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대결집? 문제는 ‘중도층’이야!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국힘 42.8% vs 민주 40.8%…중도층은 국힘 34.6% vs 민주 44.1% 정권 연장 45.2% vs 정권 교체 49.2%…중도층에선 38% vs 57.5% 격차

2025-02-14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1992년 미국 대선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꺾어 파란을 일으켰다. 미국 내에서 존재감이 없는 아칸소 주지사였던 클린턴이 현직 대통령이었던 걸프전의 승자 부시를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신의 한 수가 있었다. 바로 경제였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Stupid, it's Economy)’로 클린턴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결국 선거에서 결정적 패를 쥐었던 것은 아군이 아니라 중도층이었다. 

한국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진영 간 대결 구도는 8년 전 박근혜 탄핵 국면 당시가 500m였다면 이번 탄핵 국면은 5만m 정도 된다는 평론까지 나올 수준이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12월14일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윤 대통령은 바로 직무정지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고 있다. 동시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구속영장 집행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8년 전 당시 탄핵 국면의 기억을 소환해 보면 집권여당 새누리당(현 국민의힘)과 여권 지지층은 속수무책이었다. 대통령과 정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했고 지지층이라고 존재하기는 했지만 세력으로 인정받기도 힘든 중과부적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번 탄핵 국면은 완전히 다르다. 내란 정당으로 물리며 수세에 처한 집권여당이 지지율에서 야당을 압도하고 있다.

2월10일 김기현 전 대표, 추경호·이철규 의원(왼쪽부터) 등 국민의힘 인사들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의 결집…박근혜 탄핵 정국과는 다르다

정당 지지율부터 살펴보자. 리얼미터가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봤다. 비상계엄 선포(2024년 12월3일), 탄핵소추안 가결(12월14일) 직전인 12월12~13일 조사에서 민주당 52.4%, 국민의힘 25.7%로 민주당 지지율이 집권여당보다 2배가량 더 높았다. 보수의 괴멸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난 지 한 달여 후쯤인 2025년 1월16~17일 조사에서 여당 46.5%, 민주당 39%로 오차범위 밖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높았다. 탄핵 정국에서 내란 세력으로 몰리고 있는 정당의 지지율이 탄핵을 주도하고 있는 정당보다 더 높게 나오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설 명절 이후 조사인 2월6~7일 결과도 국민의힘 42.8%, 민주당 40.8%로 오차범위 내 여당이 앞서는 수치다. ‘보수층 결집’ 현상이 뚜렷하다.

그러나 중도층의 지지율 추세를 분석해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올해 실시된 리얼미터의 5번 정기조사 중 중도층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내라도 앞서는 경우는 딱 한 차례에 불과하다. 1월2~3일 조사에서 중도층은 민주당 45.5%, 국민의힘 27.9%로 나왔고 국민의힘이 전체 결과에서 오차 범위 밖으로 앞섰던 1월16~17일 조사에서 중도층은 민주당 40.1%, 국민의힘 39%로 민주당이 오차 범위 내 더 높은 수치였다. 국민의힘이 전체 결과에서 여전히 오차 범위 내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2월6~7일 조사 결과조차 중도층은 민주당 44.1%, 국민의힘 34.6%다(그림①). 전체적으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보수층 결집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승부처인 중도층만 놓고 보면 민주당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중도층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그 여파로 진행되고 있는 탄핵 국면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 탄핵 정국에서 중도층 민심의 중요한 지표는 ‘차기 선거에 대한 구도’다. 2월6~7일 리얼미터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만약이 대선이 조기에 열린다면 (정권 연장 vs 정권 교체) 어떤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지’ 물어봤다. ‘집권여당의 정권 연장’은 45.2%,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는 49.2%다. 오차범위 내 정권 교체 의견이 더 높았다. 정권 교체 여론이 더 많지만 탄핵 정국에서 오차범위 내 차이인 데다 2주 전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 정권 연장 응답이 정권 교체보다 더 많기도 했다. 탄핵 정국의 원인을 제공한 세력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라는 민주당의 주장과 다른 의미의 결과다. 특히 MZ세대는 상대적으로 정권 연장에 힘이 실리는 여론이다. 20대(만 18세 이상)에서 정권 연장 의견은 52.9%, 정권 교체는 38.8%로 집권여당이 정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나타났다.

중도는 비상계엄·탄핵 국면에 매우 비판적

그런데 중도층 응답자 기준으로 ‘정권 연장’과 ‘정권 교체’ 여론을 분석해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리얼미터 2월6~7일 조사에서 정권 연장을 선호한다는 의견은 45.2%로 나왔지만 중도층은 38%였다. 정권 교체는 49.2%였는데 중도층은 57.5%로 나왔다. 중도층만 놓고 보면 정권 교체 의견이 약 20%포인트 더 많다. 보수층에서는 정권 연장이 79.9%로 나타났고 진보층에서는 정권 교체 응답이 79.6%로 정반대였다(그림②). 탄핵 정국이라는 진영 간 대치 국면 속에서 8년 전 탄핵 과정과 다르게 보수층은 결집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도층은 보수층 결집과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빅데이터는 탄핵과 중도층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2월1일부터 11일까지 탄핵과 중도층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먼저 탄핵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부정선거’ ‘반대하다’ ‘논란’ ‘비판’ ‘체포’ ‘혐의’ ‘의혹’ ‘우려’ ‘위기’ ‘갈등’ ‘혼란’ ‘폭동’ ‘불법’ ‘범죄’ ‘위반’ 등으로 나타났다. 중도층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비판’ ‘우려’ ‘반발’ ‘논란’ ‘지지하다’ ‘부정선거’ ‘합리적’ ‘체포’ ‘진정성’ ‘포용’ ‘갈등’ ‘범죄’ ‘부정적’ 등으로 나왔다(그림③). 탄핵과 중도층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비교해 보면 중도층에서 드러나는 특성은 ‘합리적’ ‘진정성’ ‘포용’ 등으로 보인다. 즉 이념 또는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아닌 결국 최종 승부의 열쇠는 ‘중도층’에 달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