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똑바로 봐야 미래가 보인다”

‘역사 노마드’ 전우용의 《역사의 시선》

2025-03-10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역사의 시선|전우용 지음|삼인 펴냄|332쪽|1만9000원

역사학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 현장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역사의 진실 앞에 한 점 부끄러움 없는 글을 쓰는 일이다. 그런 길을 전우용씨가 간다고 해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한 전씨의 《역사의 시선》은 그런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저자가 필봉을 휘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은 민주주의 이전에 인간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이렇게 커나가는 ‘우리 안의 악마성’을 그대로 둔다면, 우리 자신의 인간성이 파괴되고 타인의 인간성을 파괴할 뿐 아니라 인류 역사에까지 죄를 짓게 된다.”

그러면 무엇이 저자를 이렇게 절망하게 했을까. 근대사를 전공한 저자는 우리 근대사를 암울하게 한 흐름을 짚어내고, 분석한다. 가장 큰 힘은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누리려는 기득권 세력이다. 그 기득권은 남산과 북악 사이에서만 과거 급제자가 나오던 시절을 한탄했던 정조 때와 다르지 않다. 실력 대신에 대리시험이나 시험관을 매수하던 이들의 태도는 로스쿨이나 의대 입시로 향하는 지금의 강남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저자는 그 흐름이 신자유주의 전도사들, 보수 언론, 정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들이 얽히고설켜 어설프고 비정형적인 ‘이념의 덫’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문제는 국민들 역시 한나 아렌트가 말하던 ‘악의 평범성’을 따라가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는 물론이고 쌍용차 퇴직 희생자 가족들을 자신들의 관점으로 공격하고, 저주의 말을 쏟아붓는 현실이다.

“해방 이후 6·25 전쟁을 거치면서, 군인의 덕목인 ‘힘’의 가치는 한층 더 높아졌다. 뒤이어 1960년대에 군사작전과 같은 방식으로 개발하고 건설하는 ‘돌격 건설의 시대’가 열렸고, 그 과정에서 ‘힘’은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단일 요소로 자리 잡았다. 경쟁력, 지도력, 매력, 친화력, 지력, 경제력, 창의력, 사고력, 이해력, 논리력, 판단력 등 온갖 것들, 심지어 힘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들에까지 ‘힘’이라는 글자가 들러붙었다.”

결국 이런 문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역사를 바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배울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만 가르침을 주며, 이를 통해 현재의 길을 잃지 않도록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시대는 상당히 위태롭다. 저자는 곳곳에서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기본 흐름을 강조한다. 결국 모든 가치의 기준이 부자이고, 자기의 안식인 세상, 아이들의 위험을 방치하는 세상에서 미래를 만드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금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역사를 통해 지금을 읽는 방식을 제시한다. 근대사를 전공했지만, 여느 학자들처럼 제도권 교육에 안주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따라 인생을 주유해온 노마드 역사학자라 할 수 있는 드문 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