과 ‘미국’이다. 둘 다 우리의 생존권과 연관되어 있고 보수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윤 대통령 지지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해 보았다.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1월6일부터 21일까지 ‘윤석열 지지’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윤석열 지지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민주당’ ‘여론’ ‘자유’ ‘민심’ ‘국민’ ‘장로회총회’ ‘교황’ ‘한중일’ ‘숭배’ ‘교황청’ ‘신자’ ‘제사’ ‘이재명’ ‘자유민주주의’ ‘전체주의’ ‘지지율’ ‘공산주의’ ‘언론’ ‘수치’ ‘호감도’ ‘전쟁’ 등으로 나타났다(그림③). 윤 대통령 지지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를 보면 국방과 미국에 대한 관련성을 읽을 수 있다. ‘공산주의’ ‘전쟁’ 등 빅데이터 연관어로 볼 때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안보와 국방 차원의 명백한 경계 정서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미국과의 연결 고리다. 중국에 대한 혐오감도 한몫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보수층은 집결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을 넘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고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고 있다. 평상시 여론조사에 잘 응하지 않았던 보수 유권자들은 8년 전 탄핵 경험에 따른 학습 효과로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거부감은 중도보수층까지 국민의힘 지지로 돌려 세우는 효과로 발휘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군이 흔들리고 북한과 북핵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외환죄 사유로 둔갑하면서 신(新)안보세대인 2030세대까지 반사적으로 여당에 올라타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1987년 직선제 이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길로 가고 있다. 이재명, 트럼프, 김정은 이 세 사람이 지금 국민의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