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노년의 공간을 연구해온 건축가 김경인의 책, 초고령사회 극복하는 주거 공간의 변화를 모색

2025-02-09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고령층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고령층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도 강해지고 있다. 그만큼 고령화에 대한 접근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경건축학을 기반으로 고령층을 위한 공간 디자인 개선 방안을 연구해온 건축가 김경인씨가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를 펴냈다.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김경인 지음|투래빗 펴냄|260쪽|1만8000원

“걷기 힘든 보도, 앉을 곳 없는 거리, 단절된 커뮤니티 등에서 노인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면, 도시도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 나 자신, 우리의 부모님, 그리고 이웃들이 나이 들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1장 ‘집, 나이 들수록 더 위험해진다’는 소제처럼 거주하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전반적으로 검토한다. 고령화는 자연스럽게 많은 차이를 만든다. 혼자 사는 이가 늘어나고, 운동 능력이 저하돼 낙상 위험이 커진다. 만성질환이나 치매 등도 찾아온다. 그들이 사는 적당한 공간은 우리가 가장 익숙한 아파트 등 기존 공간과는 차이가 난다. 수많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시설은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요양시설의 목적은 노인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능한 한 자율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 데 있다.” 2장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로 시작한다. 이 개념은 삶의 추억과 흔적이 깃든 장소에서, 자립과 존엄을 유지하며 인생을 마무리하는 공간을 말한다. 지금 한국과는 먼 이야기다. 늙으면 요양원이나 실버타운 그리고 요양병원을 거쳐서 최후를 맞는 게 일상이다. 최근 ‘가장 늦게 양로원 가는 도시’를 기치로 대건 도시(춘천시)도 있었다. 고령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민이 병원이나 양로시설을 이용할 경우 국가가 부담하는 비용은 커지고, 당사자들도 불행하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의 증가는 이 두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다.

3장 ‘노인을 위한 도시는 있다’는 우리보다 빠르게 고령화를 맞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고령층 주거 사례 중 긍정적인 것들을 소개한다. 절이나 빈집을 활용해 고령층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소개하고, 필수적으로 필요한 공간의 개념을 풀어낸다. 해외 사례의 성공적인 요소를 참고하되, 대한민국의 인구구조와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해결책을 제안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초고령사회에서도 존엄과 자립을 유지할 수 있는 도시 비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