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실용주의의 성공 조건…“인물 교체로 세력 확대해야” [최병천의 인사이트]

2016년 문재인, 김종인 영입해 ‘실용주의’ 강화하며 ‘중도 확장’ ‘중원’이 관건…李에 어려운 후보는 오세훈, 쉬운 후보는 김문수

2025-02-14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격적인 ‘우클릭’에 시동을 걸었다. 경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별도의 성장론을 발표하고, 반도체 산업의 주 52시간 제외에 대해서도 유화적이다. 이재명 대표의 실용주의와 정책 우클릭은 이전에도 있었다. 작년 당대표 연임에 도전할 때 종부세(종합부동산세) 완화, 상속세 완화,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등의 입장이었다. 금투세의 경우 논란 끝에 ‘폐지’를 결정했다. 

이재명 대표의 실용주의는 ‘중도 확장’을 위한 것이다. 지지층 확대가 효과적이려면, 현재 정치 지형과 유권자 지형의 스펙트럼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먼저 유권자 지형을 살펴보자. 현재 보수 쪽은 탄핵에 대한 찬성-반대가 가장 중요한 구별점이다. 즉, 보수 쪽은 ‘탄핵을 찬성한’ 보수와 ‘탄핵을 반대한’ 보수로 나뉘어 있다. 민주당의 경우 ‘친명’ 민주당과 ‘비명’ 민주당으로 구분되어 있다. 비명 민주당의 가장 큰 축은 친문 진영이다. 민주당 바깥에는 조국혁신당 지지층이 일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3일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 제외’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李, ‘비명’ ‘중도’ 확보하면 10%p 지지율 상승 가능

이를 토대로 유권자 스펙트럼을 구분해 보면 [표]와 같다.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①친명 민주당 ②비명 민주당 ③중도층 ④탄핵 찬성 국민의힘 ⑤탄핵 반대 국민의힘의 5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이재명 일극체제’가 강화됐다. 비명 계열은 의원 숫자도 매우 적고, 비명계 중에서 대선후보급 유력 정치인들은 공천에서 배제됐다. 김부겸, 임종석, 박용진이 대표적이다. 설날 연휴기간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탄핵 찬성-반대는 6:4 구도, 정권 교체-정권 재창출은 5:4 구도, 정당 지지율은 4:4 구도였다. 여기서 유의할 포인트는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약 40%인데, 정권 교체 지지율이 약 50%라는 점이다.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사람 중 약 10%포인트는 민주당으로 흡수되지 않았다. 거꾸로 보면, 민주당이 하기에 따라 10%포인트 정도는 지지율을 확장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접근해야 할 1차적인 중도 확장 대상은 바로 이들이다. 즉, ‘정권 교체를 희망하지만, 아직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층이다. 이들은 ②비명 민주당과 ③중도층 일부에 흩어져 있다. 

이 대표를 둘러싼 3대 변수가 존재한다. ①공직선거법 2심 판결 ②2심 판결 이후 가상 대결 ③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선출될지 여부다. 3대 변수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공직선거법 2심 재판의 경우 재판부는 2월26일 변론기일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3월 안에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둘째, 2심 판결 이후 가상 대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현재 여론조사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대부분 반영되어 있기에 2심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반면 1심과 2심은 불안감이 다르기 때문에 2심 판결이 불리하게 나올 경우, 일정 비율로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셋째,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될지의 문제다. 탄핵을 반대한 후보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후보는 김 장관이다. 그다음은 홍 시장이다. 탄핵을 찬성한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이다. 본선 경쟁력에 국한하면, 유 전 의원이 가장 강력하다. 그러나 ‘당내 경선 통과’ 가능성이 만만치 않다. 한 전 대표 역시 지지율이 많이 빠졌다. 지지율을 회복하고 본선 진출하기까지가 쉽지만은 않다. 탄핵 찬성파 중 상대적으로 경선 통과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오 시장이다. 국민의힘 경선 통과 가능성까지를 고려할 때, 민주당 입장에서 ‘유리한’ 후보는 김문수 장관이다. 상대적으로 버거운 상대는 오세훈 시장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3대 변수’까지를 고려하고, 대선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즉, 2심 판결이 불리하게 나오고, 국민의힘에서 오세훈 시장이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경우를 가정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의 실용주의는 지지율 반등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실제 무슨 일을 했는지 복기해 보면, 경제 성장을 강조한 점,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고집하지 않고 추경을 요구하겠다는 것 정도다. 반도체 산업의 주 52시간 제외는 검토했지만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 대표의 실용주의가 지지율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중도 확장을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정책에서 실용주의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세력 확대를 꾀해야 한다. 셋째, 앞의 두 가지 목표를 ‘인물 교체’와 결합해 구현해야 한다. 

잠시,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2016년 문재인 대표 사례를 복기해 보자.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경우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김종인 비대위원을 영입했다. ‘인물 교체’를 매개로 정책적 실용주의를 강화했다. 이를 통해 중도층 유권자 일부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2016년 문재인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조응천 전 비서관,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을 영입했다. ‘인물 교체’를 매개로 세력 확대를 꾀한 경우다. 

‘이재명스럽지 않을 때’ 지지율은 오른다

2012년 박근혜의 중도 확장, 2016년 문재인의 중도 확장이 갖는 공통점은 ‘약점 보완’이다. 박근혜가 ‘박근혜스럽지 않을 때’, 문재인이 ‘문재인스럽지 않을 때’ 유권자들은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이 대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재명스럽지 않을 때’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정책적 실용주의만으로는 안 되고, 인물 교체를 매개로 세력 확대를 꾀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김경수 지사는 이른바 ‘비명횡사’에 대한 이 대표의 사과를 포함해 ‘4대 요구’를 했다. 이 대표는 김경수 지사를 포함한 비명 잠룡들을 적극 만날 필요가 있다. 만남 그 자체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이들의 요구 일부를 수용하고, 특히 ‘인물 교체’를 병행해야 한다. 

국민은 ‘인물’을 매개로 정치를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권 교체를 찬성하지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기 위해서는 ‘친명스럽지 않은’ 인물을 영입하고, 비중 있는 역할을 맡길 필요가 있다. 정책 실용주의, 세력 확대, 인물 교체가 결합될 때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