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옹호’ 세력 늘었다? 尹 지지율 상승의 함정

‘12·3 비상계엄’ 후 보수 결집…尹·與 지지율 상승세 자신감 얻은 尹…“野의 탄핵 공작” 외치며 반격 도모 ‘중도 확장’엔 물음표…“유튜브·광장의 목소리 전부 아냐”

2025-02-07     박성의 기자

“선생님께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어느 정도 지지하십니까?”

이 같은 물음에 국민 10명 중 5명 이상이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4일 발표됐다. 조사 결과의 신빙성을 두고 정치권 논란은 가열됐다. ‘숫자의 진실’은 알 수 없다. 다만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선 한 가지 공통된 흐름이 감지된다. 보수의 대결집, 이로 인한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의 상승세다.

드러난 숫자의 흐름대로면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국민이 크게 늘어난 셈이고,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해도 여야 후보는 접전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일까. 정치 전문가뿐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도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계엄에 분노하고, ‘부정선거설’에 동의하지 않는, ‘침묵하는 중도’의 세가 적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흐려진 ‘극우’와 ‘보수’의 경계…상승한 與지지세

‘12·3 비상계엄’에 이어 ‘법원 폭동’까지, 대한민국은 유례없는 카오스에 직면했다. 이른바 ‘종북세력 척결’을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봉쇄를 시도한 가운데, 그런 대통령을 추종하는 지지 세력 중 일부가 경찰을 폭행하고, 판사를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입법·행정·사법 삼대 권력을 모두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감행된 셈이다.

문제는 ‘여당의 태도, 여론의 흐름’이다. 계엄과 폭동이라는 극단적 행태에도 여당은 이들과 선을 긋는 대신 거야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법부, 헌법재판소까지 맹비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여당과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유권자의 지지세도 날로 커지는 양상이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55%,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이 40%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탄핵을 인용해 파면해야 한다’는 응답은 직전 조사(1월20~22일) 때보다 2%포인트(p) 줄었다. 반면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응답은 2%p 늘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대응과 관련해서는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38%,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6%였다. 직전 조사와 비교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5%p 늘었고,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3%p 줄었다.

‘12·3 비상계엄’ 후 폭락했던 여당 지지율은 어느덧 야당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NBS 조사 결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39%, 더불어민주당은 37%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1월 20∼22일)와 비교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각각 1%포인트(p) 상승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與 지지율 왜 올랐을까…“유튜브·이재명 영향”

계엄이라는 무모한 도박에도, 왜 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오른 것일까. 우선 내란죄 피의자 윤 대통령이 ‘반성’ 대신 ‘반격’을 시도하면서, 지지자들의 저항이 더 격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에게 ‘투쟁 동력’을 직접 주입하고 있는 얘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려도 ‘불복·불법’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후 공수처와 사법부를 향해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라고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러니 지지자들도 사법질서를 무시하면서 투쟁하는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선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강성 보수 지지층과 온건 보수 지지층의 ‘교집합’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정선거설’에 동의하지 않고, ‘비상계엄’에 분노한 일부 시민들 중에서도 ‘대통령 이재명’을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 상황에서 이른바 ‘이재명 대세론’이 불자, 일시적인 반작용으로 여당 지지율의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지율이 높아진 이유는 오히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분들이 결집한 효과”라고 해석했다.

강성 보수 지지층의 전장이 ‘광장’을 넘어 ‘유튜브’로 옮겨간 것 역시 보수 유권자 전체의 강성화 경향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위 현장에 나가지 않고도 유튜브에 게시된 영상을 통해 지지층의 목소리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고, 나아가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한 유튜버들이 보수층의 ‘오피니언 리더’로 자리 잡다 보니 ‘계엄 찬성·탄핵 반대’ 등의 주장이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권이 일부 유튜버를 활용 또는 지원하고 있고, 윤 대통령은 대놓고 지지층을 선동하고 있다”며 “여기에 일부 유튜버들이 슈퍼챗(후원금) 등 돈벌이를 위해 지지층들을 더욱 강성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러스트 김세중

‘숫자’가 담지 못하는 민심…“거친 이슈, 중도는 외면”

이 같은 여론의 변화를 ‘민심의 반등’으로, 계엄에 대한 ‘국민의 동의’로, 여당을 향한 ‘국민의 지지’로 해석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오판’을 경고한다. 경계해야할 점은 여론조사의 특성이다. 대한민국 유권자의 전반적인 의견, 민심을 여론조사의 숫자가 모두 대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전화면접이나 자동응답(ARS) 여론조사의 경우 정치 고관여층이 주로 대답하는 경향성을 보이다보니, 이른바 ‘샤이 보수층’의 의견보다는 ‘강성 보수층’의 의견이 과표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연구소장은 “ARS 연구조사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소위 더 화가 많이 난 진영이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상계엄 당시에는 진보층의 응답이 과잉대표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 화두가 ‘윤 대통령 체포·구속’으로 바뀌니 성난 보수 유권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설문조사에) 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여론조사의 방법론, 상황적 요인에 따라 발표되는 여론은 ‘출렁’ 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거의 캐스팅보터인 ‘중도층’을 고려하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면 ‘민심의 착시’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을 지지하지 않으나, 비상계엄에 분노하고, ‘부정선거설’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의 규모가, 여야 양극단 지지세력과 비교해 적지 않다는 해석이다. 실제 NBS 조사에서 ‘올해 대선이 치러진다면 어느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투표할 정당 후보가 ‘없다’거나 ‘모름·무응답’으로 답한 비율이 21%에 달했다.

이에 정치 전문가 일각에선 여당이 ‘여론의 오판’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지율 상승세를 근거로 ‘비상계엄’과 그 후 ‘탄핵 국면’의 판이 달라졌다고 해석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나아가 여권 내부에선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를 대비, 기존 보수층 결집뿐 아니라 중도층을 포섭할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시사저널 기고를 통해 “집단 극화가 심화되면 중도층이 좀 줄어들긴 하겠지만 스윙보터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지금도 윤 대통령의 계엄엔 반대하지만 동시에 이재명 대표에게 거부감을 가진 중도층이 상당히 존재한다. 만약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후보나 상황에 따른 이들의 선택은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이어 “비전과 신망으로 강하게 어필해야 먹히지, 동의하지 않는 거친 이슈로 목소리만 높이면 오히려 중도는 외면한다. 극단에 서 있으면 상황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며 “링 위에 선 선수는 관중의 함성이 들리지 않고 오직 상대방만 보인다. 들리지 않는다고 관중이 없는 게 아니고, 유튜브나 광장의 목소리가 전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응답률은 20.0%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