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이재명의 운명은 ‘중도층’이 가른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정당 지지율 국힘 42.7%, 민주 41%…중도층에선 국힘 31.1%, 민주 46.5% 정권 연장 44%, 정권 교체 50.4%…중도층은 정권 연장 36.4%, 정권 교체 60.4%

2025-03-14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운명은 누가 결정하게 될까. 윤 대통령은 법정 구속이 취소되고 난 후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고, 이 대표는 3월26일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를 남겨 두고 있다. 각 진영이 한 치 틈도 없이 대치하고 있는 국면에 ‘중도층의 중대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은 격랑 속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3월7일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청구한 윤 대통령의 구속 최소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핵심은 이렇다. 구속 기간이 시간적으로 볼 때 만료되고 난 이후에 공소가 됐으므로 무효라는 점이 먼저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체포 및 구속에 있어 절차적으로 적법한지 여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쉽게 말하면 공수처가 꾸준히 지적됐던 논란을 해소하지 못했다. 검찰 또한 제기됐던 공소 시점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결론적으로 윤 대통령은 석방됐고 새로운 국면의 변곡점에 서 있다.

3월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52일 만에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여야 강성 지지층 여론과 다른 중도층 민심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은 탄핵 정국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일종의 나비효과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에서 지지층 결집이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가 3월5~7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사항은 그래프에 표시)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 42.7%, 더불어민주당 41%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5.1%포인트 상승했고 민주당은 3.2%포인트 내려왔다(그림① ). 

조사 기간을 볼 때 마지막 조사 날짜인 3월7일 윤 대통령 구속 최소 결정이 내려졌다. 조사 기간 중 채 3분의 1도 구속 취소 결정 영향을 받지 않았음에도 오차범위 내로 여당이 더 앞서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리얼미터 정기 지표 조사 항목 중 하나인 ‘집권여당에 의한 정권 연장’과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 여론을 물어본 결과 ‘정권 연장’ 44%, ‘정권 교체’는 50.4%로 나왔다. 정권 교체 여론이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는 결과지만 고작 6.4%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직전 조사보다 정권 연장은 5%포인트 올라갔고 정권 교체 의견은 4.7%포인트 내려왔다(그림②).

얼핏 보면,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이후 보수층이 더 결집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중도층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여론의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전체 결과로 보면 오차범위 내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섰다. 하지만 중도층에서는 국민의힘 31.1%, 민주당 46.5%로 나왔다. 민주당이 두 자릿수 차이로 중도층에서 앞서는 결과다. 

정권 교체와 정권 연장 여론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 결과에서 정권 교체가 6.4%포인트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중도층에선 정권 교체 여론은 60.4%, 정권 연장 의견은 36.4%였다. 정권 교체 응답이 무려 24%포인트 더 높았다. 전체 결과는 보수층의 막판 결집으로 보이지만, 세부 지표를 보면 중도층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보수층은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기억으로 ‘보수 붕괴 트라우마’가 작동하고 있지만 중도층은 그렇지 않다. 장외 광장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며 적극적으로 의사 표명을 하고 있는 보수 강성 지지층이 있지만 결국 최종적인 여론의 무게추는 중도층에 놓여 있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만약 조기 대선이 있을 경우 국민의힘에서 거론되는 잠룡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는 윤심(尹心)이야 무시할 수 없겠지만 당선으로 가는 티켓은 궁극적으로 중도 확장성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으로 당장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홍준표 대구시장이 경선에서 당원 표심을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은 본선 경쟁력이다. 이런 점은 국민의힘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 확장까지 가능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당심 쥔 김문수·홍준표, ‘확장력’으로 본선 경쟁력 가진 오세훈·한동훈

그렇다면 중도층에 대한 빅데이터 반응은 어떨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3월1일부터 12일까지 중도층에 대한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로 ‘지지하다’ ‘우려’ ‘비판’ ‘우세하다’ ‘반대하다’ ‘역풍’ ‘체포’ ‘논란’ ‘부정적’ ‘멀다’ ‘혼란’ ‘반발’ ‘압도하다’ ‘불법’ ‘위기’ ‘영향력’ ‘우려하다’ ‘비판하다’ ‘범죄’ ‘부정선거’ ‘갈등’ ‘공감하지 않다’ ‘고민’ ‘두렵다’ ‘잘못되다’ ‘걱정’ ‘뭉치다’ ‘선점하다’ ‘존재감’ 등이 나왔다(그림③). ‘지지하다’라는 연결 단어의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외에도 ‘우세하다’ ‘압도하다’ ‘영향력’ ‘선점하다’ ‘존재감’ 등의 연관어를 보면 정국을 주도하는 힘이 중도층에 있음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이재명 대표도 중도층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도층이 이 대표의 재판 리스크를 완화시켜주고 조기 대선으로 가는 경우 꼭 필요한 필승카드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이 대표는 외연 확장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념 성향을 ‘중도보수’로 표방했고, 상속세 등 최근 일련의 각종 정책 발표를 보면 중도를 넘어 보수 정치인이라는 의심을 살 정도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운명과 미래는 모두 중도층의 판단에 달려 있다. 여론의 승부처는 바로 중도층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