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선 중도 확장성이 관건”…이재명의 ‘맞수’는 누구?
김문수, 강성 지지층에 소구력…‘부정선거론’ 동조 등 중도 확장엔 물음표 오세훈, 李와 ‘접전’ 여론조사 결과도…‘합리적 보수’ 이미지로 ‘무당층’에 인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맞수’는 누굴까.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정치권에 당장 가장 많이 등장하게 될 질문이다. 야권에선 압도적인 지지세가 있는 이 대표가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히고 있다. 반면 최강자가 없는 여권에서는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큰 흐름은 있다. 우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선두권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그 외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한 자릿수(다자 대결 기준) 지지율에 머무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조기 대선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여권 내 판세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나오는 여권 주자 지지도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반발하는 보수 결집 현상 속에 인기도 조사의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조기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여당의 주자를 결정짓는 최대 변수는 대(對)이재명 경쟁력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와 야권이 가장 피하고 싶은 후보는 누굴까. 반대로 이 대표와 야권이 가장 반길 후보는 누굴까. 이 지점이 여권 내 경쟁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거란 관측이다.
2월20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유권자 1000명 대상, 2월17~19일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전화면접 방식)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31%로 가장 앞섰고, 이어 김문수 장관이 10%로 2위로 집계됐다. 이어 오세훈 시장 8%, 홍준표 시장 5%, 한동훈 전 대표 5%, 유승민 전 의원 2%,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2%, 안철수 의원 2% 순으로 조사됐다.
野 “김문수 나오면 땡큐”, 왜?
이 조사에서 2위로 기록된 김문수 장관은 추세적으로도 여권 내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여권 주자와 이 대표가 1대1로 맞붙을 경우를 가정한 가상 양자 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가상 양자 대결 조사가 이뤄진 에너지경제신문 의뢰 리얼미터 조사(유권자 1000명 대상, 2월13~14일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ARS자동응답 방식)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 대표와의 양자 대결에서 31.8% 대 46.3%로 14.5%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17.6%포인트 격차를 보인 오세훈 대 이재명(29.0% 대 46.6%), 20.7%포인트 차이가 나는 홍준표 대 이재명(26.2% 대 46.9%)보다 적은 격차였다.
정치권에선 김 장관의 경쟁력에 대해 아직은 물음표를 찍고 있다. 특히 이 대표에 대한 경쟁력이 확인되는 지표인 양자 대결에서도 여권 주자 중 가장 나은 결과를 보였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김문수가 대선에 나오면 땡큐”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건 김 장관의 중도 확장성에 대한 의문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계엄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옹호하는 것은 물론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도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중도층 민심은 차기 대선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요소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극대화되는 변수다. 이번 탄핵 정국을 촉발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반감, 그리고 이 대표의 여러 사법 리스크, 민주당 내 친명(親이재명) 일극(一極) 체제 등에 대한 반감을 모두 갖고 있는 중도층이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도 확장성은 이 대표의 약점으로 꼽혀왔다. 이 대표가 최근 상속세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선언하는 등 연일 ‘우클릭’을 하는 것도 자신의 약점을 의식한 특별 처방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의 리얼미터 가상 양자 대결 조사에서 자신의 이념성향을 중도라고 밝힌 이들의 응답 결과를 봤을 땐 김문수·오세훈·홍준표 세 주자 중 이 대표와의 격차가 그나마 적은 쪽은 오세훈 시장이었다. 중도층 응답 결과 오 시장 31.2%, 이 대표 50.4%로 19.2%포인트 차였고, 김 장관과 홍 시장은 각각 22.4%포인트, 26.1%포인트 차로 이 대표에게 뒤졌다.
4선 서울시장으로 전 국민적 인지도가 높고, 합리적 중도보수 정치를 추구해온 오 시장은 얼마 전 진행된 다른 양자 대결 조사에서는 이 대표와의 격차를 오차범위 내로 좁히기도 했다. 세계일보가 의뢰해 한국갤럽이 1월31일에서 2월1일 실시한 조사(유권자 1004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전화면접 방식)에 의하면 오 시장은 이 대표와의 맞대결에서 단 4%포인트 차(43% 대 47%)로 따라붙었다. 이재명-홍준표(47% 대 39%), 이재명-김문수(50% 대 37%), 이재명-한동훈(47%대 34%) 중 가장 격차가 좁았다.
특히 오 시장은 지역별로 봤을 때 민심의 ‘바로미터’로 평가되는 대전·세종·충청권에서 44% 대 41%로 오차범위 내에서 이 대표를 앞섰고, 서울에서는 46% 대 48%로 2%포인트 차로 이 대표를 바짝 쫓았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오 시장은 자신의 이념성향에 대해 ‘없음’ ‘모름’ ‘응답 거절’로 답한 이들의 응답에서 48% 대 20%로 28%포인트 차로 이 대표를 앞섰다. 이는 오 시장이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답변을 유보하고 있는 무당파를 흡수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복해서 나오는 전망대로 탄핵 인용 이후 여론의 흐름이 급변할 가능성이 작지 않고, 각 주자들이 보수 결집 현상에 맞춰 중도층보다는 강성 보수층의 입맛에 맞는 메시지를 내놓는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해 아직까지 여권 내 판세를 전망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많다. 또 아직까지는 본격 행보를 하지 않는 잠룡이 많아 앞으로 그들의 등판 여부에 따라 여론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한동훈 전 대표의 경우 책을 출간하며 공식 복귀를 예고한 상황이다.
진보층 호응받는 유승민, 경선 뚫으면 복병
전체 조사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유독 진보층의 호응을 받는 잠룡도 있어 정치권 일각에선 그의 대이재명 경쟁력에 주목한다. 바로 유승민 전 의원이다. 그는 앞의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군만 놓고 선호도를 조사했을 때 17%로 김문수 장관과 동률 선두로 나타났다. 그다음이 오세훈 13%, 한동훈 12%, 홍준표 11%, 안철수 8% 등 순으로 집계된 가운데 유 전 의원은 진보 성향이 강한 광주·전라(23%), 제주(58%) 등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자신을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의 34%도 유 전 의원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민주당 내에서 요직을 지낸 한 전직 의원은 시사저널에 “유 전 의원은 진보진영 내에서도 꽤 인정하는 합리적 보수 정치인”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경우 진보진영 내 일부에서도 강한 반감이 있는 만큼 중도에 가까운 진보, 이 대표를 경계하는 진보층의 표를 가져갈 수 있는 유 전 의원이 만약 여권의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 민주당엔 복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보수진영 내에선 큰 호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유 전 의원의 최대 한계로 꼽힌다.
※ 기사에 소개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