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최상목, 마은혁…물고 물리는 尹 탄핵심판의 변수들
선고일 늦춰지는 韓 탄핵심판, 尹 결과와 동시 또는 늦게 나올 가능성 멀어지는 최상목의 ‘마은혁 임명’…헌재, 8인 체제서 尹 운명 결정할 듯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헌재가 윤 대통령의 ‘파면’ 또는 ‘복귀’를 결정할 시기가 3월 중순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한덕수 총리 탄핵 사건의 선고 시점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 등 마지막 변수가 남아 있다. 변수의 최종 향배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결정에 달렸다. ‘9인 완성체’에서 점차 멀어지고 헌재가 결국 ‘8인 체제’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결론 낼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덕수 운명 안갯속…3월 첫주 선고 ‘불발’
헌재의 평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3월6일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는 3월 둘째 주인 10~14일 중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최종변론은 2월25일 마무리됐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정원 9인 중 1인 공석)은 변론 종결 이후 개별적으로 쟁점사항 검토 등을 거쳐 3월4일부터 평의를 본격화했다.
헌재가 3월17일까지 변론 또는 재판 일정을 모두 비워둔 점,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금요일에 이뤄진 점 등에 비춰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은 3월14일이 유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변수는 막판까지 맞물려 돌아가는 심판정 안팎의 복잡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 일정과 그 결과까지 일종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던 한덕수 총리의 탄핵 사건은 3월 첫째 주 선고가 불발됐다.
국회 측이 꼽은 한 총리에 대한 주요 탄핵 사유 가운데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부분은 윤 대통령과도 직결된다. 국회 측은 한 총리가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내용을 전달받고,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고 참여한 것이 위헌적 계엄 선포에 공모하거나 최소 묵인·방조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한 총리 측은 “국무위원들의 반대와 우려를 전달해 계엄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 총리 사건은 단 1회로 변론이 종결됐다. 때문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보다 결론이 먼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헌재가 3월5일 국회 측이 신청한 검찰의 국무위원 수사기록 송부 촉탁을 받아들이면서 3월초 선고에서는 한발 멀어졌다. 국회 측은 12·3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의 위법성을 적극 부각, 한 총리의 탄핵 정당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관련자들의 조서 등 추가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한 총리 사건의 마침표를 찍지 않는 배경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시점’을 둘러싼 고심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총리 건 결정문에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의 위헌·위법성에 대한 판단이 담길 수밖에 없는데,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보다 이를 먼저 매듭 지으면 또 다른 논란과 혼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 결과가 ‘선후’가 아닌 동일 기일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임주혜 변호사는 “한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결론이 먼저 나오게 되면 결정문에 12·3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담길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론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며 “사안의 중대성과 결과 예측에 따른 여러 혼란을 감안할 때 한 총리 사건이 윤 대통령 건보다 먼저 나오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헌재 재판관들도 고려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3월6일 헌재가 요구한 비상계엄 수사 관련 기록 제출을 거부했다. 검찰 측은 관련 수사가 아직 진행 중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헌재에 ‘제출 불가’ 공문을 발송했다. 헌재 관계자는 “검찰이 국무위원들의 조서를 제출할 수 없다고 알려왔지만, 이로 인해 선고 일정이 앞당겨지는 등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대행, 尹 심판 전 마은혁 임명 않을 것”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 ‘9인 완전체’에 합류하게 될지는 결국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결정에 달렸다. 최 대행은 한 총리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헌법재판관 ‘9인 체제’ 구성을 보류해 왔다. 헌재는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국회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론 냈지만 최 대행은 여전히 ‘숙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최 대행은 “현시점에서 마 후보자 임명은 부적절하며 권한대행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완규 법제처장과 여당이 공개적으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점도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정부 측 관계자도 “최 대행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나오기 전에 마 후보자를 임명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한덕수 총리가 복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현재로서는 최 대행이 직접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총리 사건 선고가 늦춰지고, 마 후보자 불임명은 국회 권한 침해라는 헌재의 결정이 나온 만큼 ‘신속 임명’을 요구하며 최 대행을 향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찬반이 뚜렷한 상황에서는 최 대행 스스로 정치적 부담을 키우는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는 만큼 ‘동상이몽’ 속 평행선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마 후보자의 합류 여부와 상관없이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8인 체제’에서 결론 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마 후보자가 막판 합류하게 되더라도 변론이 모두 마무리된 상황이니만큼 스스로 선고를 회피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도 재판관 8인이 결정한 전례가 있는 데다 재판관 중도 합류 시에는 해당 재판관을 평의에서 배제하고 결정한 전례도 다수다.
문제는 재판관 8인의 의견이 5대3으로 쪼개졌을 때다. 헌법에 따라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결정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이 ‘인용’ 의견을 내야 한다. 만일 ‘5(인용) 대 3(기각)’ 구도가 전개되면 마 후보자의 의견이 결정적 변수가 되기 때문에 헌재가 평결을 내리지 않고, ‘최후의 1인’ 임명을 기다릴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관 전원 일치의 ‘8대0’ 결론이 아닐 경우 정치·사회적 혼란이 더 커지고, 절차적 흠결을 지적해온 윤 대통령 측의 반발 역시 증폭될 수 있는 만큼 헌재가 선고 직전까지 평의를 열고 이 간극을 최대한 좁혀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 대행이 직무를 유기하며 마 후보자를 끝내 임명하지 않더라도 8인 체제 선고 자체는 절차적·법적 흠결이 없고, 마 후보자를 임명한다 하더라도 스스로 선고를 회피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며 “탄핵심판을 둘러싼 국가적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만큼 신속한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헌재는 마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변론 갱신 절차를 거쳐 9인 체제로 선고할지, 마 후보자를 제외한 8인만으로 결론을 낼지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마 후보자의 합류에 따른 선고 방식은 재판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