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대화는 모두가 유쾌한 대화”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가 전하는 《대화를 한다는 것》》
“대화와 관련해 내가 탄복한 점은 그 사용이 특별한 계획에 지배받지 않고 정해진 생각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의미를 만들고 일관성 있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마치 한 명의 수석 건축가나 군주에 의해 계획되지 않았지만 도로들과 마을들이 잘 어우러진 도시, 사람들이 흩어지게 내버려 두지 않아서 거친 반대에 맞설 필요도 없는 도시를 보는 것 같다.”
생전 ‘느림의 철학자’로 불렸던 피에르 쌍소가 느림의 한 영역으로 ‘대화’를 선택하고 펴낸 《대화를 한다는 것》에서 한 말이다. 질 좋은 대화를 하는 것은 섬세하고 유쾌하고 즐겁게 시간을 쓰는 방법론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을 찾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느림의 방식을 찾은 피에르 쌍소는 ‘걷기 예찬론자’로도 불렸다. 삶과 환경에 조화를 이루는 삶의 자세를 이야기한 여러 에세이를 통해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여 년 전 국내에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킨 《느리게 산다는 것》이 대표작이다. 그가 ‘느림’에 관한 주제의 하나로 선택해 내놓은 《대화를 한다는 것》에서는 대화가 어때야 우리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지 알게 해준다.
“어떤 대화가 내 몸과 마음을 명민하게 다듬어 사람들과 함께 살 준비를 하게 해주고 내 영혼을 세상의 흐름에 내맡길 수 있게 한다면 그 대화는 성공적인 대화다.”
피에르 쌍소에게 대화는 경쟁자를 설득하고 그의 어깨를 땅에 메다꽂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대화하면서 보이지도 않는 경쟁자를 앞지르려고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며, 대화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대화를 한다는 것》은 대화의 스킬을 알려주는 대화법에 관한 책이 아니다. 단순하게 대화를 잘하는 법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대화, 언어, 인간, 인간관계에 대한 철학적 관점을 제시한다. 철학적·사회학적 사유를 통해 성공적인 대화를 위한 근본적인 사고를 이해하도록 도우면서 우리에게 대화는 어떤 의미고, 진정한 대화의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빈정대고 비꼬는 조롱꾼은 타인을 즐겁게 하기보다는 불편하게 할 방법을 모색한다. 조롱꾼은 분명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감탄하는 것을 즐긴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조롱꾼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자신을 무장하곤 한다. 수다쟁이는 침묵을 지켜야 하는 순간, 죽은 사람과 그의 가족이 마땅히 누릴 묵념의 권리를 방해하지 않아야 하는 순간이 와도 눈치채지 못한다.”
‘성공적인 대화는 곧 유쾌한 대화’라고 지적하는 피에르 쌍소는 남을 깎아내리며 대화를 이끄는 조롱꾼이나 상대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신없이 말을 내뱉는 수다쟁이를 경멸했다. 느림의 한 방식으로서 대화는 모두가 유쾌하면서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