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시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대학가 원룸 임대업자의 딜레마

2025-02-21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서울의 주요 대학가 월세는 요즘 계속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보증금 1000만원을 받는 원룸의 월세는 평균 61만원, 관리비까지 더하면 69만원이라고 한다. 1년 사이에 월세는 6%, 관리비는 8% 올랐다.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자리는 주로 식당이나 카페,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데 공교롭게도 식당도 불경기, 건설 현장도 불경기이니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기 어려운 대학생들의 처지는 더 어려울 것이다.

대학 신입생 정원은 전국적으로 매년 8000명씩 줄어들고 있는데도 대학가 원룸의 월세가 가파르게 오른다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원룸 수요가 늘어난 게 아니니 원룸의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 한다. 서울 대학가의 원룸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가의 원룸 월세는 앞으로도 가파르게 오를 것이다. 특히 40만~50만원대의 낡고 저렴한 월세는 더 급격히 사라지면서 월세의 평균값을 훨씬 가파르게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가 주변에 붙은 원룸, 월세 안내 모습 ⓒ연합뉴스

월세 소득이 있으면 당연히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월세 소득을 신고하고 소득세를 내기 시작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건강보험료가 새롭게 부과된다. 예를 들어 은퇴한 노인이 빈 방이나 오피스텔 두 곳을 세를 놓고 월세를 각각 50만원씩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월세를 받기 전에는 아무 소득이 없어 세금도 내지 않고 건강보험도 자녀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될 수 있었지만 월세 소득이 생기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

일단 연간 1200만원의 월세에 따른 소득세가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에 따라 적게는 12만원, 많으면 61만원 나온다. 이건 당연히 내야 하는 세금이지만 문제는 그 뒤에 따라붙는 거대한 배꼽들이다.

일단 연간 400만원(월 33만원)이 넘는 월세 수입이 생기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가 된다. 그런데 그런 이유로 새롭게 부과되는 건보료는 월세 수입 1200만원에 대해서만 부과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소유한 다른 자산들까지 모두 들춰내어 반영하고 부과한다. 보유 재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매월 20만~40만원 정도가 건보료로 부과된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임대소득이 생기는 순간 아들과 딸의 연말정산에서도 부양가족에서 제외된다. 부양가족의 의료비 공제도 못 받게 되니 월세 소득이 생기는 순간 아들딸이 더 내야 하는 근로소득세도 연간 수백만원이다. 대학가 평균 월세인 60만원을 받은 원룸 하나를 굴리는 순간 임대소득은 중개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연간 600만원 남짓인데, 그로 인해 더 내야 하는 건보료와 자녀의 세금이 거의 비슷한 규모가 된다. 그러니 60만원 이하 월세는 빠르게 사라질 것이고 그보다 더 비싼 월세를 받더라도 그냥 비워둔 방이 아니라면 굳이 목돈을 투자해 월세를 놓을 이유가 없다.

물론 임대수입에 대해서만 이러는 건 아니다.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 연금소득 등 모든 소득에 대해 일정 금액을 넘으면 건보료가 부과되고, 자녀의 부양가족에서도 제외된다. 그나마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은 연간 1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괜찮은데, 임대소득은 그 ‘용서’의 범위가 400만원으로 더 낮다. 정부가 권장하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월세를 단돈 1만원만 받아도 피부양자 자격이 사라진다. 당신 같으면 월세 받는 원룸을 새로 굴리기 시작하겠는가.

어려운 문제이긴 하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역시 그 버퍼를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대학가의 월세는 지금도 오르고 있고 앞으로는 더 가파르게 오를 것이다. 어른들의 현명한 결정이 필요한 때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