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 딜레마…尹 덕에 지지율 버텼지만 尹 때문에 중도는 떠난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중도층에선 민주당 42%, 국힘 22%…정권 교체 62%, 정권 유지 27% 반성 없는 尹의 마지막 메시지, ‘중도·수도권·청년층’에겐 소구력 없어
윤석열 대통령의 최종 메시지는 ‘비상계엄은 정당한 통치 행위였고, 모든 원인 제공은 거대 야당이다’로 나타났다. 2월25일 윤 대통령은 제11차 헌법재판소 최종 변론에서 이재명 대표가 주도하는 야당의 ‘이적 탄핵’과 ‘선동 탄핵’을 주장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간첩’과 ‘북한’을 배경으로 설명하며 “간첩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체제 전복 활동으로 더욱 진화한 것”이라며 “이러한 간첩 활동을 막는 우리 사회의 방어막은 오히려 약해지고 곳곳에 구멍이 난 상태”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최종 변론에 대해 ‘진정성’ 있는 발언이라며 환영했다. 최근 윤 대통령과 강성 지지층 결집이 이뤄지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명분에 양측이 일체화하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 지점에 여당과 보수층의 딜레마가 있다. 윤 대통령은 68분이나 되는 최종 변론에 승복 메시지를 담지 않았다. 정치적으로는 국민 분열 가속화, 선거를 앞두고는 외연 확장의 어려움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재명 2심 선고 ‘반사 효과’만 기다리는 與
현재 보수층 결집의 원동력은 한마디로 ‘이재명 심판론’이다. 지금도 가장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보수 결집의 원천이다. 마침 윤 대통령의 최종 변론 다음 날인 2월26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결심공판과 검찰 구형이 있었다. 검찰은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선 당선을 위해 직접 국민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며 “공직선거법을 적용하는 잣대가 피고인의 신분이나 정치적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면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2심 선고일은 3월26일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2심 선고 유죄만 기대하며 국면 반전을 노려도 되는 것일까.
이 대표는 선거법 2심 선고 결과가 비록 유죄일지라도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래서 ‘이재명 심판론’은 국민의힘에 심각한 딜레마가 되고 있다. ‘이재명 심판론’에 천착한 보수층 결집에도 중도·수도권·청년(중수청) 여론은 좀처럼 반등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2월18~2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표에 표시)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민주당 40%, 국민의힘 34%로 나왔다. 정당 지지율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므로 ‘중수청’ 여론이 더 중요하다. 중도층은 민주당 42%, 국민의힘 22%로 무려 20%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수도권은 먼저 서울은 민주당 40%, 국민의힘 37%, 인천·경기는 민주당 44%, 국민의힘 31%로 나왔다. 청년층은 어떨까. 20대(만 18세 이상)는 민주당 27%, 국민의힘 25%, 30대는 민주당 46%, 국민의힘 28%로 나왔다(그림①). 장외 집회에서 보수층이 결집하고 이재명 심판론을 내내 외치고 있지만 정작 ‘중수청’ 여론은 민주당에 더 힘이 실려 있다.
탄핵 정국을 분석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지표는 ‘정권 연장’과 ‘정권 교체’에 대한 여론이다. 갤럽 조사에서 ‘다음 대선과 관련해 어느 쪽 의견에 더 동의하는지’ 물어봤다. 조사 결과 ‘정권 유지’ 37%, ‘정권 교체’ 53%로 나왔다. 중도층은 정권 유지가 27%, 정권 교체가 62%로 교체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수도권에서 서울은 정권 유지 41%, 정권 교체 54%로 나타났고 인천·경기는 정권 유지 34%, 정권 교체 57%로 나왔다. 청년층은 20대에서 정권 유지 32%, 정권 교체 47%, 30대에서 정권 유지 27%, 정권 교체 62%로 나타났다(그림②). ‘중수청’ 여론은 정권 교체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李의 중도보수론, 與가 때릴수록 각인 효과 커져
여당은 이재명 대표가 표방한 ‘중도보수론’에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뾰족한 반전의 승부수는 보이지 않는다. 이 대표가 사실이 아닌 거짓말을 일삼고 있고 ‘중도보수’라는 이념적 정체성을 공격하지만, 그 효과는 무시하기 어렵다. 정치적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료하면서 반복돼야 하는데, 국민의힘이 정쟁 이슈로 쏘아올리면서 유권자에게 더 깊숙이 각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빅데이터는 이 대표의 ‘중도보수’ 표방에 대해 어떤 반응일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2월17일부터 26일까지 ‘중도보수’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중도보수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범죄’ ‘비판’ ‘논란’ ‘우려’ ‘반발’ ‘합리적’ ‘지지하다’ ‘진정성’ ‘비난’ ‘포퓰리즘’ ‘의혹’ ‘위기’ ‘믿다’ ‘파괴하다’ ‘갈등’ ‘진심’ ‘혼란’ ‘가짜’ ‘짝퉁’ ‘일방적’ ‘포용’ ‘체포’ ‘옹호하다’ ‘자격있다’ ‘오해’ ‘승리하다’ ‘망언’ ‘평화’ 등으로 나왔다(그림③).
중도보수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로 분석해 보면 부정적인 인식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지만, 다분히 정쟁적 성격으로 번지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래도 ‘합리적’ ‘진정성’ ‘포용’ ‘평화’ 등의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볼 때 중도보수를 표방하면서 얻는 정치적 효과는 작지 않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이재명 심판론’을 외치면서 강성 보수층은 결집하고 있지만 이게 대선 승리의 키를 쥔 ‘중도층’ 확보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지금 외쳐야 할 구호는 ‘보수 쇄신론’ 또는 ‘보수 혁신론’이다. 자기 성찰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