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 야간 사용은 눈보다 수면에 더 큰 문제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는 대사증후군·우울증 유발 

2025-02-10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청색광)가 눈 건강에 미치는 우려로 필터를 사용하거나 화면 색상을 조절하는 경우가 있다. 블루라이트란 가시광선 중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높은 빛을 뜻한다. 실험적 또는 기전적 측면에서 블루라이트가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망막세포에 손상을 줄 가능성은 제시되었으나, 일상 수준의 디지털 기기로 인한 블루라이트 노출이 심각한 망막 손상이나 질환을 유발한다는 직접적인 임상 근거는 현재로선 제한적이다. 그보다는 야간의 과도한 블루라이트 노출이 수면-각성 주기 리듬을 교란해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세포 수준의 연구에서 블루라이트에 노출된 망막 상피세포가 산화 스트레스와 광학적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또한 노화성 황반변성의 주요 병리 기전 중 하나가 산화 스트레스와 망막세포 손상이며, 블루라이트가 이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실 연구나 동물 모델 연구에서 확인된 고강도 블루라이트에 의한 세포 손상이 실제 사람의 일상적인 디지털 기기 사용 수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가 하는 점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사람의 눈에는 나이가 들수록 수정체가 점차 누렇게 변하는 황변화 현상이나, 눈 깜박임과 동공 반사 등 다양한 잠재적 방어 기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화면 사용 시간 증가는 황반변성 발생 증가를 유발한다’는 인과관계가 확립되지 않았다. 미국 안과학회와 영국 시학회도 블루라이트로 인한 직접 망막 손상과 황반변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야간 블루라이트 노출로 인한 수면 장애나 자율신경 교란과 관련한 증거는 비교적 명확하다. 블루라이트는 망막 내 특정 세포를 자극해, 뇌의 시상하부에 전달되는 신호를 변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어 수면-각성 주기가 교란될 수 있다. 만성적인 수면-각성 리듬 교란은 수면 장애, 대사증후군, 우울증 같은 전신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눈에만 미치는 영향보다는 전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두드러진다. 

 

20-20-20 규칙 실천으로 눈질환 예방

장시간 가까운 거리에 있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눈의 근거리 초점 유지에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해 시각 피로나 흐린 시야, 두통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안구건조증과의 연관성도 있다. 디지털 기기를 오래 사용하면 눈 깜박임 횟수가 줄어들어 안구 표면이 건조해지거나 각막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블루라이트 그 자체보다도 눈 깜박임 횟수가 줄어들어 안구 표면이 건조해지거나 각막에 염증이 생긴다는 견해도 있다. 

블루라이트의 영향이 우려된다면 20-20-20 규칙(20분마다 20초 이상 20피트 이상 먼 곳을 바라보기)을 실천하고, 작업 공간 밝기를 확보하며, 화면 밝기와 대비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야간에는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 감소 모드를 활용해 멜라토닌 분비 억제를 줄일 수 있다. 단파장 빛 투과율을 낮추는 코팅 렌즈나 필터는 주관적인 눈 피로감 감소 효과가 보고되고 있으나, 노화성 황반변성 예방이나 장기적인 망막 보호 효과에 대한 근거는 미흡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 안과 검진과 위험 인자 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