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 악재’에 쏠리는 눈…5건의 재판 향배는

‘1심 당선 무효형’ 선거법 항소심, 3월 선고 예상…결과 따라 정국 요동칠 듯 김용 구속, 불법 대선자금 흐름 ‘정점’ 지목된 이 대표로 수사 확대될까

2025-02-14     이혜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기 대선을 겨냥한 방아쇠를 당겼다. ‘대권 재도전’의 탄환이 어떤 궤적을 그리게 될지는 안갯속이다. 파면 위기에 내몰린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과 별개로 이 대표를 옥죄는 사법 리스크 족쇄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이 대표의 주요 재판 기간과 선고 시점에 따라 대선 구도와 여야 정치 지형도 변곡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민주당에 치명상이 될 수 있는 측근들의 ‘릴레이 유죄·구속’을 발판 삼아 검찰과 사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11월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기로에 선 이재명, 과거의 대선에 발목 잡히나

제1야당을 이끌며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대표는 ‘5개 재판·12개 혐의’라는 첩첩산중에 들어서 있다. 사법부의 시계가 가장 빨리 돌아가고 있는 것은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 가늠자가 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이다. 검찰 기소 이후 26개월 만인 2024년 11월에 1심 결과가 나왔지만, 2심은 ‘신속 심리’에 따라 오는 3월 내 선고가 유력하다. 돌발 변수가 없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을 좌우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와 맞물려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항소심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면서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에 이 대표의 ‘허위 발언’ 부분을 특정하라고 요구하면서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기존 2명이었던 2심 변호인단을 선거법 전문가 등을 보강해 7명으로 대폭 늘렸다. 1심에서 이 대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김문기와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와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국토부 협박이 있었다’고 한 이 대표의 발언을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 형량이 그대로 확정되면 이 대표는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확정받는 경우에도 의원직을 잃고 향후 5년간 선거에 나갈 수 없다. 이 대표가 ‘1심 선고 뒤집기’에 사활을 건 이유다.

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이예슬·정재오 부장판사)는 2월12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3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대표의 ‘허위 발언’ 내용이 모두 담겼다고 설명했지만, 재판부는 정확히 어떤 부분이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발언은 이 대표가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2021년 12월 4곳의 방송 또는 라디오에 출연해 ‘김문기를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말한 대목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이 대표가 직접 발언한 것이 아닌 ‘검사의 해석’이라는 점을 파고들었다. 재판부는 “해외출장 기간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은 피고인의 직접 발언이 아니고 검사가 해석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검찰은 “그렇다.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호주 출장 중 김문기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취지의 이 대표 발언을 골프 의혹과 연결 지어 볼 때 일반인들은 ‘이재명이 김문기와 골프 친 사실이 없어서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이 대표 발언이 담긴 공소사실 중 허위에 해당하는 문구를 특정해야 공소 취지가 명확해진다고 거듭 강조하자, 검찰은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와 검찰 간 혈투의 승자는 곧 윤곽이 드러난다. 재판부는 증인을 3명만 채택하고, 결심공판을 2월26일에 연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통상 결심공판 한 달 후에 선고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3월을 넘기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가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인다면 헌재의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그러나 이미 2021년 2월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는 명확성 원칙 또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재판관 전원의 합헌 판단이 나왔던 만큼 법원이 이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항소심 개시부터 재판부가 신건 배당 중지를 요청하는 등 신속 진행 의사를 밝혀왔고 재판 진행 과정에서도 데드라인을 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며 “정치권과 여론 집중도가 높은 사건이니만큼 최대한 집중 심리와 검토를 거쳐 예측 가능한 시점 내에 선고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이재명 대표의 유무죄를 확정할 대법원 판단이다. 3월말 항소심이 종료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고는 불가피하다. 만일 헌재가 3월 중으로 윤 대통령을 파면 결정하면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보다 앞서게 된다. 법조계에서도 항소심 종결 이후 대법원으로의 기록 송부 등 기본 절차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전원합의체로의 회부 결정 등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가 당내 경선을 뚫고 대선후보에 오른다 하더라도 대법 확정 판결과 4개의 1·2심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을 떨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서류 수취 지연과 위헌법률심판제청 카드로 ‘재판 지연 전략’ 논란을 불러온 이 대표는 항소심 변론 종결이 임박하자 연일 “신속히 끝날 것” “우리로서도 빨리 정리되는 게 좋다”는 메시지를 내며 2심 선고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변호인을 대거 추가 선임하며 총력전을 펼친다는 점에서 그만큼 위기감을 드러내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 사진)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시사저널 박정훈

‘피고인’ 대선후보?…김용 등 판결에서 불리한 상황 이어져

선거법과 동시에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도 3월11일부터 본격 궤도에 오른다. 이 사건 1심이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다르지 않고, 방어권을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 대표는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만 거짓 증언 혐의로 벌금 500만원 선고가 나온 데 반발해 “성공한 위증교사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라며 항소했다. 위증교사 항소심은 사실관계가 단순한 만큼 선고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 대표를 위태롭게 할 사법 악재는 또 다른 법정에서도 ‘현재 진행 중’이다. 선거법 위반과 마찬가지로 민주당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악재가 최근 추가되며 이를 겨냥한 여권의 보폭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기소된 사건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장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판은 대장동·성남FC·백현동·위례 사건이다. 4개 사건을 병합한 이 사안은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 무죄를 선고한 형사33부에서 맡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주목할 점은 1심에 이어 2심도 이 대표를 정점으로 지목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증언 신빙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의 진술 신뢰도를 깨트려야 할 이 대표 입장에서는 대형 악재인 셈이다.

김 전 부원장 2심 결과는 이 대표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쟁점이 복잡하고 사건 기록도 방대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의 경우 2023년 3월 기소돼 2년이 흘렀지만 1심은 이제 시작 단계다. 위례신도시 사건 심리에만 11개월이 걸렸고, 대장동 심리는 2024년 10월부터 본격화됐다. 대장동 의혹 핵심 증인인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신문에만 석 달 넘게 소요됐다. 이 대표가 재판에서 조기 퇴정한 경우 유 전 본부장이 신문 절차를 거부함에 따라 재판이 공전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재판부도 이미 “1~2년이 걸릴 수 있다”며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월 법관 인사에서 김 부장판사는 변동 없이 서울중앙지법에 남지만, 사무분담을 통해 담당하는 재판이 바뀔 수 있고 배석 판사가 교체된 점은 변수다. 재판부 구성이 바뀐 상태에서 ‘정영학 녹취록’을 증거로 쓰려면 140시간에 달하는 전체를 법정에서 다시 재생해야 한다. 화천대유 대주주였던 김만배씨 사건에서도 재판부 교체로 갱신 절차에만 두 달이 넘게 소요된 전례가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거듭되는 재판 지연 논란이 사법부의 신뢰를 뒤흔든다는 점을 주시하며 형사소송 규칙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정영학 녹취록처럼 증거로 채택된 녹음파일이 방대할 경우 중요 부분만 재생하고, 동일 내용의 문서가 확보됐다면 재생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규칙안 개정은 대법관 회의 의결만으로도 즉시 시행이 가능하다.

이 대표의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1부 신진우 부장판사도 수원고법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공범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신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 기피를 신청했고, 이 여파로 재판은 3개월가량 멈춰 있었다. 수원지법은 2월12일 이 대표의 기피신청은 재판부 구성 변동으로 인해 심리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보고 각하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이 1월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재명 수사” 파상공세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조기 대선 행보를 집중 견제하고 나선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진우 의원은 김용 전 부원장이 받은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총 6억7000만원)이 이 대표의 2021년 대선 경선 캠프 자금으로 흘러갔다는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 이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김 전 부원장에 대한 2심 판결문에 ‘이재명’ 130회, ‘경선자금’이 28회 등장하는 등 자금 흐름과 최종 용처에 대한 실체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확정 시 대선 보조금 434억원을 반납해야 하고, 대선 캠프 자금 의혹에 대한 불길까지 덮칠 경우 당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점을 집중 공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주 의원은 “김용은 이재명 대선 캠프의 살림을 살던 핵심 인력이며 불법 자금의 출처는 대장동 동업자 유동규, 남욱”이라며 “유착의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제 이재명이 수사받을 차례”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의 주요 재판 항소심 선고 결과와 대법원 상고는 조기 대선과 맞물려 사법부에 또 다른 숙제가 될 전망이다. 사법부 관계자는 “항소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선거 국면도 어떻게 전개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니만큼 예단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할 수는 없다”며 “전례가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 때가 오면 엄격한 법 원칙에 따라 결론을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