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못나지고 있다”…故 김새론 사망에 ‘무관용 사회’ 자성 쏟아졌다

네티즌·정치권·의료계 등에서 ‘관용 없는 사회’ 지적 이어져 “스스로 정의롭다 생각하며 죽창으로 찔러…이 지옥도 멈춰야”

2025-02-17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배우 김새론이 음주운전을 하다 가로수와 변압기 등을 들이받은 사고를 낸 혐의와 관련해 2023년 3월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번째 1심 공판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세상을 등진 배우 김새론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이는 가운데 개인의 실수와 과오에 지나치게 엄격한 오늘날 한국 사회의 풍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사회 각계에서 제기된다.

네티즌 A씨는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김새론 갤러리에 ‘잘못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벌을 받고 간 느낌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2022년 음주운전 중 가로수 등을 추돌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김새론이 생전 여러 차례 연예계 복귀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던 점을 꼬집은 것으로 읽힌다.

A씨는 해당 글에서 “물론 (김새론이) 잘못한 건 맞다. 따라서 그것에 대해 비판받는 건 감수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과연 그 죄가 자신의 본업인 배우는 물론이고 아르바이트조차 못하게 하며 집요하게 스토킹하고, SNS 하나 올렸다고 무분별하게 비난했어야 할 일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김새론의 팬들 또한 디시인사이드 여자 연예인 갤러리에 올린 성명문을 통해 “그녀는 저지른 잘못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대중의 질타와 냉대 속에서도 이를 감내해 왔다”면서 “훨씬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정치인들이 책임을 회피한 채 떳떳하게 살아가는 상황을 마주할 때,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현실에 대해 깊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도 오늘날의 무관용 사회를 뒤돌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새론을 추모하며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는 (간음한)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성경 구절과 고(故) 이선균 배우가 남긴 명대사 중 하나인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 하는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줘야 하는 게 인간”을 인용했다.

이어 이 최고위원은 “여러분, 우리는 못나지고 있다”면서 “스스로 정의의 편에 서있다고 생각하면 죽창을 들고 몰려가 사정없이 목표물을 찌른다. 그 방식이 아무리 공적인 범위를 넘어서고 잔인해도 상관없다”고 진단했다. “때로는 저 역시도 ‘간음한 여성에게 돌을 던지자’고 말한 바리새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자기반성도 함께였다.

아울러 이 최고위원은 “이제 이 지옥도를 멈춰야 한다.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아무리 천인공노할 일을 한 사람에게도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 사적 제재로 누군가를 인격살해 하지 않는 것, 섣불리 판단해서 집단으로 린치하지 않는 것, 이 모든 것이 놀랍게도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가 지키려 노력했던 가치”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나종호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 또한 페이스북에 올린 김새론 추모글에서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일 없었다는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게임》 같다”면서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잃어야 숨 쉴 틈도 없이 파괴적 수치심을 부여하는 것을 멈출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새론은 지난 16일 오후 4시54분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자택에서 숨진 채 친구에 의해 발견됐다. 조사에 착수한 경찰은 현재까지 김새론의 죽음과 관련해 외부 침입 정황 등 별다른 범죄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