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홍준표 동맹이냐 한동훈-유승민 연대냐…‘보수 빅텐트’는 가능할까
이재명 ‘1강 독주’ 체제에 맞설 與 대권 잠룡 ‘합종연횡설’ 대두 친윤계 “구심점은 김문수”…확장성 측면에선 ‘비윤 텐트’ 주목
누가, 누구의 손을, 언제 잡을 것인가. 최근 정치권의 시선은 보수 대권 잠룡들의 ‘합종연횡’에 쏠려 있다. 조기 대선이 열리면 이재명이라는 강력한 1강을 제압하기 위해 보수진영 내 ‘반명(反이재명) 빅텐트’가 구축될 가능성이 언급되면서다. 친윤(親윤석열)계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중심으로 ‘조기 대선판’이 움직이길 바라는 모습이지만, 정치권은 찬탄파(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간 ‘연대 시너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에 맞설 ‘확장력 있는 조합’이라는 시각에서다.
실제 일부 인사는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매칭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자 간 얽히고설킨 사연과 그로 인한 사감, 모두 대선 무대의 주연이 되고 싶어 한다는 절박감이 이들의 연대를 막는 장애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그 일말의 가능성을 뚫고 깜짝 보수 연대가 닻을 올린다면, 조기 대선 국면을 흔드는 ‘매머드급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대하면 이긴다? ‘보수 빅텐트’ 전례 보니
전쟁에서도 그리고 정치에서도 ‘협공’은 늘 ‘지고 있는 자들’의 몫이다. 반어적으로 강자는 연대할 이유가 없다. 최근 여권 대선 잠룡들의 연대설이 부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나타나는 여론의 흐름대로면 승기는 분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잡고 있다. ‘12·3 비상계엄’에 성난 민심을 업고 이 대표는 압도적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구호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월26~28일 전국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자동응답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46.3%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8.9%), 한동훈 전 대표(6.9%), 홍준표 대구시장(6.8%), 오세훈 서울시장(5.1%), 유승민 전 의원(2.1%) 순으로 나타났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2~6위까지 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39.8%) 이 대표 지지율(46.3%)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조기 대선을 가정한 양자대결 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국민의힘 유력 주자를 모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왔다. 이 대표와 김 장관의 가상대결에선 50.0% 대 31.6%로 이 대표가 18.4%포인트 앞섰다. 오 시장과의 양자대결에선, 50.3% 대 23.5%, 홍 시장과의 양자대결에선 50.0% 대 24.2%, 한 전 대표와의 양자대결에선 49.7% 대 20.3%로 모든 후보를 이 대표가 압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 물밑에서도 ‘연대의 불가피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전례도 적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 성향 후보들이 손을 잡거나 ‘빅텐트’를 구성한 사례는 한국 정치사에서 여러 번 있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새누리당)와 경쟁 관계에 있던 이회창 전 총재와 이인제 당시 자유선진당 최고위원이 박 후보를 지지하면서 보수가 결집했고, 그 결과 대권을 박 후보가 쥐었다. 지난 대선의 변곡점으로도 중도보수를 표방했던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가 꼽힌다.
반대로 연대에 실패해 분열하거나 잠룡급 후보 여럿이 완주를 택할 경우 보수는 어김없이 패했다. 1997년 대선 당시 범보수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했고 결국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펼쳐진 대선에선 보수진영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화했고, 중도보수를 표방한 국민의당까지 완주를 택했다. 그 결과 문재인 후보(민주당)가 41.08%의 득표율로 홍준표 후보(자유한국당·24.03%)와 안철수 후보(국민의당·21.41%), 유승민 후보(바른정당·6.76%)를 누르고 대권을 잡았다. 탄핵 여파에도 문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자, 당시 정치권에선 ‘반문(反문재인) 텐트’가 완성됐다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김문수 “이준석도 끌어안는 경선 필요”
물론 당장 여권 내 ‘빅텐트’가 쳐질 가능성은 낮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계’가 여전히 돌고 있다. 친윤계 지도부가 탄핵 기각을 염원하고 보수 지지층이 주말마다 반(反)탄핵 집회를 광장에서 개최하는 가운데, 여권 주자들이 공개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탄핵되고 조기 대선이 결정된다고 해도 ‘보수 적자’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보수가 바라는 이상적인 그림은 모든 후보가 종국에는 단일화해 ‘보수 대통합’이 이뤄지는 것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누구를 중심으로 보수가 연대해야 하는지, 누가 보수의 구심점이 되어야 승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여권 내 논쟁이 벌어질 여지가 있다. 특히 ‘탄핵의 강’을 두고 갈라진 친윤계와 비윤계가 서로 다른 셈법으로 ‘연대 손익계산기’를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친윤계는 ‘숫자’를 앞세워 김문수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빅텐트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 다수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지지율 1위 후보로 김 장관이 오른 상태이기에 명분은 있다. 문제는 확장성이다. 김 장관은 대표적인 ‘탄핵 반대 강성 보수 주자’로 분류된다. 이에 국민의힘 당원, 보수 지지층의 압도적 지지는 받고 있으나 중도층엔 큰 반감을 사고 있다. 특히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과는 여야만큼이나 관계가 벌어져 있기에 ‘김문수 빅텐트’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여기에 범친윤계인 홍준표 시장의 완주 의지가 강해 ‘친윤 빅텐트’ 역시 적지 않은 진통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정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어려워 보이는 만큼 김 장관과 홍 시장 등이 구심점이 돼 연대를 이뤄낸다면 상당한 파급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이 조기 대선 정국이 가시화할 경우 ‘깜짝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한다. 취재 결과, 김 장관은 최근 사석에서 “이준석 전 대표도 끌어안는 경선이 필요하다. 이 전 대표도 끌어안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어적으로 확장성이 가장 큰 조합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주자들이 힘을 합치는 ‘찬탄 연대’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공개 행보를 재개한 한동훈 전 대표,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는 오세훈 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원내의 안철수 의원 등이 대표적인 찬탄파로 분류된다. 이들 모두 당원들에게 많은 반감을 사고 있어 1차 관문인 당내 경선부터 뚫는 것이 난제다. 반면 범진보·범중도 유권자를 포섭해야 하는 본선 무대에선 이들의 옅은 친윤색이 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갭럽이 KBS광주방송총국의 의뢰로 2월13~15일 광주와 전라남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608명에게 ‘범보수진영 대선후보로는 누가 나서는 것이 가장 좋을지’ 물은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4%포인트) 유 전 의원이 19%로 1위에 올랐다.
이 때문에 야권 역시 보수 내 비윤 연대를 가장 경계하는 모습이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중도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 역시 본격적인 ‘좌클릭’을 시작하면 치열한 중원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명(親이재명)계 의원은 “민주당으로선 ‘김나땡’(김문수 나오면 땡큐)이다. 현 여당은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들게 되고 ‘탄핵의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될 것”이라며 “아무래도 유승민 전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 등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당내 경선을 뚫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한-유(한동훈-유승민) 연대’의 파급력,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두 사람 모두 ‘탄핵 책임론’ ‘명태균 리스크’에서 자유로우면서 ‘안보와 경제’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유사하다는 관측에서다. 3월5일 방송된 JTBC 《썰전》에 출연한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민의힘에 이중 전선이 있는데 하나는 찬탄과 반탄, 하나는 연명(명태균과 연결된)과 단명(명태균과 단절된)이다. 찬탄과 단명 교집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한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라며 “확장성(이 크다고) 생각해볼 사람들”이라며 여기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오세훈 시장까지 연대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유 전 의원은 이 같은 전망에 “(한 전 대표와) 공통점이 있다”며 “언제든지 (연대)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여지를 뒀다.
다만 연대의 많은 강점에도 이들 간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와 사감 등이 풀어야 할 난제로 지목된다. △후보들 모두 ‘정치적 경험’이 아닌 ‘정치적 명운’을 걸고 대선 완주를 노릴 것이기에 △연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일 가능성이 크고 △후보 단일화 방안 등을 극적으로 마련한다 해도 △여권 내 ‘배신자 프레임’을 뚫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빅텐트’가 꾸려지기까지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쌍권’ 아닌 ‘쌍전’ 체제? 아스팔트에 주도권 내준 與 지도부
‘보수의 연대’가 필요한 배경에는 ‘보수의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이재명의 일극체제’ 배경에도 ‘보수의 위기’가 있다. 역설적으로 대통령과 여당이 위기에 빠지지 않았다면 이 대표의 독주는 어려웠을 것이고, 당내 친윤-비윤 갈등이 발화할 이유도 없었다는 시각이다. 이에 여권 일각에선 ‘권성동-권영세 투톱 체제’에 대한 불만과 불안의 기류도 상당히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12·3 비상계엄 후 이들이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보수의 구심점이 ‘여의도’에서 ‘아스팔트’로 넘어갔다는 비판이다.
실제 최근 여권 내에선 현 보수진영을 이끄는 것은 ‘쌍권’이 아닌 ‘쌍전’이라는 조소 섞인 비유까지 확산하고 있다.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전광훈 목사와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보수의 여론 흐름, 나아가 당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실제 매주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국민의힘 의원 수는 늘어나고 발언도 과격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은 3월1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각각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광화문 집회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를 때려부수자(서천호 의원)”는 거친 발언까지 나왔지만 당 지도부는 사실상 이를 묵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