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양자 대결 시 “이재명 41.8% vs 김문수 46.4%” [시사저널 여론조사]

[시사저널 설 특집 여론조사] 李, 양자 대결 때 수도권에서도 金에 열세 李, 다자 대결 구도에선 33.2% 지지율로 1위…2위는 김문수 19.1%  국힘 45.9% vs 민주 36.7%, 尹 지지율 42.7%…“보수 대결집” 분석

2025-01-23     박성의 기자

12·3 비상계엄 후 대한민국은 ‘권력 진공 상태’에 직면했다. 탄핵소추로 자리를 비운 ‘현재권력’ 윤석열과 이 자리를 메운 ‘시한부 권력’ 최상목, 그 자리를 노리는 여야 ‘미래권력’ 간 치열한 법리·정치 공방전이 전개되면서다. 이들 중 누가 2025년 대한민국 운전대를 잡을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분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유리했다. 계엄 역풍 여론을 등에 업은 이 대표가 명실상부한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한 가운데, 야권에선 그에 맞설 대항마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단정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해 들어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세가 ‘극우진영’을 넘어 ‘범보수진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면서다. 실제 시사저널이 2025년 설 연휴를 맞아 ‘특집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재명 대표가 다자 구도에서는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여권 후보와의 1대1 대결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민심이 감지됐다. 특히 강성 보수 성향의 ‘비주류 후보’로 평가받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 대표와의 양자 대결에서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사진)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이재명, 텃밭 경기·인천에서도 김문수에 뒤져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월18~19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에게 조기 대선이 열린다는 전제로 ‘이재명 대표 대 김문수 장관 양자 대결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김 장관이 46.4%의 지지율로 이 대표(41.8%)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격차는 4.6%포인트로 오차범위 내(±3.1%포인트)다. ‘그 외’라고 답한 응답자는 5.7%, ‘없다’ 4.9%, ‘모름’ 1.2%였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보수진영 대권후보가 이 대표의 지지율을 앞지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은 12·3 비상계엄 이후 처음이다.

김 장관은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광주·전라, 강원·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이 대표를 앞섰다. △서울: 이재명 40.4%, 김문수 47.4% △인천·경기: 이재명 41.4%, 김문수 49.2% △대전·세종·충청: 이재명 41.1%, 김문수 46.3% △광주·전라: 이재명 61.3%, 김문수 25.9% △대구·경북(TK): 이재명 40.5%, 김문수 47.1% △부산·울산·경남(PK): 이재명 31.4%, 김문수 54.0% △강원·제주: 이재명 48.0%, 김문수 38.9%를 각각 기록했다.

이 대표와 김 장관의 지지세는 연령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20대(18~29세) 청년층과 40·50대 중장년층에서는 이 대표 지지율이 더 높게 조사된 반면, 30대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김 장관의 지지율이 더 높았다. △18~29세: 이재명 43.1%, 김문수 40.9% △30대: 이재명 34.5%, 김문수 48.9% △40대: 이재명 51.0%, 김문수 36.1% △50대: 이재명 51.3%, 김문수 42.2% △60대: 이재명 36.3%, 김문수 54.6% △70세 이상: 이재명 31.1%, 김문수 57.4%로 각각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지지율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남성: 이재명 42.4%, 김문수 43.5% △여성: 이재명 41.3%, 김문수 49.2%로 상대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 응답자에서 김 장관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다. 이념 성향별 조사에서는 △진보: 이재명 80.8%, 김문수 12.9% △중도: 이재명 45.9%, 김문수 40.9% △보수: 이재명 14.3%, 김문수 74.9%로 진영에 따라 지지 후보가 극단으로 갈리는 경향을 보였다.

홍준표·오세훈도 李와 초접전…한동훈은 오차범위 밖 열세

이 대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1대1 대결에서는 초접전 양상을 기록했다. ‘이재명 대표 대 홍준표 시장 양자 대결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홍 시장이 43.7%로 이 대표(43.0%)를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보수 텃밭인 TK·PK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홍 시장 지지율이 이 대표보다 높았다. 권역별로 보면 △서울: 이재명 39.0%, 홍준표 44.5% △인천·경기: 이재명 43.8%, 홍준표 42.5% △대전·세종·충청: 이재명 43.0%, 홍준표 40.9% △광주·전라: 이재명 63.6%, 홍준표 28.8% △TK: 이재명 43.8%, 홍준표 50.6% △PK: 이재명 30.8%, 홍준표 52.3% △강원·제주: 이재명 46.9%, 홍준표 44.6%로 각각 나타났다.

이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초박빙 구도를 보였다. 이 대표와 오 시장의 양자 대결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이 대표 42.7%, 오 시장 41.1%로, 이 대표가 오차범위 내에서 소폭 앞섰다. 이 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에게는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대표 대 한동훈 전 대표 양자 대결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이 대표는 42.7%의 지지율로, 한 전 대표(34.7%)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다. 

이 대표는 ‘다자 구도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는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 △이재명 33.2% △김문수 19.1% △홍준표 9.4% △한동훈 8.2% △오세훈 6.1% △김동연 3.1% △우원식 3.0% △안철수 2.4% △유승민 2.4% △이준석 1.9% △김경수 1.3% △김부겸 1.0% △그 외 1.8% △없다 5.8% △모름 1.3%로 나타났다. 야권 내 이 대표 지지세가 압도적인 가운데, 야권과 비교해 자천타천 거론되는 여권 내 대권 잠룡들의 절대적인 수가 더 많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가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후보 간 지지세는 크게 엇갈렸다.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이재명 대표를 지지한다는 응답률이 77.5%로, 2위를 기록한 우원식 국회의장(3.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경우에는 김문수(35.8%), 홍준표(16.9%), 한동훈(14.8%), 오세훈(11.9%) 순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조국혁신당 지지자의 경우 이 대표 지지율이 40.3%로 1위였으며, 2위는 우원식 의장(16.2%)이었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의 경우 이 대표(22.1%)를 가장 많이 지지했으며,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16.5%)이 뒤를 이었다.

尹·與 지지율 반등…‘이재명 비호감도’ 56.1%

이번 조사에선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 감지된다. 바로 ‘범보수 결집’이다. 이른바 ‘태극기 단체’로 불렸던 극우 성향 유권자와 일반 보수 유권자 간 간극이 12·3 비상계엄 이전보다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대통령 대행 탄핵’과 윤 대통령 체포·구속을 둘러싼 논란 등이 이어지자, 이른바 ‘반명(反이재명)·반민주당’을 고리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국민의힘은 45.9%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민주당(36.7%)을 오차범위 밖에서 큰 폭으로 앞섰다. △조국혁신당 2.2% △개혁신당 2.2% △기타 1.4% △없음 11.3% △모름 0.3% 등으로 조사됐다. 정당 지지도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 성향’과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윤 대통령 지지 그룹’에서는 83.9%가 국민의힘을 지지한 반면 ‘윤석열 비지지 그룹’에서는 61.4%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이념 성향별 조사에서는 진보층 80.4%가 민주당을, 보수층 83.1%가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중도층의 경우 민주당 지지율이 38.5%로 국민의힘(33.7%)을 다소 앞섰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 조사에서는 ‘지지’ 응답률이 42.7%, ‘비지지’ 응답률이 54.4%로 나타났다. ‘모름’은 2.8%였다. 권역별로 보면, PK(지지 52.7%)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비지지’ 응답률이 더 높았다. 연령별 조사에서는 30대(지지 50.0%)와 70세 이상(지지 51.9%)을 제외하고 ‘비지지’ 응답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 중 91.2%가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 중 78.1%는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해 큰 인식 차이를 보였다. 무당층의 경우 66.8%가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의 높은 비호감도’가 강성 보수 지지층과 온건 보수 지지층의 교집합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정선거설’에 동의하지 않고, 비상계엄에 분노한 일부 시민 중에서도 ‘대통령 이재명’을 우려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해석이다. 실제 ‘이재명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비호감’이라고 답한 응답률은 56.1%로, ‘호감’(31.2%)을 크게 앞질렀다. ‘매우 비호감’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49.7%에 달했다. 특히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는 국민의힘(92.6%)뿐 아니라 무당층(61.7%)과 중도 성향 그룹(52.4%)에서도 적지 않게 조사됐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월18일과 19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를 이용한 자동응답시스템(ARS) 여론조사 방법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6.7%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보수층 응답 왜 늘어났나…“‘어대명’에 보수는 결집, 진보는 회피”

야권 일각에서는 최근 발표되는 ‘여당 지지율 상승세’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보수 유권자의 과표집’이 낳은 착시라는 해석이다. 실제 시사저널이 진행한 이번 여론조사에 응답한 1006명 중 보수 성향 응답자는 323명으로, 진보 성향 응답자(196명)의 1.6배에 가까웠다. 중도 성향 응답자는 417명, ‘잘 모름’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70명이었다. 보수 성향 유권자가 더 많이 여론조사에 응답하다 보니, 이들의 시각이 과잉 대표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다만 보수 유권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하는 현상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민심의 흐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월21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모든 여론조사에서 대개 동일한 경향을 지금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체포, 구속까지 되면서 보수층 분노가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라며 “사법 리스크에 연루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불안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진보층 내 ‘여론조사 응답 회피’가 늘어난 배경을 같이 봐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한 달 전 여론조사와 비교해 진보층보다 보수층 내 적극 응답층이 증가했다. 보수의 결집, 진보의 와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진보층 내 비이재명계 유권자의 경우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 흐름 아래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할 이유를 찾지 못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보니 그 경계심이 여론에 반영된 점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