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은 ‘극우’가 아닌 ‘스윙보터’다 [최병천의 인사이트]

이대남, 2022년 대선 때는 尹 지지…2024년 총선에선 尹 심판 20대 남성 탄핵 찬성 53%, 반대 35%…‘중도보수’ 성향 강해

2025-02-28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지난 1월 초중순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둘러싼 대치 국면이 있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우호적인 수치들이 증가했다. 정당 지지율은 비슷하게 따라붙었다. 이때부터 2030세대 남성들이 탄핵 반대 여론에 합류했다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 일부 인사는 이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이들을 자극하고, 언론의 뭇매를 맞아 직책을 사퇴하기도 했다. 

실제로 20대 남성에서는 탄핵 반대 여론이 더 높을까? 20대 남성들은 ‘극우적’ 생각을 하는 것일까?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친위 쿠데타’였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야당, 심지어 여당의 한동훈 대표까지 ‘군사적 폭력’으로 제거하려던 시도였다. 전형적인 독재자 마인드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12·3 친위 쿠데타를 옹호하는 것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20대 남성은 실제 어떻게 생각하는지 3개의 데이터를 통해 정리해 봤다. 3개의 데이터는 ①20대 남성의 탄핵 찬반 여론 ②20대 남성의 정당 지지성향 ③20대 남성의 주관적 이념성향이다. 

2월1일 서울 종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윤 대통령이 2024년 1월19일 강릉의 한 카페에서 강원 지역 청년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남성 탄핵 찬성 62%, 반대 31%

언론을 통해 접하는 여론조사는 통상 1000명을 샘플로 한다. 이 경우는 20대, 30대, 40대를 연령별로 보여줄 뿐 20대 남성, 20대 여성, 30대 남성, 30대 여성을 따로 보여주진 못한다. 데이터 모수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은 매달 마지막 주에 ‘월간통합 자료’를 발표한다. 3~4주간의 합계 데이터라 샘플이 3000~4000명으로 늘어난다. 이때 연령·성 교차 데이터를 발표한다. 20대 남성과 20대 여성 의견이 각기 어떻게 달랐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한국갤럽의 1월 월간통합 데이터를 통해 20대 남성이 주요 정치 현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해 보자. 

첫째, 20대 남성은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가? 일부 언론에서는 20대 남성이 ‘탄핵 반대’ 여론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20대 남성은 탄핵 찬성 53%, 탄핵 반대 35%다. 30대 남성은 탄핵 찬성 62%, 탄핵 반대 31%다. 더블스코어로 탄핵 찬성이 압도적이다. 2030 남성은 모두 탄핵 찬성 여론이 훨씬 더 높다. 6070세대는 다르다. 탄핵 반대 여론이 50%를 넘는다. 

20대 여성도 눈에 띈다. 탄핵 찬성이 81%다. 30대 여성은 탄핵 찬성이 77%다. 모든 연령·성 교차 데이터에서 20대 여성의 탄핵 찬성 비율이 가장 높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전체 여론’과 가장 비슷한 집단이다. 전체 여론은 탄핵 찬성 60%, 탄핵 반대 34%다. 이에 가장 근접한 집단은 30대 남성과 20대 남성이다. 다시 말해, 30대 남성과 20대 남성은 ‘전체 여론에 가장 근접한’ 집단이다. 

둘째, 20대 남성 중에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더 많은가? 사실이다. 20대 남성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힘 37%, 민주당 18%다. 흥미로운 것은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 비율이 33%다. 30대 남성은 국민의힘 35%, 민주당 28%다.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확 줄어든다. 30대 남성의 무당층 비율은 29%다. 남성 중에서 무당층 비율은 20대가 가장 높고, 30대가 그다음으로 높다. 

셋째, 20대 남성은 주관적 이념성향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가? 20대 남성은 보수 40%, 중도 31%, 진보 19%다. 보수가 더 많다. 30대 남성은 보수 40%, 중도 32%, 진보 21%다. 역시 보수가 더 많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20대 남성의 중도 비율은 31%, 30대 남성의 중도 비율은 32%라는 점이다. 보수보다는 적지만, 꽤 큰 덩어리다. 

2030 여성들은 어떨까? 이들도 흥미로운 존재다. 20대 여성은 보수 14%, 중도 31%, 진보 39%다. 진보가 더 많다. 30대 여성은 보수 25%, 중도 36%, 진보 30%다. 30대 여성의 경우 중도층의 비중이 가장 높다.  

보수, 중도, 진보는 ‘주관적 이념성향’이다. 주관적 이념성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수면 아래 있는’ 정당 지지율일 가능성이 높다. 국민 개개인이 이념을 따로 공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이들은 무엇을 판단 근거로 이념성향을 판단하는 것일까? 기존의 정당 구도에 대한 우회적 표현일 확률이 높다. 민주당을 지지하면 진보, 국민의힘을 지지하면 보수라고 응답할 가능성이 높다. 중도는 ‘지지 정당 없음’과 유사한 셈이다. 

‘與에 우호’ 2030 남성, ‘일방 지지’는 NO

중간 정리를 해보자. 20대 남성은 ‘탄핵을 찬성하는’ 집단이다. 20대 남성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조금 더 높다. 무당층도 꽤 많다. 20대 남성은 보수 성향이다. 그러나 무당층 역시 꽤 많다. 한 줄로 정리하면, 20대 남성은 ‘탄핵을 찬성하는’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 집단이다.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이 여당에 더 우호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지층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유보할 필요가 있다. 2022년 대선에선 윤석열 후보를 밀었지만, 2024년 총선에선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는 투표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의 방송 3사 출구조사에 의하면 20대 남성은 윤석열 후보 59%, 이재명 후보 36%를 찍었다. 30대 남성은 윤석열 53%, 이재명 43%였다. 흥미로운 반전은 2024년 총선 결과다. 결론부터 말하면, 20대 남성과 30대 남성 모두 윤석열 정부 ‘심판’에 투표했다. 지역구별 투표성향은 데이터가 없다. 방송 3사가 출구조사를 통해 ‘비례정당’ 지지율을 조사했다. 20대 남성의 여당 비례정당 지지율은 31.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민주당 26.6%, 조국혁신당 17.9%, 개혁신당 16.7%였다. 민주당과 혁신당은 선거연합을 했다. 민주당+혁신당 합계는 41.6%, 국민의힘은 31.5%에 불과하다. 

30대 남성에선 격차가 더 커진다. 국민의힘 계열 비례정당 29.3%, 민주당 28.8%, 혁신당 23.6%, 개혁신당 9.5%였다. 30대 남성의 민주당+혁신당 합계는 52.4%였는데, 국민의힘은 29.3%였다. 민주+혁신당 합계가 무려 23.1%포인트 더 많다. 

20대 남성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을 심판했다. 2020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압승을 도와줬다. 2021년 4·7 재보선과 2022년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계열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더 지지했다. 그러나 2024년 총선에선 윤석열 정부를 심판했다. 즉 2030 남성은 탄핵을 찬성하는, 중도보수 성향의, 스윙보터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